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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에로비디오 천국?

등록 2008-10-30 18:46수정 2008-11-02 11:13

한국은 에로비디오 천국?
한국은 에로비디오 천국?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올들어 9월까지 1500편 육박
대부분 5~10분짜리 모바일용

지난 17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냈습니다. 영등위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등급 판정을 내린 1628편의 비디오물 중에서 91.9%인 1496편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비디오물의 비율도 2003년 73.5%에서 지난해 91.3%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의원은 이런 에로비디오들의 제목이 지나치게 “민망하고 음란하다”고 지적하고 제목을 제대로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전에도 성인용 비디오영화 제목은 노골적으로 ‘야함’을 강조했는데 이게 더욱 심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흠뻑 젖은 뻘녀들’ ‘순진녀 젖은 속옷’ ‘뽀얀 살결 낼름낼름’ 같은 것들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궁금해집니다. 한 의원의 자료대로라면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내려받는 것이 대세가 되어 비디오나 디브이디(DVD) 시장이 거의 사라졌는데도 성인용 영화 비디오가 올해 들어 9월까지 1496편이나 쏟아졌다는 이야깁니다. 하루에 5편이 넘는 에로비디오가 새로 나오는 셈이니 한국은 에로비디오의 천국인 셈입니다. 그런데 1년에 개봉되는 한국 영화가 100편도 안 되는데 에로영화가 1500편씩 나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 의원의 결론은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몇년 새 비디오대여점 시장이 줄어들면서 에로비디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업계 용어로 ‘16㎜ 영화’라고 하는 에로영화 제작업체들에 물어봤더니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만들어지는 에로영화 비디오는 많아야 50~100편 정도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인터넷 웹하드업체 등 때문에 에로영화 찍는 업체들이 거의 사라졌어요. 비디오가게도 한때 전국 3만8000곳에서 지금은 3000곳으로 줄었습니다. 16㎜ 영화 한편에 1200만~13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사 줄 곳이 있어야 만들죠.”

그러면 한 의원이 제시한 1496편은 뭘까요? 비디오 유통업체들은 모두 몰락했지만 에로 영상에 대한 수요가 사라질 리는 없는 법입니다. 비디오 수요가 이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용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한 업체의 설명입니다. “비디오 유통회사들이 다 망하고 온라인만 남았는데 이마저도 휘청휘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만 열면 진짜 포르노들이 범람하니까요. 이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시장이 모바일입니다. 이게 바로 1496편이에요.”

이 모바일 성인 동영상은 보통 5분, 길어야 10분 정도입니다. 그런데 따로 제작하기보다는 예전 나온 16㎜ 성인영화들을 다시 편집해서 팔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모든 전자기기에 쓰이는 영상물은 비디오 영화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전 성인영화들을 재편집한 동영상들이 올해 1500편 가까이 등급 판정을 받았던 것입니다. 한선교 의원 쪽은 이게 모두 올해 새로 나온 성인비디오인 것으로 알았던 것이죠.

하지만 한 의원 지적대로 제목들이 훨씬 선정적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모바일 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과거 비디오는 제목만이 아니라 커버에 있는 사진과 카피, 내용 설명 등을 보고 골랐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선 오로지 제목 하나만으로 소비자들이 영상을 고르므로 제목들이 더욱 자극적이 된 겁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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