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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코로나 시대 ‘대세’ 캠핑카…여행은 ‘꿀맛’, 여건은 ‘덜 익은 맛’

등록 2020-09-18 09:03수정 2020-09-18 09:17

‘차박’이 대세인 요즘
1억원 넘는 모토 카라반도 수입돼
‘캠핑카 렌트 셰어링 서비스’ 이용하는 이도
장기주차·오토캠핑장 환경 아쉬워
지난 7월 현대자동차는 소형 트럭 포터를 개조한 포레스트(Porest)를 출시했다. 포레스트는 포터(Porter)와 휴식(Rest)의 합성어로 ‘움직이는 집’이 콘셉트다.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7월 현대자동차는 소형 트럭 포터를 개조한 포레스트(Porest)를 출시했다. 포레스트는 포터(Porter)와 휴식(Rest)의 합성어로 ‘움직이는 집’이 콘셉트다. 현대자동차 제공

3년 전이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해 <모토트렌드> 편집부 전체가 양양의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조명하는 기사를 기획했다. 내가 맡은 기사는 놀거리였는데, 당시 양양은 서핑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만큼 20~30대 젊은 서퍼들에게 각광받는 도시였다.(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하지만 서핑처럼 누구나 다 아는 양양의 매력을 다시금 들춰내는 건 에디터로서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참신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차박’이었다. 차박은 단어 그대로 차에서 자고 머무르는 오토캠핑이다. 지금이야 에스엔에스(SNS)에 ‘#차박’만 검색해도 수만장의 사진이 올라올 만큼 인기가 뜨겁지만, 그땐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레저 활동이었다. 한 선배 기자는 ‘차박’이라는 단어를 듣고 차돌박이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양양 기사문해변은 마니아들이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차박 포인트였는데, 취재했을 당시 주말인데도 차박하는 무리는 우리를 포함해 고작 셋뿐이었다.

현대자동차 포레스트.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포레스트. 현대자동차 제공

그리고 지난 8월, 취재 때문에 기사문해변을 다시 찾았다. 코발트빛 바다와 반짝이는 모래사장, 울창한 방풍림은 그대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된 해수욕장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차박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정말 많아졌다. 3년 전 상황과 정반대였다.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차박의 형태도 다양해졌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캠핑카다. 차 뒤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는 트레일러 카라반이 대부분이고, 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모터 카라반도 중간에 한두대씩 섞여 있었다. 작지 않은 캠핑카 수에 조금 놀랐다. 사실 나는 국내 캠핑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토의 형태 때문이다. 국토가 좁고 지형이 험해 캠핑할 만한 곳은 차를 끌고 들어가기에 무리가 있다. 어차피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악지대를 제외하곤 국토 대부분 개발이 끝난 상태라 숙박시설이 없는 지역을 찾기 어렵다. 또한 법적인 제약도 컸다. 도로교통법상 750㎏ 이상의 트레일러를 끌려면 트레일러 면허를 따야 하고 튜닝 인증 절차도 까다롭다.

지난 7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캠핑&amp;피크닉 페어’을 찾은 캠핑 마니아들. 특히 캠핑카 업체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캠핑&amp;피크닉 페어’ 주최측 제공
지난 7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캠핑&피크닉 페어’을 찾은 캠핑 마니아들. 특히 캠핑카 업체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캠핑&피크닉 페어’ 주최측 제공

하지만 내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4년 말 4131대에서 2019년 말 2만4869대로 무려 6배나 늘었다. 이중 튜닝을 통해 만들어진 캠핑카는 7921대로 32%를 차지한다. 물론 캠핑카의 등록 대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지난 2월29일부터 캠핑용 자동차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돼 캠핑카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었지만, 이젠 카니발부터 레이까지 모든 차종의 튜닝이 가능하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사람들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여가 활동으로 캠핑카를 선택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힘겹게 텐트를 치거나 접을 필요 없이 주차만 하면 숙박은 물론 화장실, 샤워실 등 개인위생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며 타인과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식사도 가족끼리만 할 수 있어 식당을 이용하는 것보단 감염 위험이 훨씬 적다.

캠핑카의 가격은 어떤 차종을 튜닝했는지, 어떤 장비를 넣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국내에 수입도 된 모터 카라반의 가격은 1억원이 훌쩍 넘고, 국내 전문 업체가 국산 차를 튜닝해 판매하는 캠핑카는 4000만~6000만원 선이다. 그래서인지 캠핑카의 가격과 부대비용이 부담스러워서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캠핑카 렌트·셰어링 서비스’가 출시됐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보편화된 캠핑카 대여사업이 드디어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주중 기준으로 기아 레이를 개조한 캠핑카 1일 대여 비용은 8만원 수준이며, 위네바고 같은 수입 캠핑카는 약 60만원이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대여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 등은 오토캠핑장 문화가 상당히 발전됐다. 놀이터, 어른들을 위한 레포츠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 있다. 출처 ‘Wolverley Camping Club site’
유럽과 미국 등은 오토캠핑장 문화가 상당히 발전됐다. 놀이터, 어른들을 위한 레포츠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 있다. 출처 ‘Wolverley Camping Club site’

캠핑카 산업에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캠핑카는 보통 주말이나 휴가철에 이용하기 때문에 장기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별도의 관리비를 낸다고 해도 주차 공간이 적은 아파트 등에선 환영받지 못하다 보니 일부 캠핑카 주인들은 공영주차장 2개의 면을 사용한다거나 공터나 도로변 등에 불법 주차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부 지자체들은 캠핑카 주차가 가능한 복합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흡한 오토캠핑장의 환경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오토캠핑장은 캠핑카를 몰고 가 공간 대여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데, 상하수도나 전기 등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은 몇 안 된다. 게다가 국내에 있는 오토캠핑장은 트레일러 카라반을 설치해 숙박시설처럼 이용하는 카라반 펜션이 대부분이다. 캠핑카는 있지만 막상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외국에는 수영장이나 레포츠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오토캠핑장이 많다.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홀리데이파크, 미국에서는 아르브이(RV·Recreational Vehicle) 파크라고 부른다. 유럽에 약 2만개, 북미에 약 5만5000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도 8000여개의 홀리데이파크가 있어 전국 어디에서는 카라반형 캠핑 문화를 누릴 수 있다.

국내는 트레일러 면허가 따로 필요 없는 750㎏ 이하 트레일러 카라반이 인기다. Barefoot Caravans 제공
국내는 트레일러 면허가 따로 필요 없는 750㎏ 이하 트레일러 카라반이 인기다. Barefoot Caravans 제공

물론 수십 년간 이어온 외국의 캠핑 문화를 당장 몇 년 사이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캠핑카를 운용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주차 공간이나 캠핑카를 끌고 찾아갈 수 있는 오토캠핑장 같은 최소한의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즐기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흥이 많은 민족, 즐길 줄 아는 민족, 노는 것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런 민족이 아니던가?

김선관(<모터트렌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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