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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나와라 로봇 팔!” 퇴근할 때 요리가 뚝딱 되어 있다면

등록 2020-09-11 16:06수정 2020-09-11 16:14

로봇 셰프 손맛 궁금해…더 똑똑해진 가전
청소 요정부터 말 알아듣는 냉장고까지
언택트 시대, 수요 커지는 똑똑한 가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씨이에스(CES)에서 삼성 봇 셰프가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씨이에스(CES)에서 삼성 봇 셰프가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택근무 7개월 차인 직장인 이원지(가명·38)씨에게 집과 일터의 경계는 방문 하나다. 업무 퇴근과 동시에 방문을 열고 바로 집안일 출근을 하는 그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나와라 로봇 팔’ 같은 거 있잖아요. 제가 30분 후 퇴근한다는 알람을 보내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 파악해 요리 해주고, 필요하면 알아서 식재료 주문도 해주고 그러면 좋겠어요.”

이씨의 상상은 거의 현실이다. ‘거의’인 이유는 그가 상상하는 일부 기능은 이미 가전제품에 들어가 있고, 일부는 가정용으로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상업용 제품으로는 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엘지에서 출시한 요리하는 로봇 클로이 셰프봇. LG전자 제공
엘지에서 출시한 요리하는 로봇 클로이 셰프봇. LG전자 제공

그가 상상하는 로봇 팔과 가장 유사한 제품은 엘지(LG)전자의 ‘클로이 셰프봇’과 삼성전자의 ‘삼성 봇 셰프’다. 두 제품 모두 거대한 팔의 형태다. 로봇 팔에 다양한 도구를 끼워 식재료를 자르고, 섞고, 양념을 넣는 등 보조 요리사로서 기능한다. 레시피를 입력해두면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두 제품 모두 일반 가정용으로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클로이 셰프봇의 경우 실제 만날 수는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씨제이(CJ) 푸드빌 외식 브랜드 빕스 등촌점에 등장한 클로이 셰프봇은 쌀국수와 우동을 삶아 손님에게 내준다. 미국의 에스에프(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말했듯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인 셈이다.

먹고, 마시고, 치우는 것은 집안일 가운데 가장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인지 주방 가전은 생활가전 가운데서 발전 속도가 가장 눈부시다. 지난 3~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지멘스 가전 사업부문 전무이사인 롤랜트 하겐부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도시 거주자의 3분의 1이 가까운 미래에 주방에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요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밀레 스마트 푸드 아이디 기능. 밀레코리아 제공
휴대폰으로 요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밀레 스마트 푸드 아이디 기능. 밀레코리아 제공

올해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선보인 주방 기기들은 집에서도 바쁜 도시생활자의 삶에 맞춤해 사용자가 주방에 머물지 않아도 요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주방 쿡탑(테이블 위 조리대) 앞이 아닌 노트북이 놓인 책상 앞에서도 요리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가 이번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선보인 ‘스마트 푸드 아이디(ID)’를 이용하면 주방 밖에서도 음식 조리를 할 수 있다. 오븐에 탑재된 카메라가 오븐 안에 든 음식의 종류를 식별하고, 사용자가 확인 버튼만 누르면 그다음부터는 오븐이 조리 프로그램에 따라 요리를 한다.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재료의 상태나 양을 파악하고 열, 시간 조절을 알아서 한다. 사용자는 휴대전화로 연결된 화면을 통해 요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이어지는 가사 노동에 머릿속이 멍해 음식을 태울 일도 없다. 밀레의 ‘쿡 어시스트’ 기능은 쿡탑과 연결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기를 뒤집어야 하는 시점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2020년의 냉장고는 사람과 말도 주고받는다. 엘지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 라인 제품 중 하나인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에는 국내 최초로 음성 제어 기능이 포함됐다. 이 냉장고는 사용자가 시간이나 날씨 등 생활 정보를 물으면 음성으로 알려준다. ‘열려라, 참깨’처럼 냉장고가 알아서 문을 열기도 한다. 사용자가 냉장고 앞에 서서 “하이, 엘지”라고 부른 뒤 “냉장고 문을 열어줘”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냉수 설정해 줘”, “각얼음 설정해 줘” 등 음성 제어도 가능하다.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문을 열어주는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LG전자 제공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문을 열어주는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LG전자 제공

‘오늘은 뭘 해먹나’ 고민을 덜어주는 냉장고도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박람회인 씨이에스(Consumer Electronics Show·CES)에서 선보인 엘지전자 냉장고 ‘인스타뷰 씽큐’와 삼성전자의 2020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파악해 레시피를 추천한다.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경우 사용자가 선호하는 음식을 등록해두면, 식성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기도 한다. 부족한 재료에 대해선 냉장고가 알아서 쇼핑 리스트를 작성해 온라인 주문을 할 수도 있다.

세탁기도 냉장고 못지않게 똑똑해지고 있다. 엘지 트롬 워시 타워 디디(DD·Direct Drive) 세탁기는 의류 무게를 감지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류 재질을 확인하고, 최적의 동작을 스스로 선택한다. 이를테면 섬세한 소재의 경우 흔들기와 주무르기 모션을 선택해 옷감 손상을 줄이는 것이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로 연결된 이 제품은 눈치 빠른 건조기가 세탁기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할 일을 미리 준비해둔다. 세탁기에서 세탁이 끝나면 바로 건조를 시작할 수 있도록 건조기가 예열에 들어간다든지, 세탁기의 코스를 미리 파악하고 적합한 건조 코스를 알아서 설정해두는 식이다. 덕분에 전체 세탁 시간이 줄어 효율이 높다는 게 엘지전자 측의 설명이다.

의류 재질을 감지해 최적의 동작을 선택하는 트롬 워시 타워 디디. LG전자 제공
의류 재질을 감지해 최적의 동작을 선택하는 트롬 워시 타워 디디. LG전자 제공

그리고 이들 가전보다 앞서 일반 가정에 도입된 에이아이(AI) 집안일 요정이 있다. 중국의 전자 기업 샤오미를 필두로 대중화에 성공한 로봇 청소기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높은 기술력으로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청소 가전 전문 기업 로보락은 지난 6월 신제품 에스식스 맥스 브이를 출시했다. 로보락 청소기는 샤오미 ‘미 홈’ 앱으로 조정이 가능해 샤오미 청소기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둘은 다른 회사다. 로보락이 지난 6월 출시한 로보락 ‘에스식스 맥스 브이’는 장애물 인식 능력이 여타 제품과 비교하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인공지능과 레이저 기술이 결합해 장애물 크기와 위치를 파악하고 부딪치지 않고 최적의 이동 경로를 계산한다. 방문턱은 잘 넘어서고, 추락 방지 기능으로 떨어지지 말아야 할 곳은 알아서 피하고, 눈앞의 장애물을 무작정 집어삼키지 않는다. 기존 로봇 청소기가 반려동물의 배설물이나 아이의 작은 장난감을 집어삼켜 난감했던 사용자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로봇 청소기 로보락 에스식스 맥스 브이. 로보락 제공
로봇 청소기 로보락 에스식스 맥스 브이. 로보락 제공

그런데 스마트 가전의 똑똑함에 입이 떡 벌어지지만, 일반적인 소비자에겐 높은 가격대가 허들로 작용한다. 이원지씨는 “상상했던 기능의 냉장고를 써보고 싶지만, 예컨대 새 냉장고를 사야 하는 입장이라면 일반 냉장고보다 많게는 가격이 2배 차이가 나는 제품을 선택할지는 망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나치게 똑똑한 가전’에 자신이 너무 의존적이 될까도 걱정했다.

이에 대해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처음 적용될 때는 보편화하기까지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예전의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런 현상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판단이라는 게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그걸 누군가 해주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유의할 점은 인공지능이 강해질수록 인공지능의 선택을 내가 원한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가전제품에 도입된 인공지능은 소비자 판단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 곁에 온,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올 혁신적인 기술을 잘 활용하는 법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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