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앱 이용자 중 2030 세대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젊은이들. 사진 싱가포르 빔 제공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는 38.5㎞다. 2002년 하루 이용 거리가 53.9㎞이었으니 17년 동안 약 29.7%나 짧아진 셈이다. 이런 수치가 나온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편리한 대중교통의 확충이다. 최근 그 비중이 더 늘어났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탈 것 대부분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자전거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 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가 도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전동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모노 휠 등 종류도 다양하고, 사용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런 퍼스널 모빌리티의 가격은 50만~200만원 선인데, 개인이 구매해 운용하기에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 유지·보수에도 적잖은 신경과 비용을 써야 한다. 그래서 최근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업체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주차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의 전동 킥보드.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타트업이나 신생 업체들이 전동 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기반으로 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스마트폰 앱을 플랫폼으로 삼는다. 킥고잉, 고고씽, 씽씽, 스윙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각 업체들의 서비스 방식은 특별한 차이가 없다. 업체에 따라 퍼스널 모빌리티의 종류·속도·크기 등이 다르고 이용 가능한 시간과 반납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윙은 대학생인 게 증명되면 기본료 1200원을 할인해준다. 밤 12시 이후에도 이용이 가능한 업체는 씽씽이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은 오전 6~7시부터 오후 8~10시까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신 기본료(1000원)가 조금 상승하는데,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2000원이다.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이 얻는 혜택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지역과 시간대 이동 방법을 제공받는 것이다. 흔히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 불리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내려 자신의 최종 목적지까지 1~3㎞의 단거리 이동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라스트 마일은 ‘죄수가 사형집행 장소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이라는 뜻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최종 과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됐고, 최근 이 개념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시장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는 주로 서울 강남·잠실·여의도, 경기도 판교 등 20~30대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 활성화되고 있다. 홍익대 부근, 연남동, 망원동, 이태원 등에서도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2030 세대를 자주 목격한다. 이렇게 지역을 한정하는 건 너무 넓지 않은 공간에 사용자가 많아야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의 충전·회수·관리가 편해지는 것은 물론 자주 빌려 타는 등 운영 시간도 길어져서 서비스 회사가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2021년 출시할 신차에 적용할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 1회 충전으로 약 20㎞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20㎞로 제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이용의 편리성이다. 앱으로 개인 인증과 결제 정보를 등록하면 서비스 지역에서 필요한 시간 동안 사용하고 그만큼의 요금을 내면 된다. 가격의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단거리 이동 수단인 전동 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택시보다 저렴하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본 5분에 1000원, 5분이 넘어가면 1분당 100원이 추가된다. 시속 20㎞로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2000원에 약 5㎞를 15분 만에 갈 수 있다. 같은 거리를 택시로 이용하면 5000원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교통 체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제주도, 부산 해운대 등 관광지에서도 공유 서비스가 활발하다. 이동 수단뿐 아니라 놀이기구와도 유사한 퍼스널 모빌리티 특성 때문이다. 올해 초 롯데렌터카는 렌터카와 전동 킥보드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주요 관광지까지 렌터카로 이동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출퇴근뿐 아니라 관광에서도 라스트 마일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녹여낸 것이다.
2017년 6월 경북 영덕 창포리 산림생태문화공원 탐방로 소나무숲에서 전동휠(일명 왕발통)을 즐기고 있는 한 여성. <한겨레> 자료 사진
수도권과 비교해 아직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운행 지역이 한정된 지방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수는 2016년 약 6만대, 2017년 7만5000대에 머물렀지만 2022년 20만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스타트업만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다. 완성차 브랜드와 아이티(IT) 기업까지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카카오·네이버·현대차 같은 대기업까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고, 2019년 하반기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하는 해외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업체인 라임이나 싱가포르 기반 아시아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기업인 빔 역시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의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퀴가 작은 전동 킥보드는 도로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급격히 불안정해지는데, 자전거처럼 바퀴가 크면 쉽게 넘어갈 요철도 킥보드는 넘어지는 경우가 잦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49건이던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는 2019년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이상 급증했다. 진짜 문제점은 헬멧을 쓰지 않아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 모터사이클과 같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헬멧 등 안전장비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헬멧을 안 쓰고 타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만큼 커지기 때문에 몸이 받는 충격도 제곱으로 커진다. 예를 들어 시속 4㎞로 걷다 넘어졌을 때와 시속 16㎞로 달리는 킥보드에서 떨어졌을 때 몸이 받는 충격은 단순한 4배가 아니라 64배가 된다. 가벼운 찰과상이 아닌 골절이나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는 이유다. 속도를 시속 10㎞ 이내로 제한하거나 얼굴을 보호하는 헬멧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인도 주행과 무분별한 주차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보행자 몫이다.
‘카카오 T바이크’는 현재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3000대 규모로 운용 중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 내구성을 높여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고 배터리 용량도 약 30% 늘어난 2세대 바이크를 배치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주차, 대기 문제 등 굵직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자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차세대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법 제도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모호했던 퍼스널 모빌리티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오는 12월10일부터 시행된다. 만 13살 이상이면 면허 없이도 이용 가능하며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금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만 안전 관련 내용이 충분하지 않고,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업체들의 보험 가입 의무화 규정이 빠져 있다. 무척 아쉽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안과 별개로 내년까지 퍼스널 모빌리티 안전기준이 담긴 이른바 ‘퍼스널모빌리티(PM)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성과 장기적 관점, 그리고 안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담겼으면 한다. 자동차 기자로서가 아니라 도로와 인도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김선관(<모터트렌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