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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코로나19시대 외식업계요? 전 이렇게 돌파할 겁니다!

등록 2020-07-24 11:43수정 2020-07-24 11:45

유명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
3년 전 ‘메이스푸드’, 이번 달 ‘오미베리메이스’ 열 예정
푸드 플랫폼으로 변신 꾀하는 그의 여러 제안
요리연구가 메이. 박미향 기자
요리연구가 메이. 박미향 기자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포옹과 악수는 어느 틈에 사라졌다. ‘접촉’은 금기어가 됐다. ‘만남’은 ‘부담’이란 단어와 동의다. 심지어 연인들의 섹스도 줄었다. 트렌드분석가 김용섭은 자신의 책 <언컨택트>에서 ‘구글 트렌드’를 활용한 밸런타인데이 당일 ‘모텔’ 검색 추이를 밝혔는데, 지난 5년을 통틀어 올해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부른 불안이 ‘사랑’조차 잠식해버린 것이다.

외식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회식이 없어지고 있다. 한 구내식당은 칸막이를 만들었다. 식탁에 대화는 사라졌다. 식당 주인들은 급하게 배달음식을 출시했다. 한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음식 강연이나 강좌도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요리 인류’는 적응엔 ‘선수’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인 메이(본명 김유진·49)도 그런 이다.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유명한 그가 “달라진 세상에 생존하기 위해” 변신에 나섰다. 여러 에스엔에스의 팔로워 수를 합치면 그의 팬은 40만명이 넘는다. 마치 코로나19를 예상했다는 듯이 2017년부터 식재료 소셜커머스 플랫폼 ‘메이스푸드’를 운영했던 그. 그가 최근 오미자 제품 생산업체 효종원 이원규 대표와 플랫폼 ‘오미베리메이스’(Omiberry Mays)의 공동대표가 됐다. 지난달 말에 그를 만나 달라질 음식업계 얘길 들었다.

메이가 만든 오미자 활용 음료. 사진 메이 제공
메이가 만든 오미자 활용 음료. 사진 메이 제공

― 곧 문 열 ‘오미베리메이스’란 플랫폼이 궁금하다.

“효종원이 생산하는 ‘오미베리’ 등의 원료가 되는 오미자는 한국적인 이미지가 강한 우리 먹거리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혁신적으로 풀고 싶었다. 계기는 이원규 대표가 여러 가지를 제안하면서부터다. 오미자 신제품 개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미자를 포함한 식재료와 식품을 기반으로 하는 음식 문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자고 결의하게 되었다.”

― 메이스푸드와 오미베리메이스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요리연구가인데 왜 연 것인가?

“나의 성취만 고민했었다. 2004년 처음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할 때만 해도 잡지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음식을 다루는 방송도 요리연구가보다는 연예인을 더 찾는다. 더구나 지금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도 없는 시대다.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데, 제자이기도 한 직원들과 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메이스푸드는 문 연 지 3년 된 식재료 소셜 커머스 플랫폼이다. 그의 쿠킹스튜디오 직원이자 제자는 3명. 예전만 해도 요리연구가의 제자는 때가 되면 독립해 ‘요리연구가’가 됐다. 하지만 명맥을 잇는 요리연구가도 드물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주요한 일터였던 잡지는 영업이 어려운 상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게 ‘메이스푸드’였다고 한다. “함께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자들의 레시피 개발을 돕고, 푸드 웹매거진 <메이스매거진>을 발간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 요리연구가로서 ‘메이스푸드’ 론칭은 앞서간 느낌이다. 성과가 컸나?

“수익보다 데이터를 구축하고 싶었다. 전국의 질 좋은 식재료는 어디에 있는지, 비싸도 구매할 사람이 있는지 등을 말이다. 1년이 지나자 소비자의 반응이 왔고 평가가 좋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

요리연구가 메이. 박미향 기자
요리연구가 메이. 박미향 기자

―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요리연구가로 팬도 많고 성공했는데, 두려움 없었나?

“15년간 잡지나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내 생각을 전하는 거였다. 대중이 원하는 걸 찾아주는 게 아니었다. 그 간극에서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이젠 사람들이 원하는 걸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찾아주려고 한다. 물론 두려움이 크다. ‘메이가 돈만 벌려 하는 거 아니냐’ 등의 소리를 들을까 봐서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생각이 달라졌다. 그런저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 ‘오미베리메이스’는 음식 문화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구체적으로 뭘 하는 인터넷 공간인가?

“메이스푸드를 확대한 셈인데, 식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종합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다. 음식을 담는 그릇, 먹는 방식 등 다양한 식문화도 다룰 예정이다. 메이스푸드라는 식재료 커머스에 콘텐츠가 결합한 것으로 보면 된다.”

메이가 만든 디저트. 사진 메이 제공
메이가 만든 디저트. 사진 메이 제공

미세한 습도의 차이에도 식재료는 변한다. 예술가의 섬세한 기술이 이 분야에서도 요구된다. 그렇기에 감각적인 랜선의 집합체인 인터넷 공간은 ‘요리 인류’가 적응 하기에는 그저 암담한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메이의 변신이 왜 가능했던 것일까?

미국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1995년 귀국했다. 원래 글쟁이가 꿈이었던 그는 한 출판사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가 한 일은 뜻밖에 ‘정보 제공’이었다. “당시는 피시통신 문화가 활발하던 때였다. 통신사를 상대로 각종 콘텐츠 기획서를 만들었다.” 그의 디엔에이(DNA)가 서서히 인터넷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피시통신 문화는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그를 찾는 곳은 많았다. 미즈닷컴, 쑥쑥닷컴 등에 몸 담으면서 ‘정보 공유’의 세계를 인지했다. 다시 미국에 간 그는 ‘트렌드숍’을 개설해 미국의 다양한 트렌드와 의류를 소개하면서 판매했다.

메이가 만든 무전. 사진 메이 제공
메이가 만든 무전. 사진 메이 제공

― 어찌 보면 요리보단 인터넷 세상이 더 가까웠다. 어떻게 음식 문화 쪽으로 오게 되었나?

“아이가 생기면서 먹거리에 관심이 커졌다. 2003년 출출닷컴을 열었다. 온라인 통해 레시피를 제공했다. 내 레시피를 따라 밥상을 차린 이가 많았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추천 사이트 목록에도 올랐다. 내가 올린 레시피가 누군가의 한 끼가 된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생겼다.”

2006년 귀국해 <리빙센스> 등 잡지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화려하게 등단(?)하면서 그의 이름은 세상에 알려졌다. 요리 강좌를 열었고,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 등에 출연했다. 이후 <오니기리> <소박한 그릇> <그저 그런 날에, 특별한 식탁> 등을 출간했다.

― ‘메이의 요리’는 무엇인가? 하는 일이 바뀌어도 그 토대는 ‘메이의 음식’ 아닌가?

“요리는 누구나 의도를 가지고 만든다. 주부는 가족이 건강해지길 바라면서 밥을 짓는다. 잘한 푸드 스타일링은 요리하는 이의 마음과 의도를 잘 표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음식은 문화적이면서 삶의 기반이다. 한창 주목받을 때 한국인인 내가 정작 한식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고조리서 등을 공부하면서 ‘궁극의 아름다움’은 한식이란 점을 깨달았다.”

그의 요리 세계는 간결한 일본식 가정식과 화려한 미국식에서 출발해서 한식의 우아함이 깃들어 가는 중이다. “멋 내지 않은, 우리 시대 보편적인 한식과 우아한 정서를 알게 됐다. ‘케이(K) 푸드’ 시대가 열렸고, 다른 나라에 더 많이 알리고 싶다.”

메이의 음식. 사진 메이 제공
메이의 음식. 사진 메이 제공

메이의 음식. 사진 메이 제공
메이의 음식. 사진 메이 제공

― 콘퍼런스나 대형 전시 등은 실상 네트워킹 때문에 찾는 이가 많다. 쿠킹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이젠 힘들어졌다. 그래서 결국 플랫폼을 연 것 같은데 이런 시대에 음식 하는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비대면시대라고 해서 소통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판단이 빨라야 한다. 할 수 없는 걸 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구매 플랫폼이라도 거래만 이뤄지면 안된다. 소비자가 이 인터넷 공간에서 친구를 사귀고, 남들 해 먹는 거 살피고, 놀고 가야 한다. 그래서 문화 콘텐츠로서 음식은 더 중요해졌다.”

그는 말한다. “늘 정보 습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이다. 그가 세상을 샅샅이 뒤져 수집한 정보는 자신의 경험이 버무려지면서 ‘메이 스타일’로 변신했다. 그 중심에 음식이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위기는 기회다. 그의 변신이 빚은 먹거리 ‘기회’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박미향 기자 글·사진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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