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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집 안을 호텔로…‘집콕 시대’ 소파로 플렉스~

등록 2020-06-25 10:04수정 2020-06-25 14:53

[라이프] 홈앤리빙
코로나19 이후 거실 가구 구매 비중 높아져
안식처가 된 집… 집 안을 호텔로, 리조트로
‘자코모’의 와이드 카우치형 비텔로 소가죽 소파. 쎄턴 제공
‘자코모’의 와이드 카우치형 비텔로 소가죽 소파. 쎄턴 제공

‘집콕’의 시대, 가구로 ‘플렉스’(flex, 자기만족을 중시하며 고가의 물건을 과시적으로 사는 소비 형태)하는 이들이 늘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구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평소에 마음에만 담아뒀던 값비싼 가구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단다. 집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면서 집을 호텔처럼 쾌적한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 백화점업계에 코로나19 이후 가구 판매 추이를 확인해보니,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가구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소파 등 거실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2월부터 6월 초까지 전년도에 견줘 가구 매출이 20.1%나 상승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특히 4~5월 거실 가구 매출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5월까지 가구가 포함된 전체 리빙 상품군이 전년도에 견줘 6.7% 올랐는데, 그중 거실 가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9.1% 증가했다.

‘에싸’의 디오마레 코너 카우치형 카시미라 패브릭 소파. 에싸 제공
‘에싸’의 디오마레 코너 카우치형 카시미라 패브릭 소파. 에싸 제공

거실은 집에서 가장 공적인 공간인 동시에 집의 풍경을 좌우하는 공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집을 안식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며 소파 등 집안 분위기의 중심이 되는 가구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따라서 구매 비용도 비싸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두 달 롯데백화점이 가장 많이 판 소파는 ‘자코모’의 비텔로 소가죽 소파와 ‘디오마레’의 카시미라 패브릭 소파다.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470만원, 570만원 정도다. 신윤정 롯데백화점 가구바이어는 “평상시 소파 구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이 300만원 초반이었다면, 최근 많이 판매된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은 데도 인기가 많다. 코로나 이후 남성이 가구 소비를 주도하는 분위기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신수빈 가구 바이어 또한 “최근 특이한 경향은 국내 브랜드 가구보다 가격대가 있는 수입가구나 해외 디자이너 가구 매출이 오히려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멘터리’의 리튼 소파. 아파트멘터리 제공
‘아파트멘터리’의 리튼 소파. 아파트멘터리 제공

이와 관련해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집에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산도 높아진 것인데, 이런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을 더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며 여행 갈 돈, 다른 데 쓸 돈을 집에 투자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최근 사람들이 소파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대 자체가 높아졌다. 예전에는 50~100만원대 예산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200~400만원대 소파에 투자를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도 덧붙였다.

이케아가 지난 23일 발표한 보고서 <라이프앳홈리포트 2020-혼돈과 변화의 시기>를 보면 사람들이 집에서 안식의 기능을 강하게 찾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케아는 “코로나19로 집은 더욱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안락함, 안전, 그리고 안도감을 주는 필수적 원천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서적 욕구가 프라이버시와 안정감이었다면 올해는 편안함과 안식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파는 무엇일까. 윤 대표는 “베이지나 크림색 같은 밝고 자연스러운 색감의 소파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행을 가지 못하다 보니 리조트 대신 집에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도 인기다. 모듈형 가구는 4인용을 분리하면 2인용이 됐다가, 카우치를 붙이면 3인용이 되는 식으로 조합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가구를 뜻한다. 윤 대표는 “헤이, 무토 등 유럽 브랜드들이 잘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최근 국내 브랜드에서도 이와 같은 형식으로 가구 출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도 과거에는 가죽에 국한했다면 ‘아쿠아클린’ 등으로 불리는 기능성 소재의 패브릭 소파가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런 기능성 소재 제품은 방수가 되고, 오염물이 쉽게 닦이는 데다 가죽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다. 헷세드, 알칸타라 등이 대표적 브랜드였는데, 최근에는 비슷한 기능의 소재로 가격대를 낮춘 제품이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이고 있다.

‘UND’의 DA4 가죽 소파. UND 제공
‘UND’의 DA4 가죽 소파. UND 제공

‘폴트로나프라우’의 아키발드 체어. 폴트로나프라우 제공
‘폴트로나프라우’의 아키발드 체어. 폴트로나프라우 제공

김혜영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 대표는 “연령대에 따라 취향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든 디자인이나 색상이든 과감하게 선택하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젊은 고객들은 패브릭이나 모던한 디자인을,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소파를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가구는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다른 걸 살 돈을 다 끌어모아서라도 좋은 제품에 올인하겠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만들어진 물건이 주는 공간의 완성도란 게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도 디테일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 소재, 만듦새, 소파에 쓴 실의 느낌까지도 간파한다”고도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거장들의 소파를 구매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 소파’로 알려진 르코르뷔지에의 엘시3(LC3)를 선택하거나, 디자인 거장인 알바 알토, 찰스 임스 등의 라운지체어(안락의자의 일종)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파 구매 계획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인테리어 구매 현장에서 고객에게 새 소파를 제안할 경우 주로 차분한 색상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가구의 색깔에 빠지는데, 가구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전체적인 색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파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집 안의 색조에 묻어가는 색상이 실패 확률이 낮고, 굳이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식물이나 라운지체어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가구가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폴트로나프라우’의 컴투게더 소파. 폴트로나프라우 제공
‘폴트로나프라우’의 컴투게더 소파. 폴트로나프라우 제공

‘UND’의 NA1 리클라이너. UND 제공
‘UND’의 NA1 리클라이너. UND 제공

그런데 이사가 잦거나, 1인 가구 등 고가의 소파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비싸지 않더라도 최근 경향을 반영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30대 사용자 비율이 높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많이 판매되는 소파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6개가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베이지, 밝은 회색이다. 방수, 청소가 용이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버즈가구’의 마일리 소파, ‘먼데이하우스’의 론 소파 등은 가격이 3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새 제품이 아니어도 기존의 소파만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 김 대표는 “국내 가정에서는 소파 대부분이 티브이(TV)를 바라보고 벽에 붙어 있는데, 소파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소파를 돌려 거실 창을 바라보게 놓으면 포근한 느낌을 얻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소파를 분리해 마주 보게 놓거나, 티브이를 벽에 붙이지 않고 측면에 놓는 등 새로운 구성을 통해 자유로운 분위기로 전환해 볼 것도 권했다. 윤 대표는 소파 아래에 까는 러그로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여름에는 색상이 과감하고 다양한 피브이시(PVC) 소재로 짠 러그를 깔면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에스닉한 느낌의 모로칸 러그도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소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푹신하거나 딱딱하거나, 좌판이 넓거나 좁거나,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 소파는 다른 어떤 가구보다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가구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구바이어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소파의 기준은?

김혜영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 대표 “소파의 기능을 생각하면 쉬는 것이 주목적이다. 푹 안기는 소파가 좋다. 빈티지 제품 중에 한스 웨그너의 '파파베어 체어'를 좋아한다. 앉으면 아빠 곰이 안아 주는 느낌이 들어서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신수빈 신세계백화점 가구바이어 “좌판의 길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의외로 이 길이에 따라 편안함이 결정되는데, 좌판이 길면 무릎이 굽혀지지 않아서 불편하고 너무 짧으면 안락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허리를 잘 받쳐주면서 좌판이 길지 않은 소파가 좋더라.”

신윤정 롯데백화점 가구바이어 “소파를 바꾼다면 색감이 있는 기능성 패브릭 소파를 선택하고 싶다. 가죽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북유럽 스타일 가구와도 잘 어울린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당연한 얘기지만 예쁘고 편안한 소파다. 그런데 의외로 세상에 편한 소파도 많고, 예쁜 소파도 많지만 두 가지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 층고가 낮은 한국 아파트에는 웅장한 디자인은 벅찬 느낌이 들어서 단순한 디자인의 소파가 좋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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