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씨오화’ 여의도점의 메뉴, ‘한국 초밥’. 사진 백문영 제공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이 있을까? 사람도, 음식도, 식당도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뜻밖의 국면을 만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 불교방송국 옆에 위치한 ‘삼씨오화’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주점이다. 우리 술과 직접 빚은 만두, 각종 해산물 요리를 판매한다. 한껏 흐드러지게 취할 수 있는 아늑한 한옥 공간이다. 이곳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여럿이서 만취해 큰 소리로 떠들기에도, 혼자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기에도 좋은 만능 술집이기에 가능했다. “‘삼씨오화’의 모든 음식과 술은 맛보았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니기도 했다.
‘삼씨오화’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2호점을 열었다. 지하철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빌딩에 있다. ‘내가 알던 삼씨오화가 맞나’ 하는 위화감이 들었다. ‘고즈넉하고 여유롭던 마포의 삼씨오화의 정서를 여의도에서 느낄 수 있을까’ 하고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여의도 오투타워 3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매장의 첫인상은 놀라웠다. 세련된 옷을 입고 제대로 멋 낸 친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익숙했지만 촌스럽지 않았다. 노을이 지는 여의도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유리창, 우리 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바, 각종 모임에 적합한 룸 등 새로 갖춘 모습이 든든했다. 소꿉친구가 성공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뿌듯한 마음으로 바에 앉아 칵테일을 주문했다. ‘갓 파더’, ‘진 토닉’ 같은 서양 클래식 칵테일은 물론이고 청주, 증류주 등 우리 술로 만든 칵테일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안동소주로 만든 칵테일과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한국 초밥’과 ‘해삼내장 모둠회’를 맛봤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일본식 선술집에서 파는 초밥과는 사뭇 다른 초밥이었다. 새로웠다. 명이나물 장아찌를 얹은 광어 초밥, 청귤을 곁들인 도미 초밥은 감칠맛이 도드라졌다. 두툼하게 썬 모둠회도 같은 감동을 줬다. 바닷가 횟집의 정겨운 느낌에 ‘삼씨오화’만의 섬세한 정서가 곁들여지니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곧 국면 전환이 되면서 놀랍도록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존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때 느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서 오는 설렘은 은밀한 나만의 감정이다. 다 알았다고 생각했을 때 좀
더 알고 싶어지는 존재야말로 매력적이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