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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함께 읽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진짜 재밌는 아동 도서

등록 2020-03-12 09:46수정 2020-03-12 09:51

지구·환경·고양이 등이 소재
4~7살 아동용 책…부모도 감동
감동 촘촘히 박힌 동시는 초등학생용
이다혜 작가가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 사진 각 출판사 제공
이다혜 작가가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 사진 각 출판사 제공

코로나19로 예기치 않게 온 가족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평일 대낮 층간소음의 세계를 알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택근무의 고단함을 초단기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하기도 한다. 성인들은 근심과 불안을, 어린이들은 무료함을 견디기 어려운 이때,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애초에 독서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면 책을 쥐여준다고 바로 책에 빠져 들 리 만무하지만, 가족과 함께 읽고 또 혼자 읽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해보았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괜찮을 거야’ 그림이 전하는 위로…4~7살용

<내 친구 지구>는 환경오염이 지구적 이슈가 되는 이때 가족이 함께 즐겁게 만지고 보고 놀 수 있는 책이다. ‘지구의 날’(4월22일) 50돌을 맞은 올해 출간된 이 그림책은 뉴베리 상 메달리스트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이 글을 쓰고 ‘202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힌 프란체스카 산나가 그림을 그렸다. 두 작가의 나이 차도 50살. ‘페이퍼 커팅 아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 친구 지구>의 책장은 전부 자연의 모습을 따라 구멍이 뚫려있거나 가장자리가 다르게 오려져 있다. 파도나 산, 나뭇잎 모양이다. 앞 페이지가 뒤 페이지로 이어지고, 뒤 페이지에서 보는 앞 페이지는 새로운 그림이 된다. 자연의 이치가 이러한데,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이어져 있으며, 그 모든 순간에 인간이 개입한다는 경험을 잘 제본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눈높이나 크기 감각을 뛰어넘는 지구적인 규모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지구는 작은 것을 보아요’라는 문장과 ‘지구는 커다란 것을 보아요’라는 문장은 다른 것 같지만 둘 다 지구적으로 옳은 말이며, 다른 식물·동물에 대한 책으로의 연결점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괜찮을 거야>는 자녀를 위해 구입한 부모들이 먼저 열광하는 그림책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한 아이가 버스에서 내려 도시로 발을 내디딘다. 아이의 팔과 다리, 키, 눈높이에 대도시의 까마득한 고층 건물과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 택시의 클랙슨 소리는 어느 것 하나 위협적이지 않은 게 없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는 조심스럽게 ‘괜찮을 거야’라는 주문을 외며 걷기 시작한다. 아이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참이다. 큰길은 어지럽다. 어두운 골목은 위험하다. 한여름 냄새를 풍기는 통풍구와 좋아하는 의자가 있는 공원 역시 도시의 일부다. 아이가 가는 곳마다 붙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 아이보다 더 작은 고양이가 아마도 헤맸을 길을, 아이는 따라 걷는 중이다. 고양이, 찾을 수 있을까? 시드니 스미스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인 <괜찮을 거야>는 <뉴욕타임스>·뉴욕공립도서관·<워싱턴포스트>·<퍼블리셔스 위클리>·<커커스 리뷰>·<스쿨 라이브러리 저널>·<혼북 매거진>의 올해의 그림책 등을 수상하며 201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혔으며, 최근에는 2020년 에즈라 잭 키츠상(미국 저명한 아동 도서상)도 수상했다. 수많은 수상 내역보다 더 대단한 점은, 이 책을 읽으면 성인도 대도시에서 길을 잃을 듯 막막함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고 공감하게 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고, 어른들의 세상은 제멋대로 위협적이거나 친절하거나를 반복하곤 했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지금 어린이들에게 더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괜찮을 거야”라는 책 제목이 주는 위안을 사회가 아이들에게 약속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시에서 발견한 뜻밖의 기쁨…초등학교 전 학년용

동시집 <레고 나라의 여왕>에는 김개미의 동시에 더해 김정은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그림책은 모두 하나의 시집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동시집이 주는 즐거움은 또 다른 세계의 것이다. 어린이가 세계를 충만하게 경험하게 하는 운문이 주는 즐거움이 책에 가득하다. 이 세계에는 비단 웃음과 행복만 존재하지 않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도 진하게 배어있다. <분신>이라는 시의 도입부. ‘나는 인형을 사랑해서/ 아주 많이 사랑해서/ 인형이 우는 소리를 만질 수 있어./ 분홍 배 속에 가득한/ 고요한 슬픔을 들을 수 있어.’ 인형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는 어린 마음에 가득한 감정을 먹먹하게 헤아리는 일. <따지는 거 아니야>라는 시는 이렇다. ‘엄마가 외출을 했는데/ 한참 재미있는데/ 내가 한 시간마다/ 전화를 하면 어떨 것 같아?/ 한 번이라도 전화를 안 받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그럼 정말 어떨 것 같아?’ 이 시는 어떻게 끝날까?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전부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의 독자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 가리라.

방주현의 첫 동시집 <내가 왔다>은 섬세한 관찰력이 자연과 사람을 향하는 장면들을 여럿 보여주는 책이다. 계절의 풍경을 소리로 보여주고, 수저통의 속닥거림 소리를 듣고, 마주 오는 같은 번호 버스의 기사들이 인사를 주고받는 신호를 구경한다. <달팽이 안전 교육>은 한 번 더 생각하면 웃기고 슬픈 이야기다. ‘여러분!/ “아, 귀여워!”/ 소리가 들리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해요./ 안 그러면/ 다시는 친구들을 못 만나요.’ 길을 가다 달팽이를 발견한 아이들이 “아, 귀여워!” 하고 달음박질해 한 마리 잡아 손에 올리는 순간이 달팽이 입장에서는 극적인 이별의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존재에 감정이입하는 법을 배우는 이 책은 어린이 감정 교육서다. “초등학생 때 나는 돌을 모으고 싶었어요. 어쩌면 내가 동시를 쓰는 일은 그때 돌을 찾아 줍던 마음이랑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여러분과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시인의 말을 읽으면, 이 책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 돌과 같은 것이 무엇일지 묻고 싶어진다.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가 그림을 그렸다.

크리스마스가 이미 지났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할머니의 팡도르>는 이탈리아 작가 안나마리아 고치가 쓰고 비올레타 로피즈가 그린 그림책이다. 신화·전설·민속·전통에 매료되어 기억과 증언 연구와 회복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안나마리아 고치는 이 책에서 한국의 <해님 달님>의 호랑이를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의 할머니는 혼자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그림자가 외딴집 문을 두드린다. 찾아온 죽음에게 할머니는 맛있는 빵을 입안에 넣어준다. 할머니는 사신으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마을의 아이들을 위한 빵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사신은 할머니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책 말미의 ‘옮긴 이의 말’까지 한 글자도 빼먹기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이탈리아의 산타 할머니 ‘베파나’ 전설은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들려줄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다혜(<씨네21> 기자·작가)

우리 아이 독서 지도는 이 책으로~

독서 교육 전문가 김소영의 <어린이책 읽는 법>. 재미있고 좋은 책이라고 아이에게 쥐여줘도 아이가 그 책에 빠져들지는 알 수 없다. <소설처럼>을 쓴 다니엘 페나크는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성인들이 독서를 좀처럼 하지 못하고 ‘새해 결심’ 정도로만 떠올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들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어린이책 읽는 법>은 즐기기 위한 독서,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독서 지도의 첫걸음을 도와주는 책이다. 아이에게 좋다는(혹은 잘 맞는) 책을 쥐여주면 알아서 좋아하리라는 운명론적 독서가 아니라, 책 읽는 방법을 잘 배우면 독서의 즐거움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 독후 활동을 배운다고 해서 획일적인 감상을 가질까 근심할 필요는 없다. 동시집, 동화책, 그림책, 역사책, 과학책 등 책의 종류별 독서법을 안다는 것은 그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비판력을 키우며 공감력을 키우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학습이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어린이가 아닌 어린이의 양육자가, 교육자가 읽으면 좋은 책이다.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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