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방학에 맞춘 겨울 휴가였다. 휴가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초록빛 열대와 스콜, 이국적인 해변과 거리를 아이들과 만끽하고 싶었다. 5, 6살 한 살 터울 아이들은 한국에서 ‘윷’을 챙겨 갔다. 하루 일과는 매일 이랬다. 기상, 윷놀이, 조식, 6시간 수영(수영장에서 중식), 목욕 후 윷놀이, 석식, 윷놀이, 취침. 아이들은 발리에 ‘윷놀이 여행’을 온 걸까. 매일 윷놀이를 했기 때문인지 발리 거리에 한국 풍경이 겹쳐 보였다. 내륙 마을 우붓 중심가는 카페, 레스토랑, 술집, 갤러리가 즐비했다. 서울 신사동과 삼청동 카페거리가 떠올랐다. 동양인 여행객 중에선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구글 지도 후기를 보고 찾아간 레스토랑엔 같은 호텔에 묵던 한국인 커플이 와 있었다.
반일 택시 투어를 안내한 현지인 가이드는 주 고객이 한국인들이라고 했다. 한국어가 유창했다. ‘날염’(염색법)과 ’무당’이란 단어도 알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현안인 걸 안다면서 코로나19 예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는지 알아?(귀 쫑긋) 인터넷에서 봤는데 진저(생강)와 레몬그라스를 섞어서 차를 타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안 된대. 여기선 그렇게 많이 먹거든.” ‘한국에도 김치가 있거든?’이라고 응수하려다 화제를 돌렸다. “발리와 가장 비슷한 나라는 어디라고 생각해?” ‘가장 가까운 말레이시아겠지’라는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섬마다 언어가 아예 다른데 한국처럼 존댓말이 있는 섬은 발리뿐이야. 한국인들이 사주를 보는 것처럼 발리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무당을 찾아가. 누가 환생한 건지 물어보지.” 그 얘기가 흥미로워 다시 물었다. “그럼 네 아들은 누가 환생한 거래?” “음 내 증조할아버지래.” 헐.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