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와 협업해 만든 발렌시아가 가방. 사진 발렌시아가 제공
패션 브랜드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몰두한다. 평범한 것 같지만, 그 안쪽을 살펴보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진일보한 기술을 담아내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자체를 생경한 것들로 꽉 채우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들끼리의 협업을 통해 새로움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번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몇몇 브랜드 중에 내 머릿속에 짙은 인상을 남긴 것들이 있었다. 추운 기운이 옅어지고 날씨가 따스하게 풀리면, 바로 그런 느낌의 옷들에 도전해볼까 한다.
발렌시아가는 항상 그렇듯 독특하다. 창의적이면서 기발하다. 이번 시즌엔 발렌시아가 특유의 어깨를 강조하는 스타일은 여전했지만, 화려한 패턴과 색감을 더 강조해 시선을 완벽히 사로잡는 룩들을 선보였다. 특히 강렬한 패턴 중 하나는 매거진을 활용한 것이다. 매거진의 화려한 표지를 콜라주 형식으로 디자인해 ‘플리츠(주름) 룩’에 담아낸 것이다. 가장 조명받은 아이템은 완구 캐릭터 헬로키티와 협업해 생산한 가방과 지갑인데, 이미 품절이 돼 재입고 일정을 알 수가 없다. 발렌시아가만의 위트가 여전히 생명력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업이다. 헬로키티 마니아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어냈다.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로로 피아나’는 항상 평범하면서도 무난한 스타일이란 평을 받았다. 하지만 로로 피아나는 직접 느껴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소재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덕분에 몸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촉감은 다른 브랜드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아주 생경하고 반가운 것이다. 이번 시즌에도 캐시미어부터 리넨, 코튼·리넨 샴브레이, 드라뷔 리넨까지 다양한 소재로 만든 제품은 로로 피아나 마니아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한 번은 꼭 입어보고 싶은 브랜드로 대접 받고 있다. 디올은 리모와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하드 케이스 여행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항상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입증한다. 선택받을 이유를 지속해서 생산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트렌드에 잘 부합하게 풀어가면 브랜드 가치는 더 상승한다. 그렇지 않다면? 추락하는 이유가 될 게 분명하다.
성범수(<인디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