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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피사회’가 들려주는 생의 의욕

등록 2019-01-11 21:08수정 2019-01-11 21:10

백문영의 먹고 마시기 사랑하기
전시 ’커피사회’. 사진 백문영 제공
전시 ’커피사회’. 사진 백문영 제공

서울만큼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도시가 있을까? 유행의 선두를 달리는 뉴욕에서도, 런던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도 허전한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서울로 돌아와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낡은 전통시장과 고급 백화점이 공존하는 묘한 조화야말로 서울만의 장점이다. 낡은 것에 매력적인 옛날의 정취와 풍류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새파랗게 어리지는 않지만, 충분히 젊고 풍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30대가 아닌가?

서울 강북의 중심엔 서울역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귀성객과 구경꾼으로 넘쳐나는 서울 중에서 서울이다. 마트와 영화관으로 붐비는 서울역사 옆에는 1900년에 세워진 옛날 서울역사가 있다. 2011년, 이곳은 ‘문화역서울284’이란 이름을 달고 각종 전시와 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우연이었다. 지인이 이곳에서 디제잉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 때문에 벼르고 벼르다 지난주, 드디어 그곳을 방문했다.

전시 ’커피사회’의 한 프로그램인 ’음악다방’. 사진 백문영 제공
전시 ’커피사회’의 한 프로그램인 ’음악다방’. 사진 백문영 제공

지금 그곳에 열리고 있는 전시는 <커피사회>. 다방과 찻집, 카페로 이어지는 한국의 커피 문화를 한눈에 들여다보는 전시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어쩐지 와 닿지 않았다. 중앙 홀로 들어서는 순간에야 전시는 오롯이 커피만을 위한 전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커피 향기, 커피를 주제로 한 설치 작품, 영화·문학과 서적 등, 온통 한국 커피의 역사가 가득했다. 중앙 홀에 위치한 작은 부스에는 연신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가장 인기 있는 가요와 팝송을 틀어주는 ‘음악다방’이라는 안내가 들렸다. 마침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에는 각 분야의 아티스트가 자신이 사랑하는 곡을 현장에서 디제잉 하는 ‘토요 디제이 부쓰’가 열린다. 방문했던 1월5일엔 뮤지션 김대중과 소설과 김연수가 행사에 참여했다. ‘유명한 음악가와 소설가를 한 자리에서, 그것도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눠주는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나직한 디제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올해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배우 이선균, 영화감독 김태용, 가수 이상은, 시인 심보선 등 아티스트가 차례로 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나눠 주는 커피는 수준급이다. 시내에서 커피 맛이 좋다고 소문난 카페 대부분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만든 ‘문화역서울284 스페셜 블렌딩’ 커피다. 메뉴팩트, 보난자커피, 펠트, 프츠 커피, 헬카페 등 이름만 들어도 명성이 자자한 카페들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특별한 커피다.

새해다. 여전히 춥다. 음악과 커피가 주는 따뜻한 위로가 절실하다. 올해도 잘 먹고 잘살고, 오래오래 많이 마시자고 다짐하며 서울역을 나선다. 전시는 2월17일까지 열리고, 입장료는 무료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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