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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최고의 바텐더가 차린 바···제철 술이 가득

등록 2018-10-18 09:59수정 2018-10-18 10:15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바 참’의 칵테일. 사진 백문영 제공
’바 참’의 칵테일. 사진 백문영 제공

종로구 내자동에서부터 통인동에 이르는 경복궁역 인근은 늘 가고 싶은 동네다. 선선하고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고궁의 뜰을 천천히 걷고 있으면 늘 새롭고 사는 게 사뭇 고맙다. 며칠 전 궁궐 담벼락을 걷다가 ‘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순간을 사진 찍듯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계절을 온몸으로 즐기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안주마을’과 ‘계단집’으로 대표되는 ‘세종마을 음식 문화 거리’부터 구수하고 뜨끈한 곰탕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옥반상’까지 경복궁역 인근은 맛있고 신선한 식당으로 북적거린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저 그날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고 차분하게, 쉬듯이 취하고 싶었다. ‘제2의 한남동’이라 불리는 ‘스피크이지 바’(‘무허가 술집’이란 뜻으로 간판이 없거나 들머리를 찾기 어려운 술집을 말함)의 천국, 광화문 뒤편으로 발길을 돌릴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있었다. 임병진은 한국 최고의 바텐더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는, 스타 중의 스타다. ‘바텐더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클래스 대회에서 국가대표 바텐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취재를 빌미로 그를 처음 만나면서부터 칵테일에 대해 눈을 떴을 정도다. 장안의 술꾼들이라면 모두 아는 스피크이지 바, 한남동 ‘스피크이지 몰타르’와 ‘블라인드 피그’를 거쳐 ‘마이너스’를 운영했던 이다.

몇 달 전, 그가 통인동에 새로운 바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는 가봐야지’했다. 지하철 경복궁역 2번 출구, 삼계탕으로 유명한 ‘토속촌’을 지나 샛길로 꺾으면 작고 옹기종기한 카페와 식당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골목을 더 지나면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낮은 한옥이 나온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스피크이지 바의 콘셉트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가지런한 모양으로 붙어있는 ‘바 참’ 문패가 왠지 반갑고 정겹다. 튼튼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겉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내부를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는 단단한 바 테이블, 도란도란 들리는 음악과 향긋한 나무 냄새까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바보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친분이 있는 바텐더가 있는 바는 늘 즐겁고 정겹다. “늘 마시던 거로”라고 말하며 ‘김렛’을 주문했다. 진과 라임주스를 넣어 만든 김렛의 맛은 상큼하고 짜릿했다. 안주 두부 스낵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서 계속해서 웃음이 났다.

계절을 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계절에 맞는 ‘제철 술’을 마시는 것만큼 이 순간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친구 집에 들어앉은 듯, 내 집인 듯 편안한 이곳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 잔, 그리고 또 한 잔을 마셨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야지.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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