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바삭한 육즙의 잔치···만두 대장 만났네!

등록 2018-07-11 20:06수정 2018-07-11 20:29

[ESC]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화상 손만두’의 군만두. 백문영 제공
’화상 손만두’의 군만두. 백문영 제공
이화여자대학교 앞은 예전부터 ‘쇼핑의 메카’이자 명동 못지않은 번화가로 손꼽혔다. 중학생 때였다. “중간고사 끝나고 이대 앞으로 놀러 가자”는 친구의 말은 늘 나를 설레게 했다. 처음으로 가 봤던 이대 앞은 정말 ‘멋진 신세계’였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세련된 옷차림의 예쁜 사람들부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옷들을 만날 수는 가게들과 각종 맛집까지, 중학생 눈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거리를 다시 가게 된 때는 대학교 진학 이후였다. 입학한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이화여대 앞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최근 다시 이화여대 앞을 서성이게 됐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처럼 근사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쇠락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대 앞에서 황망한 심경마저 느꼈다. ‘이대 맛집’, ‘이대 힙’ 같은 무의미한 단어를 검색 창에 쓰고 지우다가 문득 생각난 한 곳이 있었다.

‘화상 손만두’는 약 2년 전,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테이블 3~4개로 놓고 영업을 시작한 중국집이다. 동파육, 깐풍기, 잡채밥 등 여느 중국집과 다를 바 없는 메뉴를 파는 집이었는데, 그렇다고 그저 그런 중국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진미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만두다. 8000원인 ‘모둠 만두’를 주문하면 고기 찐만두, 김치 찐만두, 튀김 만두가 같이 나온다. ‘만두 맛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기 찐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육즙이 쭉 나와 놀란다. 곧 새콤하고 고소한 부추가 입안에 도착하고, 뒤이어 고기가 혀끝을 감싼다. 생각보다 강렬하고 정확한 맛에 놀란 채로 튀김 만두를 먹으면 부추와 고기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 더 놀란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은 튀김옷대로, 들어 있는 고기의 안온함은 안온함 그대로 맛나고 품위가 있다. 부추의 촉촉함까지 감동을 선사한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밸런스’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집에서도, 어떤 골목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르라면 정말 누가 뭐래도 중식이다. 중식이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동네를 조금만 더 돌아보면, 그리고 조금만 더 성의를 다해 찾으면 이렇게 좋은 중식집이 우리 근처에 있다. 중식이라면 모쪼록 배달 음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순간의 속도와 불의 온도, 모락모락 나는 김까지 살핀다면 중식이야말로 배달이 아닌 그 자리에서 먹어야 제맛을 느낀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조용한 여행이 대세…남해 보며 새해 용기를 다진다 1.

조용한 여행이 대세…남해 보며 새해 용기를 다진다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2.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ESC] 이렇게 만들면 만두피 안 터져요! 3.

[ESC] 이렇게 만들면 만두피 안 터져요!

숲 여행도 하고 족욕도 하고…당일치기 기차 여행 4.

숲 여행도 하고 족욕도 하고…당일치기 기차 여행

전설처럼 회자되는 한일전 참패…감성돔 낚시는 ‘두뇌싸움’ [ESC] 5.

전설처럼 회자되는 한일전 참패…감성돔 낚시는 ‘두뇌싸움’ [ESC]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