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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톡톡 터지는 도루묵, 솔송주 만나 왈츠 추다

등록 2017-12-20 20:05수정 2017-12-20 20:13

[ESC]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3C5花’의 방어회. 백문영
‘3C5花’의 방어회. 백문영
일상생활 속에 스며든 익숙한 것들이 지루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낯선 동네에서 먹고 마시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을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편한 일상, 익숙한 맛 그리고 늘 마시던 술이 가장 빛나는 가치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사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짜고 단 ‘인스타그램 맛집’, 젊은이들 사이에서 ‘요즘 뜬다는 레스토랑도 이젠 지겹다. 이럴 때 가장 당기는 음식은 역시 뼛속까지 디엔에이(DNA)가 박힌 한식이다.

한때 수상교통의 중심지이자 온갖 상인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로 명성 높았던 마포에는 돼지껍데기집, 갈비집 등 소박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식당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중에서 ‘3C5花’란 곳은 매우 독특하다.

지하철 마포역 4번 출구에서 불교방송사 뒤로 5분쯤 걸으면 아담한 한옥이 나타난다. ‘이런 곳에 웬 한옥이지’ 고개를 들어보면 ‘3C5花’라 쓰고 ‘삼시오화’라 읽는 정갈한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삼시오화는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한식 주점을 표방한다. 가양주연구소에서 함께 공부한 젊은 술꾼 두 명이 야심차게 만든 곳이다. 점심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데다 ‘낮술’까지 판매하는 넉넉한 인심의 주점이다. 혼자 앉을 수 있는 바부터 여럿이서 왁자하게 어울릴 수 있는 단체 좌석까지 고루 갖췄다. 30종이 넘는 막걸리, 청주, 증류주와 크래프트 비어, 위스키, 와인까지 모든 종류의 주류를 갖춰 이것저것 섞어 마시기에도 그만이다.

바 테이블에 홀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각종 해산물이 넘쳐나는 겨울은 은혜로운 계절이다. 기름이 한껏 오른 방어회, 제철을 맞아 알이 꽉 찬 도루묵을 넣은 묵은지 도루묵찌개, 갓 지은 밥 한 공기를 주문했다. 하루 동안 숙성해 고소한 맛이 가득한 방어회를 먹고 도루묵찌개를 한 입 떠먹었다. 찰진 도루묵 알들이 입속에서 데굴데굴 굴러들어왔다. 갓 지어 입천장이 데도록 뜨거운 밥을 휘휘 불어 한가득 집어넣고 차갑게 식힌 솔송주도 한 잔 따라 마셨다. 목구멍까지 시원한 솔잎 향, 오독오독 씹히는 도루묵 알, 달큰한 탄수화물의 맛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맵고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인 음식, 새로운 관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음식이 아닐까? 방어회 한 점을 또다시 입에 넣고 숨을 고른다. 백문영 <럭셔리>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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