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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원조 충무김밥+김 모락모락 만두=주말 혼밥

등록 2017-12-13 19:49수정 2017-12-13 20:06

[ESC]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60년 전통 충무김밥’의 김밥. 백문영 제공
‘60년 전통 충무김밥’의 김밥. 백문영 제공
연말이니 뭐니 해서 시끌벅적한 송년회 시즌, 사람과 술에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씻고 현관문을 나서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주말은 더욱 그렇다. 아침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 깔깔한 입안을 달랠 마음이 겨우 들면 대충 머리를 빗고 집을 나선다. 무언가를 사다 혼자 집에서 먹을 때 가장 요긴한 음식은 한입에 하나씩 쏙 들어가는 종류다. 상을 차릴 필요도, 그릇과 수저를 씻을 필요도 없기에 그렇다.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을 왼쪽으로 두고 골목에 들어서면, 현대종합상가가 있다. 지은 지 30년도 넘은, 지금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상가다. 겉보기와는 달리 이 상가는 음식 문화의 격전지다. 떡볶이와 순대, 칼국수, 중국음식, 순댓국, 충무김밥까지 간식거리로 판매하지 않는 음식이 없다.

혼밥을 결정한 날, 내가 찾는 곳은 ‘60년 전통 충무김밥’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통영 충무동이 원조인, 충무 김밥을 창시했다고 알려진 어두이 할머니의 딸이 운영하는 곳이다. 메뉴는 역시 충무김밥(사진) 한 종류다. 갓 지은 뜨거운 밥에 조미하지 않은 담백한 김을 만 김밥, 그리고 빨갛게 양념한 오징어와 무. 충무김밥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바로 그 모양새다.

김밥을 포장해서 나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산동 교자관’에도 들른다. 중국 만두가 대표 메뉴지만 훈툰탕, 전가복, 자연송이볶음 등의 정통 중국요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중식 전문점이다. 주문하고 10분 정도 기다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곳의 베스트셀러 찐만두를 만날 수 있다.

집에 돌아와 양손 가득 사 들고 들어온 음식을 그릇에 옮기면 ‘이것이 한국식 타파스(스페인의 한입 간식) 아닌가’ 생각이 든다. 소복이 쌓은 까맣고 빨간 충무김밥, 뽀얀 김이 폴폴 나는 단아한 찐만두까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고소하고 쫄깃한 김밥 한입, 시원하고 큼큼한 빨간 무와 오징어무침을 연이어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달고 시고 짠 맛이 입안에서 뒤섞인다. 함께 포장한 시락국으로 입안을 헹구고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찐만두를 베어 문다. 잘게 다진 표고버섯, 시원한 부추의 향, 돼지고기 육즙이 입안에 스미다가 중국 만두 특유의 두꺼운 피가 고소하게 씹힌다. 이런 훌륭한 안주를 두고 반주 한잔을 빼놓을 수 없다. 낮이면 어떤가? 주말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낮부터 마실 수 있는 것도 주말뿐인데.

백문영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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