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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나만을 위한 가치, 보석의 영롱한 변신

등록 2017-08-17 10:23수정 2017-08-17 11:15

가성비 높은 보석 20~30대 여성에게 인기
가죽·실 활용해 재가공
“보석은 사치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
보석의 주소비층이 여성과 2030세대로 이동하면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등 기존의 5대 보석을 주축으로 한 소비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보석의 주소비층이 여성과 2030세대로 이동하면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등 기존의 5대 보석을 주축으로 한 소비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아름답고 싶은 건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나이 불문하고. 나 역시 그렇다. 현실은 늘 이상을 비켜가지만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멋진 여성이길 꿈꾼다. 그런 이유로 최근 ‘패션의 완성’이라는 주얼리, 더 좁혀 말하면 ‘보석’(gem)의 세계에 빠지고 말았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진주 같은 것이냐고? 아니다. 이 고급 보석과 색상, 광택은 유사하나 가격은 훨씬 저렴한, 말 그대로 가성비가 높은 보석들이다. 최근 들어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성비 높은 보석들이 각광받고 있다.

아콰마린, 토파즈, 가닛, 페리도트, 그린쿼츠, 라피스라줄리, 자수정, 오팔 등을 들어본 적 있는가. 투자가치(환금성: 현금으로 교환), 희소성,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어 귀중품 대접을 받지 못한 불운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런 보석들이 은, 알루미늄, 주석, 가죽, 실 등을 만나 새 단장을 하면 최고급 보석 이상으로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더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멋내기’가 가능하다. 청바지 차림에 토파즈 실팔찌 또는 은에 세공한 그린쿼츠 귀고리를 걸면 세련미가 넘친다. 다양한 색상의 실반지도 한몫한다. 통통한 얼굴, 굵은 손가락을 시각적인 효과로 감춰줄 뿐 아니라 ‘청바지-티셔츠’라는 밋밋한 패션에 변주가 가능하다. 보석은 ‘격식을 갖춘 정장에만 어울린다’는 고정관념도 깰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액세서리 연출법도 다르지 않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보석이 세팅된 반지, 팔찌, 목걸이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행이 한참 지난 금으로 세팅된 보석 액세서리를 은, 천으로 리세팅(재가공)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값비싼, 큰 보석을 턱하니 걸치는 게 아니라 가격이 좀더 저렴한 작은 보석을 박아 멋을 내는 것이다.

“평소 캐주얼을 주로 입는데 끈으로 만든 팔찌, 얇은 반지를 여러 개 겹쳐 끼는 것을 즐겨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만난 최미진(32·직장인)씨의 목에는 사파이어가 달린 가죽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사파이어 금목걸이를 리폼했다”는 그는, “시댁에서 준 선물이라 망설였던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도 조만간 세팅을 다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보석을 선택하는 기준은 남다르다. ‘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최우선이다. 다이아몬드가 아니어도, 루비나 사파이어가 아니어도 된다. 보석을 얹는 금속 역시 굳이 비싼 금일 필요가 없다. 은·주석·알루미늄·가죽·천·끈 등이어도 상관없다. 보석도 옷처럼 쉽게 고르고, 유행에 뒤지면 리폼해서 유행과 스타일에 맞게 고쳐 멋을 내는 것이다.

김영출 한미보석감정원 원장은 “과거에는 5대 보석(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진주)만 선호했다면 지금은 아니다”라며 “1만~2만원짜리 루비, 0.01캐럿(1.0~1.3㎜) 다이아몬드 등이 인기를 끄는 등 보석 소비의 70~80%가 저렴한 상품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얼리 시장의 흐름은 저렴한 제품의 구매가 확산되고, 패션 주얼리 시장 확대와 정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예물 시장이 붕괴되는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트렌디한 ‘코스튬주얼리’(costume jewelry)가 호황을 이루는 상황이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온현성 소장은 “다양한 패션과 연계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코스튬주얼리, 즉 패션 주얼리 시장이 2013년 이후로 급속하게 성장해 7천~8천억 시장에 이른다”며 “보석의 모양도 다양해지고, 심지어 저렴한 원석 그 자체를 살려 제품으로 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제조·유통·도소매가 집적된 ‘주얼리 메카’인 종로3가 귀금속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코스튬주얼리 업체로 탈바꿈하거나 신진 보석 디자이너들이 속속 진출해 천편일률적인 생산-유통-소비 구조를 흔들고 있다. 썬주얼리상가에 입점한 ‘두리’의 경우 자체 디자인한 도매품을 선보인다. 주얼리 핵심 소비층이 2030세대로 변화한 것이 주효했다. 주얼리 업체 스핀토의 경우 김서정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타이 광산에서 구입해온 노란빛의 원석을 재료로 만든 코스튬주얼리를 생산한다.

고가 귀금속 판매업체마저도 코스튬주얼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케이디티(KDT)한국다이아몬드거래소’는 지난 2월 코스튬주얼리 브랜드인 로조틴토 매장을 열었다. 이누주얼리 강승기 대표는 “보석이 사치품이 아닌 패션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시대에 보석은 다른 얼굴로 변신 중이다. ‘사치’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gem : 보석. 광물 중에서 희소성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을 지녀 장식품으로 가공되는 광물. 젬스톤(gemstone)라고도 함. 산호, 진주 등은 생물이긴 하나 편의상 보석에 포함시킴. 최근 고가의 보석보다 가성비 높은 보석이 인기가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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