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다트대회에 참가한 박수홍. <다트 토크> 제공.
박수홍은 얼마 전까지 ‘국민 사윗감 후보 1순위’였다. 매사 신중하고 예의 바르며 절대로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의 전형이었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클럽에 가고, 다트에 빠졌다. 다트 기계를 집 안에 들여놓기까지 했다. 요즘 그의 관심 대상은 오로지 다트다. 제2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지만, 다트만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즐긴다고 한다. 매력이 뭐길래?
“말 그대로 다트에 확 꽂혔다. 현재 관심사는 연애도 결혼도 아닌 다트뿐이다.”
지난 21일 만난 자칭 타칭 ‘다트 홍보대사’ 개그맨 박수홍(46)의 첫마디다. 그는 인기리 방영중인 에스비에스(SBS)의 <미운 우리 새끼>에서 다트 기계를 임대해 설치하고, 연예인 친목모임 ‘반댈세’ 회원인 손헌수, 최대철, 최대성, 김태현 등과 다트 시합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다트에 꽂힌 건 정확히 1년 전이다. 즐겨 다니던 집 근처 세계맥주집 벽에 있는 다트 판을 보고 재미삼아 던져본 게 시작이었다. 영화 보기 외에 취미가 딱히 없었던 그때, 그는 지인들과 그곳에서 술잔을 종종 기울이곤 했다. “다트 판을 보고 우연히 던져 봤죠. 생각보다 재밌고 흥미롭더군요. 와~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어요.”
처음엔 그도 ‘별거 있어? 가운데만 맞히면 되는 거 아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머리 굴릴 필요 없이 던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온 신경을 집중해 내가 원하는 지점에 다트를 꽂아야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죠. 무엇보다 원하는 지점에 다트가 꽂혔을 때의 쾌감이란!”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거렸다. 연말 연예대상을 수상해도 이보다 신나 보이지는 않을 듯했다.
다트 게임을 알면 알수록 신세계가 열렸다고 한다. 점수를 내는 방식, 게임을 하는 규칙 등 모든 것이 신선했다. “국내에도 다트 전문바가 여러 곳에 이른다는 점도,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다트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놀라웠죠.” 지난달 9일 한국에서 열린 세계 다트대회엔 선수로 직접 참가하기까지 했다. 대단한 열의와 열정이다. “3000여명이 참가했으니 꽤 큰 규모였죠. 제가 몇등 했는 줄 아세요? 탤런트 한은정과 팀을 이뤄 무려 64강에 올랐어요. 이후 경기는 방송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계속 경기를 치렀다면 더 좋은 성적을 냈을지도 몰라요.”
다트 마니아 된 개그맨 박수홍
집에도 다트판 설치해
“외로움을 나누는 친구”
박수홍은 최근 다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다트 게임은 정직한 스포츠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 입문 1년 만에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도 노력의 결과물이다. 아무리 바쁘고 귀가가 늦어도 하루 1~2게임은 꼭 해왔다고 한다. 요즘 그에게 다트는 외로움을 나누는 ‘친구’다. “늦은 밤,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는 그는 다트 기계를 들여놓은 뒤부터 집에 오는 일이 즐겁다. “밖에 있을 때에도 온통 다트 생각뿐이에요. 다트는 정말 저처럼 외로운 사람한테 제격이죠. 다트 시합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주변의 ‘솔로’들에게 다트를 권유하는 게 요즘 제 일상이랍니다.”
다트 대회에 함께 출전한 한은정 역시 그가 다트에 입문시킨 케이스. “제이티비시(JTBC) <나도 시이오>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만났는데, 다트에 관심을 보여서 권해줬죠. 지금은 은정이도 다트에 반했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해요. 다트를 하는 제 모습이 멋있다고 칭찬해준 유일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하하. 제 집에 있는 다트 기계가 부러웠는지, 은정이랑 헌수도 집에 다트를 설치했어요. 제 단골 술집도 제 성화에 못 이겨 다트 기계를 들여놓았고요. 하하.”
그가 유독 다트에 꽂힌 이유는 뭘까. “고도의 집중력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꼽았다. 평소 야외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그는 다트가 실내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데다, 골프 못지않게 매너 게임이라는 점도 끌렸다고 한다. 다트는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시공간의 구애도 덜 받는다.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하기에 딱 좋아요. 기억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만큼 치매 예방과 산만한 아이들의 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니까요.”
박수홍은 다트에 입문한 뒤 인생관이 바뀌었다.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감이 우선이 되었다고 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다트는 그의 인생관도 바꿔놓았다. “다트는 인간관계의 축소판”이라며 “내 인생은 다트를 알고 난 전후로 나뉜다”고 했다. 지금껏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만 생각하며 살았다면, 지금은 자신의 만족감이 우선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전의 박수홍은 죽었다고.” 다트를 알게 되면서 ‘반듯한 박수홍’에 갇혔던 이미지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트 게임에서는 ‘제대로 꽂기’가 중요하다. 다트를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니라 단 1개라도 완벽하게 원하는 지점에 꽂아야 한다. 과거 박수홍의 인간관계가 다트 횟수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목표물이라는 결과를 중시한다. “예전에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정작 제가 힘들 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꽂히는’ 사람에게 더 집중합니다. 이들과 더 깊고 진실된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트를 통해 깨달은 셈이죠.”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어머니가 자주 하는 ‘쟤가 왜 저런대니’ 소리도 덜 듣게 되었다.
실제 ‘반댈세’ 회원들과 더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준 것도 다트다. 다트 덕분에 더 자주 만나고, 이들의 소중함도 더 절실히 알게 됐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다트를 해요. (윤)정수 합니다. (박)경림이한테 전파할 일만 남았네요. 하하.” 만약 애인이나 장래의 배우자가 다트를 반대한다면? 그는 “다트 싫다는 여자? 아무리 예뻐도 절대 안 만난다”고 잘라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다트(Darts) : 짧은 화살을 과녁에 맞춰 점수를 계산해 승부를 가리는 놀이. 다트의 끝인 ‘팁’을 금속으로 만든 스틸 다트(하드 다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자 다트(소프트 다트)로 나뉨. 최근 전자 다트 보급으로 동호인이 급속도로 확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