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호두 외에 나에겐 또하나의 반려동물이 있다. 기니피그인 ‘뿌쭈’다. 호두는 이제 한살이 조금 넘었지만, 뿌쭈는 무려(!) 5살이다. 뿌쭈에겐 단짝이 있었다. 이름은 ‘우쭈’였다. 5년 전 겨울 우쭈와 뿌쭈는 고속버스 택배를 통해 포항에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는데 판매업자가 고속버스 택배로 보내준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핫팩으로 둘러싸인 상자에 실려온 우쭈와 뿌쭈는 그렇게 가족이 됐다.
같은 엄마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우쭈와 뿌쭈는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성격은 완전 달랐다. 우쭈는 내향적이었고, 뿌쭈는 외향적이었다. 둘 다 수컷이었지만, 가만 지켜보면 꼭 부부처럼 행동했다. 뿌쭈는 영락없는 남편이었고 우쭈는 아내였다. 생물학적 성별이 꼭 중요치 않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2년 전 내성적이었던 우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기니피그를 봐준다는 동물병원을 어렵게 찾아 진료를 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기니피그 자체가 워낙 약한 동물이라 별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뿌쭈는 여전히 건강하다. 오히려 예전보다 신경을 못 썼는데, 그것이 더 좋게 작용한 듯했다. 지난 주말 사료를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뿌쭈를 한동안 지켜보았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문득 뿌쭈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궁금해져 검색을 해봤다. 기니피그 평균수명이 5년에서 무려 15년 사이였다. 이런 장수 동물이 태어난 지 1년도 안 돼 실험용이나 식용으로 죽어간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뿌쭈는 어찌됐든 평균수명은 넘겼다. 15년까지 꽉 채워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생명을 택배로 받았던 미안한 마음이 사라질 것 같다. 뿌쭈야, 오래오래 살아라!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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