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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뚫고 싶다

등록 2017-02-15 19:39수정 2017-02-15 19:57

[ESC] 헐~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피어싱이라는 수렁에 빠졌다. “중독성 큰데, 감당할 수 있겠어?”

주변의 우려에 “걱정 말라” 큰소리쳤는데 웬걸. 하루하루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유혹은 끈질기고 집요하다. 꿈속에서까지 피어싱으로 더 예뻐 보이는 신민아, 보아, 한예슬, 태연…이 떠오른다. ‘아아악~ 더는 안 돼!’

6개. 현재 내 귀에 만든 구멍 개수다. 20여년 전 4곳을 뚫었고, 최근 2곳에 구멍을 더 냈다. 당시와 달라진 건 위치가 귓불이 아닌 연골(아웃컨츠)이라는 사실. 가족과의 불화나 심경 변화가 있었냐고? 아니다. 100% 내 호기심과 충동 때문이다.

1월8일 동네 아줌마 넷과 차를 마시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분전환 방법’을 논한 것이 화근(?)이다. 결론이 ‘여성의 변신은 무죄’로 모아졌다. 이어 커트, 펌, 염색 등 헤어스타일 변화와 네일아트, 피어싱, 문신 중에서 ‘무엇을 할까’로 옮겨갔다. “피어싱 어때?” “이건 젊은 애들이나….” “더 늙기 전에 하자.” “무섭지 않을까?” “미영 언니, 귀고리를 4개나 하고 있으면서. 흐흐.” “눈이 멀기도 한다던데….” “까짓것, 하자. 넷이 한꺼번에 해야 할인도 받지.”

어느 순간 넷의 발걸음이 피어싱 매장을 향하고 있었다. 공포가 엄습했지만,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용기를 냈다. 드디어 일회용 바늘이 연골을 파고들었다. ‘쓰~으~윽’ 소리가 선명했다. 나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질렀다. 아팠냐고? 잠시 따끔했을 뿐 우려만큼 고통스럽진 않았다. 세상이 암흑천지로 변하는 불상사도 없었다.

그 고통은 이후 고생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피어싱은 관리가 관건이다. 완벽하게 아물기까지는 꼬박 1년. 가급적 무언가에 닿지 않고 만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극도의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 붓고, 피가 나고, 욱신거리고. 얼마 전 딸의 손길 덕에 지옥을 경험했다. 병원에서 소염진통제 처방까지 받았다. 지금은 아이들이 내 곁으로 달려들면 “엄마, 귀!” 소리부터 내지른다. 그뿐인가! 음주도 자제하고, 샤워 후엔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이 아닌 귀를 말린다. 피어싱 없는 방향으로 누워 자는 건 기본이다. 40대 중반에 왜 이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번쩍이는 귀를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만족도는 200% 이상이다. 오른쪽 귀 트라거스(이주·귀구슬. 귓구멍 앞쪽의 돌출 부분)에 하나 더 뚫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물론 남편의 반응은 ‘헐~’이지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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