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여년 전인가봅니다. 누가 거하게 밥을 사겠다며 서울 대방동 어느 골목의 한 횟집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회를 안 먹는 저로선 퍽 난감했습니다. 아, 오늘도 기본반찬과 매운탕으로 소주를 마셔야겠구나.
제 짐작은 틀렸습니다. 그가 주문한 건 바닷가재 코스. 꼬리 회로 시작해 찜, 버터구이, 탕까지 이어진 식사는 말 그대로 ‘바닷가재 축제’였습니다.(물론 전 꼬리 회는 안 먹었습니다만.) <한겨레> 입사 시험에 합격한 뒤 너무 기뻐 친구들에게 ‘입사턱’으로 샀던 바닷가재 이후 5년 만에 먹게 됐으니,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심지어 저는, 명절 때면 엄마가 오로지 저 때문에 새우전을 50~60마리씩 부쳐댈 정도로 ‘갑각류 킬러’니 말입니다.
갑각류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건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면서입니다. 바위틈에 숨어 동정을 살피는 꽃게, 제 몸의 몇 배는 되는 소라껍데기를 짊어진 채 없는 척하는 소라게, 지나치게 예뻐 넋을 잃게 만드는 광대새우와 유령새우,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끄덕새우, 다이버들과도 잘 놀아주는 청소새우, 허물을 벗은 닭새우…. 이런 녀석들을 찾아낼 때의 짜릿함은 말로 할 수가 없어요. 갑각류도감을 보다 새우 같은데 가재고, 가재 같은데 새우라 해서 ‘멘붕’에 빠질 때도 있지만, 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은 구구단을 남들보다 빨리 외워 잘난 척하고 싶어 안달 났을 때를 능가합니다.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좀 잡아오지 그랬어?”라거나 “맛있겠다”는 반응이 나올 때가 그렇습니다. 다이빙하면서 어떤 녀석을 봤다고 자랑하거나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면 몇몇은 꼭 하는 이야깁니다. 스쿠버다이빙이 어로 행위도 아니고, 그저 예쁘고 신기한 녀석들을 구경하고 같이 놀다 온 건데, 그 아이들을 그저 ‘먹거리’로 여기는 거죠. 누가 반려견을 보고 “맛있겠다”고 하면 몰상식한 사람으로 여기면서 왜 바다생물은 ‘볼거리’(친구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와 ‘먹거리’로 구분해 접근하지 않는 걸까요? 박미향 기자가 발품 팔아 소개한 식당에서, 10여년 전보다 저렴해진 바닷가재 한 마리 뜯으며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조혜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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