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 인근의 카메라 상가. 이정국 기자
주말에 가족모임이 있었다. 나에겐 가족이지만 아내에겐 시댁과 함께하는 불편한 자리일 뿐이다. 시부모에 아주버님 식구까지 함께하는데 편할 리가 있겠나.
엄숙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아내의 얼굴이 벌게지더니 고개를 숙이며 “으흐흥”,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어디 아픈가? “푸훅, 컥컥.” 신음소리가 점점 이상해졌다. “왜 그래.” 옆구리를 쿡 찔렀더니, 아내가 휴대폰 문자로 답했다. “창밖을 봐.”
“푸훅~.”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뿜을 뻔했다. “크크크크으흐흥.” 나한테서도 이상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남대문의 유서 깊은 카메라 상점 ‘대보디지털’이 길 건너 전봇대 하나 때문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다니. 부모님은 컥컥대는 우리 부부를 ‘쟤들이 실성을 했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릴 때 봤던 <가족오락관>이 떠올랐다. 상대쪽 패널 4명이 동시에 외치는 입 모양을 보고 단어를 알아맞히는 ‘이구동성’ 게임이 인기였다. 그날 제시된 단어는 ‘왁자지껄’. 첫번째 답변자의 입에서 “왕”이란 말이 나왔다. 그 뒤 나온 답은 몇 차례 “삐” 처리가 됐고,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다. 마지막 답변자의 대답은 “커”였다. ‘○○어머니회’ 방청객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글은 끝까지 봐야 한다. 인생은 정말 한 끗 차이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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