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쾅시폭포. 김은형 기자
[매거진 esc] 2015년 여행 키워드-가족, 학습, 소도시, 수상레저, 황금연휴
여행자들에게 2015년은 어떤 해가 될까. 먼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1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를 보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4.6%가 외국여행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20대 여성 중에는 홍콩·마카오 및 대만을 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은 이들이 많았고, 40대 이상 남성은 중국 및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여행 형태는 ‘개별 자유여행’(36.3%)이 가장 많았고, ‘전체 패키지 여행’(28.4%), ‘에어텔 여행’(23.8%)이 뒤를 이었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행을 보류한 국가로는 필리핀(26.1%), 일본(25.8%), 타이(21.5%) 등이 꼽혔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행을 일로 삼아 먹고사는 여행작가들과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2015년에 주목할 만한 다섯 가지 화두를 골랐다. 여행 때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키워드들이다.
가족여행
‘세월호’ 이후 전 국민의 가슴에 뜨겁게 와닿은 단어가 ‘가족’이다. 세월호의 아픔은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족에 대한 관심은 여행 흐름에도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나투어 정기윤 홍보팀장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당분간 개인 여행보다는 가족단위 여행이 더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맺힌 단어가 ‘현재’와 ‘안전’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여행을 계획하기보다, ‘현재’ ‘가족’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행 전, 안전 문제를 꼼꼼히 챙겨보거나, 크게 염두에 두지 않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2014년 조사한 ‘국내외 사건·사고가 해외여행에 미친 영향’ 설문 결과를 보면 “일본 방사능 유출 확산 이후 일본 여행 의향이 낮아짐”(73.5%), “에볼라 확산 이후 해외여행 의향이 낮아짐”(66.1%),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선박 이용 해외여행 의향이 낮아짐”(54.5%) 등으로 나타나,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고조돼 있음을 드러냈다.
인문학 등 학습 테마 여행
여행은 휴식과 재충전을 넘어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평생학습의 열기가 여행에도 점차 뿌리내려가고 있다. 여행을, 자신의 관심 분야를 좀더 깊이있게 배우고 탐색하는 과정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최근 몇년 새 부쩍 늘어난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테마 여행이나, 건축·사진·음식·생태탐방 등 전문 분야 학습을 내세운 여행 프로그램과 상품들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각 분야 전문가가 특정 주제를 내건 여행길에 함께하며, 깊이 있는 강의와 해설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며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레일과 춘천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인문학 강의 열차’를 3월부터 경춘 전철 노선에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지난가을 삼남대로·영남대로 옛길을 탐방하며, 지역 도서관에서 펼친 인문학 강좌로 호응을 얻었던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도서관협회 주관)도 옛길과 각 지역 도서관을 연계한 인문학 테마 여행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행사들도 미식여행, 여행사진 촬영 학습여행, 그리고 박물관·미술관 여행이나 음악·문학 테마 여행 등 다양한 국내외 여행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소도시 개별여행 늘면서
패키지 상품까지 확대
외국에서나 하던
서핑, 스노클링 국내로 확산 소도시 여행 대도시 위주의 패키지 여행 대신,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개별여행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파가 붐비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덜 알려진 소도시나 두메(오지)마을 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국내외 여행을 막론하고 관심을 끌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들 다 가는 이름난 경관이나 도시가 아닌,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관심거리를 중시하는 개성적 여행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덜 알려졌으면서도, 구석구석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한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려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소도시 여행은 자유일정으로 떠나는 행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이러한 여행인구가 늘어나면서 여행사들에서도 라오스 방비엔·베트남 호이안 등 동남아나, 일본과 유럽의 소도시와 두메마을 등 패키지 여행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서핑 등 수상 레저
서핑은 외국여행 때나 즐기는 레저로 인식돼왔다. 보드 하나에 몸을 싣고 거대한 파도를 타며 질주를 즐기는 수상레저 활동이다. 레저업계에선 외국여행 및 외국여행 때 역동적인 수상레저 활동 경험자들이 늘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핑이나 요트·스쿠버다이빙과 같은 수상레저 활동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핑의 경우 10여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최근 2~3년 사이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5~6년 전까지 100여명 선에 머물렀던 서핑 인구가 2014년말 현재 1만5000~2만명으로 급증”했다. 사철 수시로 서핑을 즐기는 마니아층은 1500명 정도지만, 일회성 입문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서핑 경험자는 5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서핑은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요트·윈드서핑·스쿠버다이빙 등보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서핑의 장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훨씬 역동적인 레저란 점도 매력이다. 국내 여름 서핑 적지로 꼽히는 제주도 중문해변 등과 부산 송정해변·해운대해변, 가을·겨울 서핑 적지로 이름난 강원 기사문해변·죽도해변·남애해변 등에는 서핑 장비 대여 및 초보자 교육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전국에 70여곳을 헤아린다. 역시 동남아 여행 때나 체험하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늘었다. 제주도 해변이나 삼척 등 물이 깨끗한 강원도 일부 해변을 중심으로 스노클링 인구도 늘 전망이다.
황금 연휴
2015년엔 주말과 겹치지 않는 공휴일이 꽤 많다. 설 연휴가 그렇고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한글날, 성탄절 등이 그렇다. 당장 설 연휴(2월18~20일)는 주말과 이어져 닷새간의 연휴가 된다. 5월엔 근로자의 날(1일)이 주말과 이어지고 월요일 다음엔 어린이날(5월5일)로 연결돼,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낼 경우 역시 닷새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석가탄신일(5월25일)은 월요일이고, 한글날(10월9일)은 토요일이어서 사흘 연휴가 된다. 갤럽에서 조사한 여행 트렌드 전망에서도 외국여행 계획 시기로 노동절과 어린이날이 이어지는 샌드위치 휴무 기간에 다녀오겠다는 응답이 57.6%로 1위를 차지했고, 닷새를 쉴 수 있는 설연휴가 40.8%로 2위, 사흘을 쉴 수 있는 한글날 기간이 34.0%로 3위를 차지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경남 남해 해바리마을 가족여행. 이병학 기자
패키지 상품까지 확대
외국에서나 하던
서핑, 스노클링 국내로 확산 소도시 여행 대도시 위주의 패키지 여행 대신,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개별여행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파가 붐비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덜 알려진 소도시나 두메(오지)마을 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국내외 여행을 막론하고 관심을 끌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들 다 가는 이름난 경관이나 도시가 아닌,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관심거리를 중시하는 개성적 여행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덜 알려졌으면서도, 구석구석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한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려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소도시 여행은 자유일정으로 떠나는 행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이러한 여행인구가 늘어나면서 여행사들에서도 라오스 방비엔·베트남 호이안 등 동남아나, 일본과 유럽의 소도시와 두메마을 등 패키지 여행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강원도 양양 기사문해변 서핑.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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