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박물관, 창고천 보고서
계곡 일대는 동식물·민속 보고
계곡 일대는 동식물·민속 보고
“처음으로 귀양살이 하던 집을 나서는 날에/ 먼저 가까운 시냇물을 찾았더니/ 푸른 바위가 굽이굽이 서 있고/ 낮은 폭포는 늦가을 단풍에 걸렸구나.” 조선 영조 때인 1768년 제주에 유배돼 지금의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임관주는 유배생활에서 풀리자 가장 먼저 인근에 있는 안덕계곡(사진)을 찾았다. 안덕계곡을 본 그는 물이 흐르고 사방이 계곡으로 둘러싸인 경치를 보며 이런 시를 바위에 새겼다.
창고천의 하류인 안덕계곡 일대에서 최근 고인돌 5기와 패총 1곳이 새롭게 발견됐다. 안덕계곡 일대는 담팔수, 구실잣밤나무, 붓순나무 등 난대성 수종이 우세한 지역으로 천연기념물 377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대 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 등 도내 4개 국공립 박물관이 11일 발간한 공동 학술조사보고서 <창고천의 원류를 찾아서>에는 안덕계곡의 가치가 드러난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한해 동안 창고천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안덕계곡 일대는 동식물의 보고일 뿐 아니라 제주 민속의 보고로 나타났다.
한라산 남서쪽 삼형제오름 일대에서 발원해 안덕면 일대를 지나 황개천에 이르는 16.5㎞의 창고천은 절경이 뛰어나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안덕계곡을 비롯해 고인돌, 바위에 글을 새겨넣은 마애석각, 당과 경계용으로 돌을 쌓아 만든 잣성, 원앙 등 풍부한 생태문화적 자원을 지니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솔잎난, 지네발난 등 2종과 왕초피나무 등 특산식물 10종이 확인됐고,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2급 곤충 4종과 한국고유생물종 37종이 발견됐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인 원앙, 황조롱이매, 두견이 등 조류 10종도 관찰됐다.
보고서는 “창고천이 안덕계곡 탐방로 이외에도 안골 반딧불이 탐방로, 올레 9코스, 세계지질탐방로, 한라산 둘레길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문화관광 자원을 발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사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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