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1 이제는 박물관 유물 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나 볼 수 있는 물건이지만, 19세기에 발명된 타자기는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로 대체되기까지 100년가량 글 쓰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기계였다. 글 쓰는 도구가 글 쓰는 정신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저술가는 타자기와 독특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2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편두통과 시력 저하에 맞서려고 타자기를 썼다.
3 마크 트웨인은 자신이 타자기로 원고를 쓴 첫 작가라고 주장했다. <톰 소여의 모험>(1876)이 그 원고라는 것이다. 그러나 타자기 수집가 겸 역사가 대릴 레어는 그 주장이 오류라고 지적하며, 사상 최초로 타자된 책은 <미시시피강의 추억>(1883)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트웨인의 작품이다.
4 윌리엄 버로스는 우리의 인생과 책을 써주는 기계, 즉 ‘부드러운 타자기’가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의 소설에 바탕을 둔 영화 <벌거벗은 점심>에는 곤충 모양으로 살아있는 타자기가 그에게 소설을 불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5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책장에 타자기를 놓고 서서 글을 쓰곤 했다. 이 타자기는 쿠바 아바나의 헤밍웨이박물관 책장에 아직도 놓여 있다.
6 잭 케루악은 1분에 100단어를 타자하는 솜씨로 유명했다. 그는 용지를 바꿔 끼는 일을 번거롭게 여겨, 종이를 두루마리로 말아 타자기에 끼워 <노상에서>를 썼다. 집필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그는 36m가 넘는 분량을 쳐냈다. 7 레너드 코언은 <아름다운 패배자들>을 탈고한 다음 자신의 타자기를 에게해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8 돈 마퀴스는 수필 연작 <아치와 메히타벨>이 ‘아치’라는 바퀴벌레가 타자기 자판을 뛰어다니며 쓴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품은 알파벳 소문자로만 쓰였는데, 대문자를 치는 데 필요한 시프트 키가 너무 무거워 바퀴벌레 힘으로는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9 ‘유나바머’로 더 잘 알려진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기술 문명에 반대하는 뜻에서 사업가와 과학자들에게 우편으로 폭탄을 보냈는데, 그때 자신의 편지를 수동 타자기로 썼다. 10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펑크 문학의 고전 <뉴로맨서>(1984)를 헤르메스2000 수동 타자기로 썼다. <카운트 제로>(1986)를 절반쯤 썼을 때 타자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그는 필기도구를 애플 컴퓨터로 바꿨다. 11 할런 엘리슨은 모든 글을 타자기로만 썼다. 자신의 타자기를 수리해줄 사람을 더이상 찾지 못하게 되자, 직접 타자기 수리법을 배우기까지 했다. 그는 컴퓨터가 글쓰기에 해롭다고 생각했다. “예술 하기가 더 쉬워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디자이너 듀오
6 잭 케루악은 1분에 100단어를 타자하는 솜씨로 유명했다. 그는 용지를 바꿔 끼는 일을 번거롭게 여겨, 종이를 두루마리로 말아 타자기에 끼워 <노상에서>를 썼다. 집필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그는 36m가 넘는 분량을 쳐냈다. 7 레너드 코언은 <아름다운 패배자들>을 탈고한 다음 자신의 타자기를 에게해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8 돈 마퀴스는 수필 연작 <아치와 메히타벨>이 ‘아치’라는 바퀴벌레가 타자기 자판을 뛰어다니며 쓴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품은 알파벳 소문자로만 쓰였는데, 대문자를 치는 데 필요한 시프트 키가 너무 무거워 바퀴벌레 힘으로는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9 ‘유나바머’로 더 잘 알려진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기술 문명에 반대하는 뜻에서 사업가와 과학자들에게 우편으로 폭탄을 보냈는데, 그때 자신의 편지를 수동 타자기로 썼다. 10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펑크 문학의 고전 <뉴로맨서>(1984)를 헤르메스2000 수동 타자기로 썼다. <카운트 제로>(1986)를 절반쯤 썼을 때 타자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그는 필기도구를 애플 컴퓨터로 바꿨다. 11 할런 엘리슨은 모든 글을 타자기로만 썼다. 자신의 타자기를 수리해줄 사람을 더이상 찾지 못하게 되자, 직접 타자기 수리법을 배우기까지 했다. 그는 컴퓨터가 글쓰기에 해롭다고 생각했다. “예술 하기가 더 쉬워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디자이너 듀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