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 5월28일 미국의 시인이자 음악인으로 ‘랩의 대부’라 불리는 길 스콧헤런이 향년 62살로 타계했다. 그를 기리는 뜻에서, 대표작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1971)를 일부 옮겨본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집에 있을 수는 없을 거다. 집에서 켜고 틀고 빠질 수는 없을 거다. 마약이나 하면서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광고 시간에 맥주나 마시려고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테니까.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혁명은 제록스의 후원으로 광고 없이 4부로 나뉘어 방영되지 않을 거다. 혁명은 할렘에서 압수한 곱창을 먹으라고 존 미첼(닉슨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 에이브럼스 장군(베트남 전쟁 시절 미군 지휘관), 스피로 애그뉴(닉슨 행정부 시절 부통령)가 들이대는 지도자 닉슨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거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혁명은 셰퍼 어워드 시어터(영화 프로그램)가 제공하지 않을 거고, 내털리 우드(영화배우)나 스티브 매퀸(영화배우)이나 불윙클(만화영화 주인공)이나 줄리아(시트콤 주인공)가 출연하지도 않을 거다. 혁명은 네 입을 섹시하게 만들어주지(울트라 브라이트 치약 광고) 않을 거다. 혁명은 털뿌리를 제거해주지(시크 면도날 광고) 않을 거다. 혁명은 네가 3㎏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해주지도 않을 거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테니까.

‘그린 에이커스’(시트콤), ‘베벌리 힐빌리스’(시트콤), 후터빌 교차로(‘그린 에이커스’에 등장하는 가상 지명)는 이제 아무 상관이 없을 거고, 여자들은 딕과 제인(미국 교과서에 등장하는 백인 자매)이 마침내 ‘미래를 찾아’(티브이 드라마) 나서든 말든 신경쓰지 않을 거다. 거리에는 밝은 내일을 찾는 흑인들이 있을 테니까.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테니까.

11시 뉴스 하이라이트는 없을 거고, 팔에 털이 난 여성해방운동가나 코를 푸는 재키 오나시스(케네디 대통령 미망인)의 모습도 없을 거다. 주제곡은 짐 웹(작곡가)과 프랜시스 스콧 키(미국 국가 작사가)가 짓지 않을 거고, 글렌 캠벨(백인 가수), 톰 존스(백인 가수), 조니 캐시(백인 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백인 가수)나 레어 어스(흑인음악 전문 레이블 모타운에 소속됐던 백인 밴드)가 부르지도 않을 거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테니까.

혁명은 백색 태풍(에이젝스 세제 광고), 백색 벼락(마운틴 듀 음료의 일명), 백인에 대한 광고 다음에 바로 이어지지 않을 거다. 침실에 들어온 비둘기(도브 겨드랑이 냄새 제거제 광고), 탱크에 들어온 호랑이(엑손 정유 광고), 변기에 들어온 거인(살보 세제 광고와 티디볼 화장실 세척제 광고)을 신경쓸 필요도 없을 거다. 혁명은 코크와 함께하기에(코카콜라 광고) 좋지 않을 거다. 혁명은 입냄새를 낳는 세균을 없애주지(리스터린 구강세척제 광고) 않을 거다. 혁명은 너를 운전석에 앉혀주지(허츠 렌터카 광고) 않을 거다.

혁명은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티브이 중계되지 않을 거다. 혁명은 재방송되지 않을 거다. 혁명은 생방송일 거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디자이너 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