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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찍으며 꿈도 희망도 얻었다

등록 2011-05-19 10:56수정 2011-05-19 11:30

[esc 커버스토리]
35년 동안 ‘가족’ 파격적으로 담아온 최광호 사진작가
나에게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피사체였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인생의 교과서였다. 내가 가장 먼저 찍은 가족은 할머니였다. 치매 걸리신 할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죽어가는 할머니를 향해 셔터를 눌러대면서, 사는 게 무엇이고 죽는 게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 속 할머니는 지금도 내게 사람의 참모습,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다음으로 찍은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특히 벗은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지금의 나를 만든 부모님의 몸을 통해, 내가 만들어진 근원을 생각했고 가족이기에 주고받을 수 있는 끈끈한 믿음과 정, 거짓 없는 사랑을 느꼈다. 아들이 잘된다면 가릴 것 없다시며 스스럼없이 알몸이 되어주셨던 어머니. 그 헤아림은 큰 감동이었으며 지금도 엄마만 생각하면 열정이 솟구친다.

아내·딸도 내 가족사진 주인공이다. 사진으로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해준 대상이 아내와 딸이었다. ‘내가 아버지구나, 내가 남편이구나’ 그렇게 세상을 직시하게 했고 과연 어떻게 살아야 ‘사진가 최광호’의 본분을 다할 수 있는가 고민하게 했다. 또한 게으름 피우기보다는 스스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도록 채찍이 되어주었다.


장인·장모는 나를 가족사진가로 세상에 알려지게 한 은인이다. 장인·장모께서 돌아가시는 순간을 보면서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은 우리 가족만의 일이 아니구나, 우리 인간 모두가 결국은 죽는구나 생각했고 내 피붙이뿐 아니라 모든 삶과 모든 죽음으로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돌아보건대 내게 가족사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죽음사진을 통해서 ‘포토그램 육체’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동생의 죽음에서는 ‘최광호 타입’이라는 대명사가 탄생했으며, 장인·장모 사진에서는 ‘땅의 숨소리’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니 내 사진 철학은 모두 내 가족을 통해서 이뤄진 셈이다.

이제 곧 여든을 넘어 죽음을 향해 가시는 어머니께서 여생을 보내시러 강원도 평창으로 내려오신다. 무엇을 찍겠다는 계획은 없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의 살내음과 숨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내 곁에 계시는 어머니와 함께 이뤄갈 시간이 나를 설레게 한다.

나고 죽고 다시 살고 죽고. 그 과정을 보고 사진으로 담으면서 나는 사진가로 성장했다. 단순히 기념사진 찍듯이 좋고 기쁠 때만 가족사진을 찍었다면, 사람의 출발인 탄생에서부터 그 끝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 호흡 내 숨소리가 닿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최광호식으로 가족을 보지 않았다면, 최광호라는 사진가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가족은 나의 꿈이요, 나의 희망이다.


글<30FB>사진 최광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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