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만준씨가 부인 이경희(65)씨와 결혼을 한 달 앞둔 1971년 11월 어머니와 함께, 1983년 봄 임씨의 두 딸과 아들의 어린 시절, 1980년대 초 임씨 부부, 임씨의 어머니가 살아 계시던 1990년께, 지난 14일 한데 모인 임씨 부부와 두 딸 내외 가족.(임만준 제공)
[esc 커버스토리]
늘어나는 가족, 익어가는 세월…공덕동 사진사 임만준씨의 50년
늘어나는 가족, 익어가는 세월…공덕동 사진사 임만준씨의 50년
임만준(70)씨는 사진사다. 50년 가까이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지켜봤다. 서울 공덕동 명동사진관을 지켜온 건 40년째다.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지난달 바로 옆 오피스텔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엔 장성한 두 딸, 사진가의 길을 잇는 아들과 찍은 가족사진이 걸렸다. 누군가의 가족사진을 찍으며 그도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70~80년대에는 사람들이 가족사진을 많이 찍었죠. 집 한쪽 벽면을 가족사진으로 채웠으니까. 그게 하나의 상징 같았어요. 가족이 풍성하고 행복하다는 표상. 집을 사서 가족사진을 찍자, 그게 많은 사람들의 꿈이었지. 지금은 참 이상해. 아파트에 가족사진 걸어두면 집 버린다고, 보기 안 좋다고들 하더라고, 거참….”
가족사진 속 가족의 중심도 바뀌었다. “그동안 독선적으로 살아온 남자는 껍데기요, 여자는 핵이 됐어. 이제는 손님들 앉힐 때도 어머니를 제일 좋은 가운데 자리에 앉히지요.”
변한 건 가족사진의 구도만이 아니다. 가족사진 찍는 이들이 줄어든 대신 오래된 사진 복원해달라는 손님이 많다. “2000년 넘어오면서 디지털이라는 혁명적인 물건이 나타났어요. 합성·복원이 다 가능해. 나도 배웠죠. 이제는 다른 컷에서 얼굴을 따서 붙이기도 해요. 웃는 게 제일 좋은데 눈 감았으면 눈만 감쪽같이 떼어오고. 바빠서 가족사진에 빠진 아들 사진을 나중에 따로 찍어 합성하기까지 한 적도 있어요. 잘 된 건지 아닌지….”
그에게 가족사진의 의미를 물었다.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죠. 아이들·가족이 모두 담겨 있으니…. 지금은 좀 달라졌는데, 뭐, 시대가 그런 걸 어떡해? 그래도 가족사진 때문에 가족이 모인다는 게 의미 있는 거 아니오? 잘 차려입고 나와 만나서 기분 좋게 사진 찍고, 점심도 다 둘러앉아 먹고…. 그게 또다른 가치인 거지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