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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꼼표, 필요한 까닭

등록 2011-01-13 13:58수정 2011-01-13 14:34

[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말과 달리 글로는 미묘한 뜻을 전하기가 어렵다. 문장부호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반어적, 풍자적 표현을 위한 문장부호까지 정식으로 갖춘 언어는 거의 없다. 그래서 여러 문화권은 비꼬는 문장 표시법을 나름대로 개발해 왔다.

예컨대 한글에서는 따옴표가 종종 그런 용도로 쓰인다.


때로는 묶음표에 물음표를 넣어 쓰기도 한다. 특히 해당 문장이나 단어를 인정하지 않을 때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음표 대신 느낌표를 묶음표에 넣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이 방법을 자주 썼다고 알려졌다.



19세기 말 프랑스 시인 알캉테르 드 브람은 반어적 문장을 표시하려고 아예 ‘비꼼표’라는 문장부호를 창안했다. 물음표를 좌우로 뒤집은 형태였다. 비꼼표는 몇몇 예술가와 저술가 사이에서 쓰였지만, 널리 퍼지지는 않았다.


일부 에티오피아어에서는 비꼬거나 비현실적인 문장을 표시하려고 ‘테메르테 슬라크’라는 부호가 정식으로 쓰인다. 느낌표를 뒤집은 형태다. 2004년에는 조슈아 그린맨이라는 사람이 같은 모양 부호를 영어 비꼼표로 도입하자고 주장했는데, 그에 대한 특허권을 운운했던 점으로 보아 에티오피아 사례는 몰랐던 듯하다.


인터넷에서 개발된 비공식 비꼼표는 많다. 영어권에서 HTML 마크업 코드를 흉내 내, 반어적 문장 뒤에 을 붙이는 방법이 한 예다. (영어로 ‘sarcasm’은 ‘비꼼’을 뜻한다.) 단순화해 ‘/s’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역시 서구 인터넷 통신에서 쓰이는 비꼼표로 ‘눈 돌리기’ 이모티콘이 있다. 이 표기법은 서구인들이 상대에게 동의하지 않을 때 안구를 위쪽으로 돌리는 제스처를 취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블로거 태라 릴로이아는 일찍이 물결표를 반어법 표시에 쓰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영미권에서 물결표 쓰임이 드물다는 (그럼에도 컴퓨터 자판에서 한 자리를 버젓이 차지한다는) 사실에서 설득력 있는 제안이었지만, 표준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디자이너 초즈 커닝엄은 릴로이아의 제안을 이어받아 물결표와 마침표를 결합한 새 문장부호 ‘스나크’를 개발했다. 스나크는 루이스 캐럴의 시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 이름이다. 커닝엄과 지지자들은 2007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스나크 확산 운동을 벌여 왔고, 덕분에 스나크 부호가 포함된 폰트가 몇몇 개발된 상태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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