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2010년이 저물어간다. 연말 정신에 따라, 한 해 동안 연재한 ‘리스트 마니아’ 가운데 특히 마음에 드는 항목을 몇몇 뽑아봤다.
목록은 한해를 열어주고 또 마무리해준다. 목록으로 정리한 소망이나 다짐으로 새해를 맞는 사람이 많다. 일설에 따르면 새해 소망 개수는 3, 5, 7, 11처럼 소수, 즉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뉘는 수로 정하는 게 좋다고 한다. 반면 연말을 장식하는 각종 목록은 흔히 10의 배수로 구성된다. 덕분에 우리는 한해 최고의 음반 10장을 고민 없이 살 수 있고 최악의 영화 10편을 안 본 척할 수 있다. 2010년 10대 뉴스로는 뭐가 꼽힐까? 은근히 바라는 게 있지만, 밝히지 않는 편이 안전하겠다. 1월21일치
“부모의 기대를 배반하라.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을 것임을 알게 하라. 빠를수록 좋다.” 소설가 김영하가 임근준의 글에 영감을 받아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한 교훈 가운데 하나다. 아무튼,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좋은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3월11일치
이탈리아어 Berlusconi? Quiz, tv, paghe da fame(베를루스코니? 퀴즈, 티부, 파게 다 파메: 베를루스코니란? 퀴즈, 티브이, 얄팍해진 월급봉투). 움베르토 에코가 이탈리아 언론 재벌 총리 베를루스코니에게 바친 팬그램. 5월6일치
모스크바. 인도 남부 케랄라주. 예로부터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2005년에는 러시아식 이름을 가진 지역 인도인들이 모이기도 했다. 행사에는 레닌, 스탈린, 가가린, 브레즈네프, 흐루쇼프 등이 모여 푸시킨을 논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참가자가 스물셋밖에 되지 않아 실망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조가비 수집에 종사하는 스탈린만 해도 10여명에 달하는데 말이다. 7월15일치
영이는 꿀꿀, 사쿠라는 부부/ 펑은 후루후루, 올가는 흐류흐류/ 요하나는 오잉크오잉크, 미셸은 그루앙그루앙/ 마리아는 오잉크오잉크, 제니도 오잉크오잉크/ 야엘은 ……, 파티마도 …… 8월12일치
앙드레 루시모프 | ‘거인 앙드레’로 알려진 프랑스 프로레슬링 선수이자 배우. 말단 비대증으로 신장이 2.24m, 체중이 230㎏에 달했고, 덕분에 세계 8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불리기까지 했다. 1987년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에 그린란드 출신 거인 페직으로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1993년 1월27일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8월26일치
비틀스, ‘나는 해마’(1967) | “나는 그고 너는 그고 너는 나고 우리는 모두 다 함께/ 총구에서 발사된 돼지처럼 뛰는 꼴, 나는 꼴을 봐/ 나는 울고 있어/ … / 나는 계란 사나이, 그들은 계란 사나이들/ 나는 해마, 구 구 구줍 구구 구구줍.” 9월9일치
신문, 노트북 전문 웹진, 경기도, 드라마, 게임, 펜션, 쇼핑몰, 심지어 진료에서까지 ‘사람 냄새’를 기대하거나 부추기는 건 그 자체로 병리적 현상이다. 극단적 형태로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도 있다. 한편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사람 냄새 나는’을 영어로 옮겨 보니 ‘Smelly people’이라는 답이 나온다. 10월28일치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신문, 노트북 전문 웹진, 경기도, 드라마, 게임, 펜션, 쇼핑몰, 심지어 진료에서까지 ‘사람 냄새’를 기대하거나 부추기는 건 그 자체로 병리적 현상이다. 극단적 형태로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도 있다. 한편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사람 냄새 나는’을 영어로 옮겨 보니 ‘Smelly people’이라는 답이 나온다. 10월28일치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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