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선 역시 닭튀김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남자는? 누굴까요? 내가 보기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다. 미학적으로 둥근 원 두 개(머리와 몸)가 알맞게 조합되어 있다. 두 개의 원은 율동미마저 있다. 그는 러시아 인형인 마트료시카나 오뚝이, 판다를 닮았다. 귀엽다. 미치도록 귀엽다.
몇달 전 이대호 선수를 코앞에서 본 적이 있다. 가르시아 선수의 한식 사랑을 취재하러 문학경기장을 찾았을 때다. 이대호 선수뿐이겠는가! 홍성흔 선수는 장난꾸러기처럼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까만 피부의 조성환 선수는 날카로운 눈매로 방망이를 손질하고 있었다.
야구에 대해서는 누(베이스)를 밟고 집(홈)으로 돌아오면 점수가 난다, 정도밖에 모르는 문외한이었던 나는 이날 선수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제이(J)를 만나고서야 알았다. 그는 “나도 데리고 가지, 너무해, 너무해”를 외쳤다. 제이는 롯데의 광팬이었다. 경기 예매는 새해 계획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눈이 벌겋게 충혈될 정도로 컴퓨터를 노려보거나 다크 서클이 쭉쭉 늘어질 정도로 땡볕에 줄을 선다. 야구 좀비가 따로 없다. 이제 갓 태어난 친구의 아이에게 10년은 살아야 입을 수 있는 롯데 자이언츠 운동복을 선물할 정도다.
“그런 취재가 있으면 다음에 꼭 데려가야 합니다. 꼭꼭!!! 얼굴만 볼게요.” 미안한 마음에 그러마 하고 “경기장에서 세게 한턱 쏘”기로 했다.
잠실야구경기장에서 한턱 쏘면 닭튀김, 커피, 햄버거, 피자, 도너츠, 샌드위치 등 중에 골라야 한다. 한식당이 있지만 너무 거창하다. 고민할 필요 없이 닭튀김이다. 그가 좋아한다. 닭튀김에 맥주 한잔! 크! 야구팬들은 닭튀김을 좋아하는 걸까. 잠실경기장 앞에서 한 치킨집을 운영하는 유정희씨는 “보통 예약한 것, 당일 주문하는 거 합치면 경기 있는 날 닭이 약 170마리 정도 나가죠”라고 말한다. 주변의 치킨집들과 경기장 안의 판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닭튀김에서 중요한 것은 닭의 질과 튀김기름이다.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의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실험한 것처럼 자유롭게 풀어서 키운 닭들이 맛있고 건강하다. 수입보다 국산이 좋다. 푸드마일리지(식재료가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신선하다. 기름은 발연점(기름이 연기를 내지 않고 탈 수 있는 최대 지점)이 높은 것이 좋다. 기름의 연기에는 유해성분이 있다. 한때 닭튀김집들이 건강에 좋다면서 올리브유를 쓴다고 광고한 적이 있다.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낮다.
튀김요리에는 맞지 않다. 그런 점을 보완했다는 닭튀김 전문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기름 종류도 많은데 굳이 올리브유로 튀긴 닭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제이에게는 이왕이면 건강한 닭튀김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 일상을 즐거운 일로 채우는 제이가 부럽다. 롯데 경기 전날에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고 한다. 그를 따라 이제부터 내 가슴도 뛰어볼 생각이다. (‘신사동 보드람 치킨’ 프랜차이즈점 보드람의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02)544-9038.)
글·사진 박미향mh@hani.co.kr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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