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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2, 게스트 왜 불렀니?

등록 2010-01-20 19:34수정 2010-01-22 15:17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스무명에 가까운 게스트가 삼열 횡대로 앉아 쉬지 않고 떠드는 토크쇼 형태가 이제는 익숙하다. 외국인 미녀들이 줄 맞춰 앉아서 토크를 나누는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와 문화방송 <세바퀴>, 에스비에스 <강심장>, 케이블 채널 큐티브이의 <순위 정하는 여자>(이하 <순정녀>)가 그렇다. 그중에서 여성 집단 토크쇼인 <순정녀>와 시즌2를 시작한 <미수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정녀>의 콘셉트는 단순·명료하다. “가식? 없다.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 지난해 ‘루저’ 발언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던 <미수다>는 시즌2를 시작했는데, 역시 그 콘셉트는 단순·명료하다. “자극적·선정적? 안 된다. 무조건 교양.”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여성 집단 토크쇼의 극과 극에 있는 <순정녀>와 <미수다>를 들여다봤다.

케이블 분방함과 트렌드 반영 솔직녀들 보여주는 ‘순위 정하는 여자’
출연자 조회 세우는 분위기로 매력 사라진 ‘미녀들의 수다’ 시즌2

정석희(이하 정) <순정녀>는 신기하면서도 속 시원한 프로그램이다. 평생 그 누구한테도 한번 못해본 말을 출연자들은 계속 주고받는다. 정말 내숭이 하나도 없다. 저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지난 방송에서 이인혜와 현영이 고려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데 그런 감정싸움이 실제 그대로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진짜 시청자인 내가 출연자에게 느끼는 걸 출연자들끼리 서로 얘기한다.

차우진(이하 차) 여기에서의 현영은 내가 보는 이미지의 현영과 거의 비슷하다.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이 현영이 그 현영 맞네

자신들의 이미지에 대해 어쩌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황당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청자가 생각하는 이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도 신정환이나 윤종신, 김구라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마는 걸 실제 프로그램에서 얘기한다. 젠체하지 않고 얘기하는 식으로 트렌드가 변하는 게 사실이다. 다른 지상파 프로그램을 보면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시작했으면서 마치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자주 보이는데, 그런 걸 보면 트렌드에 한 박자 늦다는 생각마저 든다.

<순정녀>에서는 자기가 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가 나오기 때문에 직설적인 것 같다. 일본 방송 프로그램 <런던하츠>에서 형식을 사온 프로그램인데, 일본에서는 주로 개그맨이나 그라비아 모델 등이 출연하는 반면 <순정녀>에 나오는 출연진은 화려한 의상 등으로 제법 꾸미고 나온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지루한 교양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2>와 노골적인 토크를 보여주는 큐티브이 <순위 정하는 여자>. 한국방송·큐티브이 제공
시즌2를 시작하면서 지루한 교양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2>와 노골적인 토크를 보여주는 큐티브이 <순위 정하는 여자>. 한국방송·큐티브이 제공

여기에 나오는 출연진이 사실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연예인들은 아니다. 한편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다 얘기하는 프로그램에 섭외 요청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토크를 할 수 있는 여성 연예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보통 토크쇼의 여성 출연진은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보다는 <순정녀>에서 대놓고 얘기하는 모습이 차라리 낫다.

티브이에서 여성 출연자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이성이나 성에 대해 얘기하는 데 있어서 남자와 여자는 화법이 다르다. 남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불편해하고 시청자들도 남성 출연자에게는 너그럽지 않다. 반면 여성들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이성 등에 대해 솔직히 얘기해도 보는 이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차이가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적나라해지는 것 같다.

점점 티브이에서 여성들은 남성 출연자의 근육 등을 만지는 장면이 많아진다. 반면 남성 출연자들은 손끝이라도 대면 매너가 없다는 질타를 받는다.

현실에서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여성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성이 많다. 줌마테이너라고 불리는 개그우먼들이 어린 남성 출연자를 만지거나 기대는 게 가능한 것은 아마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그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또 비급에 속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솔직하게 서로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통쾌해하는 것 같다.

아직 케이블과 지상파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인지, <순정녀> 출연진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순정녀> 스타일로 방송을 하면 초조해지기도 한다. 탤런트 김정민도 한국방송 <달콤한 밤>에서 여성 진행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순정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모습을 공중파에서 보면 왠지 문제가 될 것 같다. 이경실 등 줌마테이너 이후 현영이나 정주리, 김나영 같은 20~30대 여성들이 센 이미지로 나오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대리만족이 되는 면이 크다.

다소곳하고 말없이 착한 여성들이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연애의 흐름도 반영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미수다> 시즌2는 <순정녀>와는 정반대 성격이다.

<미수다> 시즌1이 약간은 <순정녀> 스타일이었다면 시즌2는 오락에서 교양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순정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시청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작진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이 바뀐다고 볼 때, <미수다> 시즌1에서는 고학력 외국 미녀들에 대한 선입견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이번에 바뀐 시즌2는 마치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들이 뭐라고 하니까 이렇게 바꿔봤어’라는 식이다.

시즌2 첫 회에 게스트로 조권과 박지선, 호란 등이 나왔는데 조권도 특유의 ‘깝권’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박지선에게는 재미있는 멘트를 할 기회도 없었다. 게스트를 데려 왔으면 그에 맞는 진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미녀 역시 그렇게 많이 나올 필요가 없다. 크리스티나 등 몇 명만 얘기를 하고 나머지는 말을 거드는 정도다. 패널과 게스트까지 서른 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왜 필요한지 전혀 모르겠다.

시즌2에서 교양을 표방하면서 다룬 다문화 가정에 관한 얘기는 차라리 <인간극장>에서 더 자세하고 정교하게 보여주지 않나. 그런 얘기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 모르겠다.

시즌1에서 그나마 참신했던 몇 가지 소재들이 시즌2에서는 사라진 것 같다. 시즌2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 나올 법한 영상을 보여주는 정도다. 출연자들의 의상도 시즌2에서 확 바뀌었다. 모두가 옷으로 몸을 다 가리고 나와서 똑바로 앉아 있는 장면만 보여준다. 마치 ‘너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야?’라고 묻는 것 같다.

게시판 닫는다고 비판 사라지나

사람들의 비난이 들끓기는 하는데 정작 제작진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시청자를 고려해서 시즌2 개편을 한 게 아니라 방송사 윗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개편을 한 게 아닐까. <미수다>가 처음 나왔을 때는 반응이 좋았다.

시작할 때에는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의 일상 얘기가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재미를 다 놓쳐버렸다. 일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없이 경험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즌2로 넘어왔는데도 여전히 시청자 게시판을 닫아두고 있다. 언제까지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외면하거나 피할 수 있을까.

<순정녀> 이 여자, 시원하다

“현영. 게스트 속에 앉아 있지만 사실상 진행자다. <순정녀>만의 거침없는 분위기가 가능한 것은 자기 이미지를 열어놓고 보여주는 현영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적절히 배분하는 능력이 있다. 현영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중심이 잡힌다.”(정석희)

“채연. 채연은 <엑스맨> 시절부터 좋아했다. 씩씩하고 건강한 이미지도 있고, 섹시한 이미지도 있다. 이 두 개가 어울리면서 채연의 이미지가 생겼다. 그런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순정녀>에서는 털털한 모습이 연예인이라기보다 일반인 같아서 좋다.”(차우진)

<미수다> 이래서 답답하다

“<미수다>에서 한 외국인 여성이 한 발언이 마치 그 나라를 대표하는 발언처럼 보이는 게 여전히 문제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서 얘기할 때, 결혼이나 사랑에 대한 기준 등이 나올 때 더 그렇다.”(차우진)

“그 많은 인원과 게스트를 적재적소에 썼으면 좋겠다. 좋은 게스트 불러놓고 제 역할을 시키지 못하는 게 문제다. 지난주에는 대학교수가 나왔는데, 티브이 비평이나 시청자 데스크 같은 얘기만 하더라.”(정석희)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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