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공부의 신>, <제중원>, <파스타>, <별을 따다줘>, <추노> 등 다섯 편의 드라마가 지난주 일제히 시작을 알렸다. <선덕여왕>이 빠진 월화드라마에는 세 드라마가 나란히 15%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고, 수목드라마는 <아이리스>가 빠진 자리에 들어선 <추노>가 첫 방송 20% 넘는 시청률로 돌풍을 일으켰다. 제각기 다른 개성의 드라마 다섯 편 중에 어떤 드라마에 ‘올인’하면 좋을까? <10 아시아> (10asia.co.kr)의 최지은 기자(사진 오른쪽)와 위근우 기자가 2010년 상반기 초반 레이스에 돌입한 다섯 편의 드라마를 점검해봤다. ‘선덕여왕’ 빠진 자리 월화드라마 밥상 뭘 골라 먹을까?
기선 제압한 ‘추노’ 추격할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위근우(위) <파스타>는 익숙한 설정 안에서 만드는 웰메이드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예상 가능한 안에서 움직이지만 만듦새가 좋은 드라마라는 얘기다. 그만큼 안정적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이선균의 버럭 연기는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를 연상케 하는데 과장되지 않은 정도를 보여준다. 까칠남 강마에나 외과의사 안중근과는 다른 이선균만의 까칠한 이미지가 잘 만들어지고 있다. 공효진의 캐릭터는 민폐형 캔디지만 나름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고 주방에 남아야 하는 자기 명분이 있다.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최지은(최) 사극에 지친 시청자가 기분전환으로 보기에 딱 좋은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하고 동시에 20대 후반 여자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파스타>는 여성 시청자의 지지를 확실히 안고 갈 것 같다. <제중원>은 사극을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의 지지가 예상된다. 20대 여성 성장드라마, ‘커프’ 이후 오랜만일세
위 <제중원>은 구한말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라는 하이브리드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설정이 너무 좋다. 그 사람의 살을 짼다는 것이 문화적 충격이나 다름없고 신분제가 흔들리는 역동적인 시대에 백정 소근개(박용우)가 서양의학을 소화한다는 거다. 라이벌 백도양(연정훈)은 원하는 걸 위해서는 옳지 않은 것도 하는 사람이다. 단순 악역이라기보다 시대적 반항아다. 입체적인 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잔인한 도살이나 수술 장면을 들이대고 보여주는 면이 없지 않다. 당황스럽기도 한데 그런 장면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성격이 될 것 같다. 제대로 보여준다는 거다. 인물들의 동기부여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연출이 굉장히 좋다. 캐릭터의 분포가 다양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백정과 중인, 양반가의 사람들이 구한말과 독립운동 등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흥미롭다. <허준>과 <하얀거탑> 사이에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위 <공부의 신>은 세 드라마 중에 시청률이 가장 잘 나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꿈을 꾸기조차 어려운 청춘이 이 사회에서 꿈을 이루는 방법을 “힘내!”가 아니라 “좋은 대학 가!”라고 말한다는 거다. 위선적이지 않다. 입시제도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가졌다. 입시를 전면에 내세운 아마도 첫번째 드라마일 거다. 문제는 제각각의 욕망을 간단히 ‘천하대’ 하나로 정리한다는 거다. “똑똑한 이들이 규칙을 만드니까 너네가 거기서 규칙을 바꿔라”는 것에서부터 단순화되면서 이상해진다. 이미 개천에서 나 용이 된 이들은 많다. 현실에서 그들이 서울대에 가고 지도층이 됐지만 달라진 건 없지 않나. 최 교육문제와 청소년문제가 한국 상황에서 발생하는 그만의 고유한 현상이 있다. 그걸 바탕으로 해도 됐을 텐데 굳이 일본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게 근본적으로 아쉽다. 기획성 드라마라는 얘기다. 등장인물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왜 하고 싶어하는지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캐릭터의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든 천하대를 가겠다는 식이다. 위 캐스팅은 드림팀이다. 유승호와 이현우, 고아성, 지연 등 캐스팅은 좋은데 아직 이들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나이대에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별로 없는데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아쉽다. 드라마 진행상 의미없이 김수로와 유승호가 길가에서 오토바이 레이스를 펼치고 학생들이 거의 쓰지 않는 ‘꼰대’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유승호와 이현우의 투샷을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챙겨볼 만하다. 앞으로 특별반이 만들어지고 나면 이들의 매력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최 <별을 따다줘>는 에스비에스가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면서 <천사의 유혹>에 이어 방영되는 드라마다. 성격은 <천사의 유혹>과 다르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과 <가문의 영광>의 정지우 작가 작품인데 정 작가는 가족 얘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쓸 줄 안다. 무리한 설정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빨강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부모님이 입양한 동생을 떠맡으면서 차가운 도시 남자와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대한 얘기다. 억지스러운 설정이지만 작가 특유의 소소하고 감동적인 코드가 있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위 월화드라마는 네 편 모두 다양해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최 지난해에는 한 해의 반이 넘는 동안 <선덕여왕>으로 인해 수많은 작품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모처럼 한꺼번에 나왔다. 수목드라마에는 <추노>가 있다. <추노>가 기대작인 이유는 <한성별곡> 감독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성별곡>은 작품성이 높았지만 시청률이 높지 않아 아쉬웠다. 단순한 사극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현대 이야기를 한다는 게 좋았다. 작가는 <7급 공무원>을 썼던 천성일 작가다. 감독과 작가가 함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높았다. 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위 큰 궁궐 역사와 인간의 정이라는 사사로운 역사의 접점을 잘 잡았던 감독에게 엄청난 캐스팅이 주어진 거다. 좋은 배우들은 다 포진해 있다. 제작진과 캐스팅, 지원 등 드라마의 삼박자가 모처럼 잘 맞은 드라마다. 드라마가 너무 좋다. 무장 출신의 노비와 그 노비를 쫓는 추노꾼, 궁궐의 권력자들이 어느 순간 만날 텐데 그 폭발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영화적인 화면 질감과 액션신은 탁월하다. 액션신이 장혁과 오지호, 한정수의 단련된 몸과 부딪힌다. 땅에 부딪히는 남자들의 공격성이 잘 드러난다. 생각을 관념이 아니라 실제 몸을 던져서 보여준다는 게 설득력이 있다. 최 <추노>는 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품이다. 노비라는 계층이 있었다는 건 알지만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몰랐다. 카메라를 확 들이대서 우리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역사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준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현대적인 의미도 있다. 13살짜리 여자애가 노인 대감의 수청을 들도록 강요당한다. 설정이 지나치지 않으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작가 기획의도에 사극은 어떤 시대를 얘기하는가보다 어떤 시대에 얘기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얘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게 뭘지 궁금하다. 위 “민심은 읽었는데 어심을 읽지 못했구나”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 대사에는, 그때 그랬구나, 이렇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제작진, 캐스팅, 지원, 딱 들어맞는 삼박자
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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