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하정훈(49) 박사는 우리나라 아기 엄마들에겐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육아지침서 <삐뽀삐뽀 119>의 저자다. 통신망에서 부정확한 육아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쓰면서 육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이후 육아교육 전도사가 됐다. 육아교육 부재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빚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게 쉽고 즐거워야 여성들이 아이 낳을 엄두를 낼 텐데, 사회 분위기나 정부 정책 모두 육아친화적이지 않으니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쉽고 즐거운 육아를 위한 방안으로 그가 제안하는 것은 육아교육의 전면화와 아이 부모에 대한 직접 지원정책이다. 제대로 된 육아가 아이의 미래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만 있으면 이런 방안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고 그는 역설한다.
잘못된 육아는 운전 못하면서 자동차 모는 꼴
인터넷 정보 맹신 말고 전문가 지시 꼭 따라야
대학 정규강의 개설 등 교육기회 확대하고
소아과 육아상담에도 건강보험 적용할 필요
-소아과 전문의지만, 대한민국 엄마라면 거의 다 안다는 <삐뽀삐뽀 119>라는 육아지침서 저자로 더 유명한데. 우선 의사로서 육아 지침서를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선 육아 정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육아 관련 글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그 당시는 통신망 시절이었다. 통신망에서 사람들이 육아 지식을 모르니까 물어보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고, 답을 하더라도 틀린 정보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틀린 정보를 고치고 고치다 보니 모이고 모여서 책을 만들게 됐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육아방법을 제대로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동차 운전 기술을 배우고 차를 모는 것과 안 배우고 모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운전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많다. 아이 키우는 방법을 모르면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고 하면 우선 겁을 먹게 된다. 아는 일을 하면 즐겁게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겁이 나고 의욕이 안 생긴다. 실패를 많이 하면 위축돼서 아이와 엄마 간의 관계도 어색해진다. 심지어 싸우기도 한다. 육아 교육의 차이는 엄마와 아이의 인생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바꾼다. 국가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공을 많이 들인다. 영국의 경우 국가가 출산 전 엄마 아빠 교육을 하다. 집안 식구가 아기 키우는 법을 다 알고 키울 수 있도록 해준다. ”
-보통 우리 엄마들이 많이 하는 잘못된 육아방법의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아기를 낳고 엄마 젖이 적게 나온다고 몇일동안 굶기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황당한 얘기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엄마 젖을 물려야 한다. 심지어 애를 3일씩 굶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누가 봐도 이상한데 그렇게 하는 엄마들이 꽤 있다.
이유식은 만 4개월 이전엔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100일 지나서 주스를 먹이고 1개월에 과즙이나 음료를 먹이기도 하고, 곡식가루도 먹이는 사람도 있다. 또 이유식은 늦어도 6개월에는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데 모유 오래 먹인다고 9개월 때까지 안 하기도 한다. 그래서 빈혈을 만든다. 풍욕 시킨다고 찬바람을 씌우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황당하지만 그것을 중요한 정보로 받아들여 믿는 사람들이 있다.
모유 먹이는 것에도 미신이 많다. 모유 먹이다 조금 변이 안 좋으면 물젖이다 해서 끊는 사람도 있고, 6개월이 지나면 영양이 없다고 해서 끊는 경우도 있다. 아이 인생이 바뀔 만한 문제인데 인터넷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검증되지 않은 말을 많이 퍼뜨린다."
-인터넷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 많은 정보 가운데 어떻게 좋은 정보, 정확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예전에 올라온 정보도 누군가 한번 베껴쓰면 새로운 정보로 둔갑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린 글에 유통기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예전에는 인터넷에 전문가들이 주로 글을 썼다. 그런데 최근 5년 사이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경험을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 서로 상반된 정보가 많이 나돈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볼 때 “그 분야의 전문가의 글인가”를 봐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올린 글은 일단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기를 키우는 문제는 아기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권위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따르는 것이 좋다. 책을 볼 때도 권위가 있는 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유통기한을 설정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통조림 같은 경우도 유통기한 지우고 새로 써 넣으면 안 되지 않나? 인터넷에선 누가 3년 전에 쓴 글을 내가 보고 베끼면 오늘 날짜로 바뀐다. 이것은 유통기간 변조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어떤 글을 쓸 때 이 글의 유통기한이 어느 정도라고 붙이거나 글을 퍼가는 사람들이 최초 작성한 날짜까지 써넣어서 옮기는 게 필요하다. “
-모유수유 문제는 어떤가. 과거엔 분유 먹이는 게 유행처럼 퍼져 가정주부들도 분유를 먹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모유수유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모유를 먹이면 머리가 좋아지고 병도 적게 걸린다. 성장도 잘 되고 성격도 좋아진다. 아이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다. 산후회복도 빠르고 암도 적게 걸리며 뱃살도 빠진다. 감기나 중이염에 걸리는 비율이 분유 먹는 아이의 3분이 1밖에 안 된다. 병이 적게 걸리니까 건강하게 자라고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의료비가 적게 든다. 건강한 아이가 자라면 국가의 미래가 밝아진다.
우라니라의 모유 시작율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모유 시작은 잘하는데, 문제가 조금만 생기면 포기해버린다. 젖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과 1주일 후부터 문제가 생겨서 한 달만 되면 수유율은 낮아진다. 엄마들이 모유 먹이는 것을 즐겁게 인식해야 하는데, 사회적 분위기가 안 돼 있다. 우리는 아기를 낳으면 힘드니까 산후조리원에 가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리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자연회복할 수 있게 적당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회복이 더 빠르다. 수술한 다음에 2~3일 지나면서 움직여야 빨리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산후조리원에선 산모를 주로 누워 있게 한다. 사실 1~2주 누워 있다 보면 없던 병도 생긴다. 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문제는 24시간 모자동실을 하지 않고 산모가 아이를 맡기고 쉬는 쪽으로 하고 있는 점이다.
-산후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안 하는 게 모유 수유의 걸림돌이 된다는 뜻인가?
“일부 산후조리원에선 밤에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아기를 신생아실에서 따로 재운다. 이렇게 되면 모유를 먹이는 시간을 뺏기게 되고, 엄마는 젖을 못 비우게 되며, 아기는 배가 고파 먹는 리듬을 잃어버린다. 불과 며칠 내지 1~2주 만에 엄마와 아기가 모유수유 리듬을 잃어버린다.
-왜 산후조리원이 그런 정책을 취하나?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엄마들이 저녁에 쉬고 싶어한다.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못 쉬면 너무 힘들다. 외국 엄마들은 당연히 젖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쁘게 먹이는데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아기를 낳기 전 교육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사회적으로 육아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교육 자체가 거의 없다.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과정에서 육아에 관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아주 조금밖에 없다. 이 정도를 가지고는 엄마들이 아이 키우는 게 행복하다거나,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에서 교양 강좌로 육아법에 3학점만 할애하면, 아마 몇 년 내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아에 대한 지식은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당장 대학에서 교양강좌 열자고 해야겠다.
“학교에서 하게 되면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교육이 된다. 육아는 엄마 아빠 다 같이 해야 하니 남학생도 들으면 좋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 얻을 위험성을 이야기했는데, 육아 지침서를 쓰는 데 활용하는 정보는 어디서 얻고 있나.
“육아는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경험과 과학의 합작품이다. 미국소아과학회에는 육아 관련 논문이 많다. 제가 활용하는 정보는 미국소아과학회와 세계소아과학회 또는 모유수유학회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지침에 근거한 전문자료들이다.”
-우리나라 소아과학회에선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육아를 전공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밥을 굶어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질병 치료만 보상하지 육아 상담이나 예방적 조치에 대한 보수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육아전문 의사를 만들려면 레지던트 훈련과정에서 육아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 있어야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없다. 육아도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이므로 지침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다. 지침이 있으면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치유하는 방법까지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침도 보급이 안 돼 있고, 문제를 발견하는 시스템도 없다.“
-우리나라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육아 상담을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당연히 그쪽으로 가야한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학회에서 하지 않는 교육을 해 모유 전문가를 양성한다. 문제는 그렇게 교육받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모유에 관한 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자원봉사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보수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산을 장려한다고 세 자녀 이상 낳으면 돈도 더 준다고 하지만, 정작 애를 잘 키울 수 있게 만들어야, 낳고 싶은 의욕 생기는 게 아닌가?
“맞다. 정부 정책은 애를 낳으면 키워준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저출산이 해결되려면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애를 낳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애를 꼭 낳고 싶고, 잘 준비해서 애를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회 시스템이 돼야 한다. 애 하나 낳은 이들에게 둘째 낳을래 하고 물어봤을 때 고개를 저어선 안 된다. 저출산 문제 해결하려면 둘째, 셋째를 낳아야 한다. 그런데 첫째를 낳은 뒤 2년의 육아 시기에 엄마가 너무 힘들면 둘째 낳을 생각을 못한다. 우선 이 때 잠을 못 자 고생하는 엄마들이 너무 많다. 수면교육은 6주부터 시작해 4개월까지 끝나야 한다. ”
-수면교육 어떻게 하는 것인가?
“수면교육이란 아이 스스로 등을 대고 자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충분히 먹이고 눕혀 놓은 뒤 젖을 물리지 않고, 재우는 것이다. 8~9시에 잠자리에 눕힌 뒤 이야기를 하거나 자장가를 불러주고 책 읽어주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두 달 지나 3~4개월이 되면 아기들은 눕혀놓고 이야기만 들려주면 잘 잔다. 엄마들이 특별한 도움 없이 누워서 스스로 잘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 수면교육을 안 하면 기억력이 생기는 6개월 이후 한밤 중에 깨서 엄마를 괴롭히게 된다.
엄마들이 육아법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랑 싸운다. 1년 반 된 아기한테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할 때 듣는 애들 이 거의 없다. 일본 아기들은 딱 멈춘다. 엄마의 말에 복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8개월이 되면 버릇을 가르쳐야 하지만 우리는 이걸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아이 키우는 일이 쉬워야 아이를 더 낳는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아이 키우는 엄마들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예방접종인데. 필수예방접종의 경우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할 수 있지만, 동네 소아과에서는 제 돈을 다 내야 한다. 정부는 동네 의원에서 예방접종을 시키더라도 30%는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소아청소년과에선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뭔가?
“반대로 묻고 싶다. 우리나라 아기들이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 저출산 문제에 위기감이 있다고 말은 하는데 정말 그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이를 낳게 되는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는 망하기 십상이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부모들한테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해야 한다. 아기 낳아서 덕 보는 것 있느냐고 엄마들한테 물어보면, 보육원에 보낼 때 지원받는 정도라고 대답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기들은 100% 무료접종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는 30% 지원방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필수 접종 이외의 접종은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 한곳에서 다하면 편할 일을 이곳저곳 찾아가게 하여 엄마를 괴롭히는 것이다. 엄마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엄마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일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아니다. 마음만 있으면 한다. 영국은 유학생까지도 예방접종 무료로 해준다. 웬만한 나라는 다 그렇다.
-그 나라들은 소득수준이 3만 달러, 4만 달러고 우리는 2만 달러밖에 안돼서 그런 것 아닌가?
“그 나라들은 2만 달러 때도 그렇게 했다. 국가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국가가 아이 키우는 엄마를 돕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국가를 위해서 큰일을 한다는 생각이 우리에겐 없다. 엄마 자신이 아이 키우는 경우에도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 보육시설에 보낼 때만 지원하는 것은 엄마한테서 아이를 뺏는 것이고 아이 키우는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두세 명 아기를 맡아 질 높게 키우는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육아시스템은 대규모보다 소규모가 더 좋다. 대규모로 할 경우 가족처럼 돌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병에 잘 걸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정부 정책이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처지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 많은 문제를 낳는 듯하다.
“정부도 문제고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육아를 제대로 교육받고 해야 한다는 인식 없다. 육아는 책 한 권 읽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사회에서 교육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국가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나 전문가 단체 그리고 언론에서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아이를 낳는 것이 기쁘고 쉽게 키울 수 있어 즐겁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모두 박자가 맞아야 한다.”
-육아정책, 육아 지원 시스템이 이 없는 게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제대로 된 육아정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엄마에게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엄마한테 돈 주고 보육시설 선택하게 하고, 집이 적으면 집을 키울 수 있도록 주거 환경 바꿔주기도 한다. 엄마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육아정책을 잘하는 나라의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게 영국이다. 영국의 국민건강보험(NHS)은 분만예정 가족이나 예비부부들에게 육아교육을 제공한다. 또 아기를 낳은 뒤 1주일 이내에 산모는 전문가를 만나 기본 상담을 해야 한다. 우리는 보건소에서 기본접종을 하기 때문에, 2개월이 돼서야 처음 소아과에 온다. 아기 키울 때 문제는 1주일부터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일찍 소아과에 가서 초기에 생긴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해야 아기를 쉽게 키울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1주일 된 산모에게 젖을 참을성 있게 오래 먹여야 한다고 한 마디만 해줘도 큰 차이가 난다.
영국에선 국가 차원에서 소아과 의사나 간호사를 육아 전문가로 양성한다. 우리는 육아상담 비용을 받을 수 없으니 그것을 하려는 의사는 독립운동 하듯이 맘 먹고 해야 한다.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은 특별한 사명의식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사명의식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망한다. 갈 길이 멀지 싶지만, 생각해보면 쉽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데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보육이 아니라 육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진짜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예방접종을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100%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 진료비도 무료로 해줘야 한다. 그런데 올리겠다고 한다. 거꾸로 생각한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아니, 생각이 없어서다. 방향을 트는데 돈은 그렇게 많이 안 든다.
정리/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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