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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너는 무슨 파냐?

등록 2009-07-29 19:54수정 2009-08-01 10:35

순댓국, 너는 무슨 파냐?
순댓국, 너는 무슨 파냐?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프랜차이즈 3곳과 최근 뜨는 순댓국집 맛 비교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조사 대상 : 순댓국

◎ 조사 내용 : 여름 보양식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개고기와 삼계탕이다. 그러나 뜨거운 순댓국으로 땀을 빼고 여름을 버티는 ‘순대파’도 적지 않다. 순댓국은 상징적인 서민 음식의 하나다. 순대 프랜차이즈도 많다. 충청도 병천 지역은 순대 골목으로 유명한데, ‘병천 순대’라는 이름이 들어간 서로 다른 프랜차이즈가 다섯 개가 넘는다. 가맹점 수가 많은 순대 프랜차이즈 세 곳과 최근 입소문을 탄 순댓국집 등 네 곳을 요리사 제트와 돌며 과연 이들이 표방한 맛과 스타일을 살리고 있는지 살폈다. 무봉리 토종 순대국(맞춤법상 순댓국이지만 상호명 그대로 표기한다) 마포역점, 신의주 찹쌀순대 여의도점, 병천 황토방 순대 여의도점 등 프랜차이즈 세 곳과 여의도의 화목 순댓국을 방문했다. 순대와 순댓국에도 엄연히 ‘파’(派)와 ‘류’(流)가 존재한다는 게 제트의 지론이었다.

요리사 제트(이하 제트) : 순대 프랜차이즈가 확 늘어난 게 한 4~5년 됐죠? 신의주 찹쌀순대 순댓국에서는 들깨 냄새가 많이 나네요.


고나무 기자(이하 고) : 국물은 어떠세요?

제트 : 그저 그렇군요. 다진 양념을 아예 국물에 넣어서 내는군요. 저는 다진 양념을 넣지 않는 편이라 걷어내겠습니다.

고 : 순댓국 속 순대는 당면만 많이 들어간 ‘당면 순대’로 보이네요. 포털에 ‘병천 순대’라고 쳤더니 그 단어가 들어간 프랜차이즈가 다섯 개가 넘더군요. 병천은 충청남도에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독립만세를 외친 아우내 장터 근처라고 하더군요. 함경도와 이북식 순대는 이른바 ‘아바이 순대’인데 숙주를 넣는다고 알려졌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오징어순대가 유명하고요. 그런데 병천 순대는 스타일이 뭔지 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에는 병천이 원래부터 순대로 유명한 지역이 아니라 50년대에 돈육공장이 들어온 뒤 돼지 부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순댓국집이 많이 생겼다고 돼 있더군요.

제트 : 머릿고기와 허파, 콩팥 등 잡고기가 들어 있네요. 순댓국에 순대는 세 개 들어 있고요.

고 : 외국 소시지도 일종의 순대 아닌가요? 이탈리아의 경우 살라미가 햄이고 프로시우토가 돼지다리를 건조한 거죠? 우리 순대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시지와는 다르지 않나요? 건조한 게 아니잖아요.

제트 : 아녜요. 소시지 중에도 건조시키지 않고 우리 순대처럼 쪄 먹는 게 있죠. 건조 안 한 소시지를 프랑스에서는 ‘부댕’(boudin)이라고 불러요. 돼지피를 넣죠.

병천 순대는 50년 전부터

신의주 찹쌀순대를 떠나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여의도의 화목 순댓국으로 향했다. 연예인들이 드나들며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를 방증하듯 한 포털에서 검색하자 이곳을 소개한 블로글 글이 수십 개 이상이다. 7월 하순의 뙤약볕을 받으니 순댓국 생각이 더 간절했다.

제트 : 화목 순댓국은 국물에서 돼지냄새가 좀 나네요. 아~맵다. 직장인들이 좋아할 맛이군요.

고 : 돼지냄새를 없애려고 고추기름을 많이 넣었을까요? 하지만 순댓국물의 본연의 맛이 뭔지 너무 매워서 잘 느껴지지 않는군요. 술 한잔하면 어울릴 맛입니다. 일본, 홍콩, 대만을 다녀보고 느낀 건, 우리 음식이 맵기만 하고 음식 수준은 한·중·일 삼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 같다는 거예요. 조미료도 제일 많이 쓰고. 아무튼, 화목 순댓국 맛은 순댓국 자체보다는 술을 한잔 곁들여야 어울릴 맛인 것 같습니다.

제트 : 화목 순댓국은 파(派)나 류(流)가 없네요. 이북식인지, 어느 지역 식인지….

칼칼한 화목 순댓국의 맛은 그 자체로 즐기기보다 소주와 어울릴 것 같았다. 순댓국에 순대는 세 개 들어 있었고 당면순대였다. 병천 황토방 순대로 이동했다. 병천 지역에 기반을 둔 순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부분 병천 순대의 기원에 대해 아우내 장터에서 오래전부터 서민들이 즐겨오던 음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천안시청 문화관광과는 “아우내 장은 18세기부터 있었지만, 병천 지역에 본격적으로 순댓국집이 많아진 건 50여년 전 돈육공장이 들어오면서부터”라고 밝혔다.

고 : 식당 광고판에는 병천 순대가 아우내 장터에서 선조들이 즐기던 음식이라고 설명돼 있군요.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게 특징이라고도 돼 있네요.

제트 : 정말 국물에서 냄새가 안 나네요. 순댓국 속 순대도 그냥 당면순대가 아니군요. 순대에 진짜 야채가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순댓국 순대 가운데 제일 낫네요. 네 개 들어 있군요. 가격은 똑같은 5000원인데….

고기와 순대는 본사로부터 공급받고 국물은 직접 낸다고 사장이 설명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이런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지점마다 국물 맛이 달라진다. 요리연구가 한복진 전주대 교수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를 보면, 조선조 숙종 초인 1670년대에 쓰인 <음식디미방>에 개고기 순대의 조리법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이 순대를 즐긴 역사는 수백년이 넘는 것으로 추측된다. 19세기 책인 <규합총서>에도 순대 조리법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국밥 문화가 왜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제트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마포역 근처로 향했다. 무봉리 토종 순대 프랜차이즈는 10여년 전 문 열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무봉리는 예부터 순대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다.

당면순대는 빼주세요

제트 : 국물이 괜찮네요. 제 입맛에는 무봉리 토종 순대와 병천 황토방 순대를 뺀 두 곳은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병천 황토방 순대 순댓국은 야채가 많은 게 좋았습니다. 반면 신의주 찹쌀순대와 화목 순댓국은 돼지 내장 냄새가 좀 나더군요. 병천이나 무봉리 둘 다 괜찮네요. 병천은 야채 향이 좋고, 무봉리는 고기의 향이 더 있고 설렁탕 국물 맛이네요.

고 : 당면순대가 세 개, 제대로 된 순대가 두 개 들어가 있군요. 당면순대는 맛이 별롭니다.

제트 : (당면순대를 맛본 뒤) 당면순대는 아예 안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고 : 1~4등을 판단하신다면?

제트 : 무봉리랑 병천은 먹을 만한데, 화목이랑 신의주는 좀 아쉽군요. 돼지 국물은 생각보다 우리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제가 돈코츠 라멘에 도전해봤는데 난도가 있더군요.

◎ 송치 의견 : 식재료, 맛의 스타일에서 순대도 ‘파’가 갈린다. 각 프랜차이즈가 자기 스타일로 승부를 보면 어떨까. 무봉리 토종 순대국과 병천 황토방 순대를 빼고 순댓국 속 순대가 그리 맛있지 않았다. 여의도 화목 순댓국의 경우 포털에 있는 블로그 글은 “맛있다” “맛집이다”라는 추상적인 칭찬 일색이었지만, 호불호가 갈릴 맛이었다.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을 끝냅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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