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공익성을 지향하면서도 이윤 창출을 중시하는 기업인 ‘사회적기업’ 전도사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해 입법을 성사시켰다. 그는 지나친 시장경쟁의 폐해를 막고 한국 기업과 경제가 나아갈 길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역설한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한나라당 진영 의원
“정치인 같지 않네.” 진영 한나라당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한 한겨레 인터넷방송 <하니티브이> 스튜디오를 오가던 연구원, 기자, 피디들이 다들 던진 말이다. 그는 정치인치고는 지나치게 점잖았고, 조용했다.
“한나라당 같지 않네.” 인터뷰가 끝난 뒤, 다시 그들이 던진 말이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지향점은 사회적기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지향해야 하며, 시장에 적절히 개입해 경쟁의 폐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기업이나 시민단체를 정치 성향에 따라 분류하며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한국 경제의 과제와 사회적기업’이라는 크고 무겁고 중요한 주제를 앞에 놓고, 고민이 시작됐다. 경제와 기업을 보는 시각에 정말 보수와 진보는 있는 것일까? 시장 기능을 강조하는 쪽이 보수고, 국가의 개입과 조절을 강조하는 쪽이 진보일까? 기업의 경제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이 보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이 진보일까? 영미식 경제체제를 좋아하면 보수고, 북유럽을 좋아하면 진보일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정책특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외견상 명백한 보수 정치인인 진영 의원과 한국의 사회적기업, 사회복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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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www.hanitv.com
한국경제 쉼없이 성장…이젠 분배 돌아볼 때
성장 혜택 골고루 나눠 제2용산참사 없도록
사회적기업은 복지 대안이자 시장의 미래
정부 적극 지원하고 대기업 공헌 앞장서야 -지역구가 서울 용산구이시지요?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곳이네요. 저도 출근길에 현장을 지나오면서 참담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어찌 보면, 이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구나, 하면서 처참해지기도 하고요. “저도 사고 난 날 아침에 현장에 가서 참상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40년여 동안 한국경제는 쉼 없이 성장했지요. 이제 그 성장의 과실이 특히 소외계층에게 얼마나 돌아갔느냐를 뒤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도시 재개발 아닙니까? 재개발을 하면 땅값이 오르는데, 땅 가진 사람과 건설업자만 돈을 벌잖아요. 세입자로 수십년간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쫓겨 나갑니다.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요? “개발 이익이 100이라면 50은 부동산 소유주가, 20은 건설업자가 갖고, 나머지 30은 자기 집이든 아니든 실제 살았던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지요.”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 재분배하자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거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적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이야기 아닌가요? “진보, 보수를 가릴 문제는 아니지요. 지금은 보수주의든 진보주의든 신자유주의든 어떤 거대담론이나 이데올로기도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지 못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지요. 당위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분배정책을 펼치면 사회 전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게 분명하다. 주류경제학은 분배 역시 시장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주류경제학, 또는 주류 보수의 논리에 대해, 분명 보수적 정치인일 것 같은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제가 아는 주류경제학자 중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인위적 분배를 하면 사회 전체 효율성이 떨어지니 시장에 모두 맡기라고 비판할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하라는 생각에 절대 반대입니다. 마치 시장이 완전한 이성과 합리성을 갖고 있고 만능인 것처럼 말하는 ‘시장지상주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요. 시장과 경쟁이 갖고 있는 미덕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 경쟁을 기본으로 삼고 가진 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시장은 거대 자본의 약탈의 장이 되고 말지요.” -말은 좋은데, 모두 돈이 필요한 일 아닙니까? 갖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국가 재정을 늘려야 하고, 특히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더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 복지를 위한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내용 면에 있어서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선진국 수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정부 지출 확대가 필요합니다.” -그럼 영미식 시장주의와 북구식 복지국가 모델 중 어느 쪽이 한국 현실에 더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용산역에서 노숙자 대상 무료급식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하지요. 저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면서 가슴 한켠이 답답하더라고요. 일회적, 부분적 지원은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안전망의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지요. 이런 점에서 한국의 현실에 맞는 복지국가 모델은 영미식의 시혜적 복지체제보다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중점을 둔 북구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가족과 지역공동체 등을 강조하는 한국 전통 사회의 유산을 이어받기도 해서 복지국가 모델을 짜야 합니다. 150만명에 달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기초생활 수급자와 전체 가구의 30%에 달하는 470만가구의 차상위 잠재적 빈곤층을 어떻게 지원하고 도와주느냐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버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해 입법까지 성사시켰는데, 이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인지요? “사회적기업은 ‘공익성을 지향하면서도, 이윤 창출을 위한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 형태’로서,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21세기형 복지의 대안입니다. 입법을 하기는 했지만, 제가 주역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소외계층의 자립을 위해 공익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많은 풀뿌리 활동가들이 있었지요. 이런 활동가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특히 정부 및 공공기관, 대기업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 보호된 시장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요? “오히려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을 포괄함으로써 시장경제를 더 건전하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진영 의원이 옹호하는 사회적기업 중 상당수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사회적기업 관련 사업 중 ‘이념적으로 현 정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배제되는 일도 생겨났고, 사업 지원이나 인증 심사 때 해당 비영리기관의 정치적 성향을 신경 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돈다. 사회적기업 관련 사업 위탁을 받을 때 ’불법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갈등 상황에 대한 그의 인식이 궁금했다. -시민사회와 정부의 이념적 갈등이 커지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사회적기업 하는 사람의 이념적 성향을 따지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회적기업 관련 단체가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갖는다 해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구멍을 메워주고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주제에서는 이념이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엔지오를 이념적으로 구별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국가는 정부의 국가권력이 있고, 시민사회가 있습니다. 시민사회도 중요한 국가의 요소입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독자적으로 자기 영역을 찾고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서로 역할이 있고 실체가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입니다.” -사회적기업은 그렇다 치고, 대기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 대기업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 고용을 늘리지 않고 사회 공헌액을 줄이고 있으며 국내에 투자하지 않으며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비판도 받지 않습니까? “우리 경제가 그동안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기여는 무시할 수 없지요. 다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대기업의 사명도 바뀌고 있어요. 한국이 20세기에는 무한 경쟁으로 성장해 왔다면, 21세기에는 소외된 사람과 성장의 과실을 얼마나 잘 나누느냐에 따라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느냐가 판가름이 납니다. 대기업이 이런 면에서도 앞장서야 합니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거의 한계점에 가 있을 정도지요. 부패 등 거래 관행의 문제점은 심각합니다. 이런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하고, 한편으로 사회공헌활동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공감시켜야지요. 사실 21세기에는 대기업도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분명한 사회적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21세기는 사회적기업의 시대지요. 대기업도 엔지오도 사회적기업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국회의원이 “힘이 없다.” 국회는 여전히 싸움터다. 정책으로도 나뉘지만, 대체로 파벌로 나뉘어 이해관계를 놓고 격돌한다. 왜 그런 것일까? 진 의원은 중앙당 중심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회의원이 당의 방침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는 합리적 입법가보다는 싸움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외롭다.” 그래서 몰려다닌단다. 파벌이 생기는 것도 외로워서란다. 외로운 정치인들이 모여 정책을 논하면 생산적인데, 자꾸 이익만 챙기려 하니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진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다가, ’파벌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사퇴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한국경제 쉼없이 성장…이젠 분배 돌아볼 때
성장 혜택 골고루 나눠 제2용산참사 없도록
사회적기업은 복지 대안이자 시장의 미래
정부 적극 지원하고 대기업 공헌 앞장서야 -지역구가 서울 용산구이시지요?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곳이네요. 저도 출근길에 현장을 지나오면서 참담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어찌 보면, 이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구나, 하면서 처참해지기도 하고요. “저도 사고 난 날 아침에 현장에 가서 참상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40년여 동안 한국경제는 쉼 없이 성장했지요. 이제 그 성장의 과실이 특히 소외계층에게 얼마나 돌아갔느냐를 뒤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도시 재개발 아닙니까? 재개발을 하면 땅값이 오르는데, 땅 가진 사람과 건설업자만 돈을 벌잖아요. 세입자로 수십년간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쫓겨 나갑니다.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요? “개발 이익이 100이라면 50은 부동산 소유주가, 20은 건설업자가 갖고, 나머지 30은 자기 집이든 아니든 실제 살았던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지요.”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 재분배하자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거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적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이야기 아닌가요? “진보, 보수를 가릴 문제는 아니지요. 지금은 보수주의든 진보주의든 신자유주의든 어떤 거대담론이나 이데올로기도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지 못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지요. 당위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분배정책을 펼치면 사회 전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게 분명하다. 주류경제학은 분배 역시 시장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주류경제학, 또는 주류 보수의 논리에 대해, 분명 보수적 정치인일 것 같은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제가 아는 주류경제학자 중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인위적 분배를 하면 사회 전체 효율성이 떨어지니 시장에 모두 맡기라고 비판할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하라는 생각에 절대 반대입니다. 마치 시장이 완전한 이성과 합리성을 갖고 있고 만능인 것처럼 말하는 ‘시장지상주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요. 시장과 경쟁이 갖고 있는 미덕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 경쟁을 기본으로 삼고 가진 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시장은 거대 자본의 약탈의 장이 되고 말지요.” -말은 좋은데, 모두 돈이 필요한 일 아닙니까? 갖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국가 재정을 늘려야 하고, 특히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더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 복지를 위한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내용 면에 있어서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선진국 수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정부 지출 확대가 필요합니다.” -그럼 영미식 시장주의와 북구식 복지국가 모델 중 어느 쪽이 한국 현실에 더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용산역에서 노숙자 대상 무료급식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하지요. 저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면서 가슴 한켠이 답답하더라고요. 일회적, 부분적 지원은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안전망의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지요. 이런 점에서 한국의 현실에 맞는 복지국가 모델은 영미식의 시혜적 복지체제보다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중점을 둔 북구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가족과 지역공동체 등을 강조하는 한국 전통 사회의 유산을 이어받기도 해서 복지국가 모델을 짜야 합니다. 150만명에 달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기초생활 수급자와 전체 가구의 30%에 달하는 470만가구의 차상위 잠재적 빈곤층을 어떻게 지원하고 도와주느냐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버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해 입법까지 성사시켰는데, 이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인지요? “사회적기업은 ‘공익성을 지향하면서도, 이윤 창출을 위한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 형태’로서,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21세기형 복지의 대안입니다. 입법을 하기는 했지만, 제가 주역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소외계층의 자립을 위해 공익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많은 풀뿌리 활동가들이 있었지요. 이런 활동가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특히 정부 및 공공기관, 대기업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 보호된 시장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요? “오히려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을 포괄함으로써 시장경제를 더 건전하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진영 의원이 옹호하는 사회적기업 중 상당수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사회적기업 관련 사업 중 ‘이념적으로 현 정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배제되는 일도 생겨났고, 사업 지원이나 인증 심사 때 해당 비영리기관의 정치적 성향을 신경 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돈다. 사회적기업 관련 사업 위탁을 받을 때 ’불법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갈등 상황에 대한 그의 인식이 궁금했다. -시민사회와 정부의 이념적 갈등이 커지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사회적기업 하는 사람의 이념적 성향을 따지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회적기업 관련 단체가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갖는다 해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구멍을 메워주고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주제에서는 이념이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엔지오를 이념적으로 구별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국가는 정부의 국가권력이 있고, 시민사회가 있습니다. 시민사회도 중요한 국가의 요소입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독자적으로 자기 영역을 찾고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서로 역할이 있고 실체가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입니다.” -사회적기업은 그렇다 치고, 대기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 대기업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 고용을 늘리지 않고 사회 공헌액을 줄이고 있으며 국내에 투자하지 않으며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비판도 받지 않습니까? “우리 경제가 그동안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기여는 무시할 수 없지요. 다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대기업의 사명도 바뀌고 있어요. 한국이 20세기에는 무한 경쟁으로 성장해 왔다면, 21세기에는 소외된 사람과 성장의 과실을 얼마나 잘 나누느냐에 따라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느냐가 판가름이 납니다. 대기업이 이런 면에서도 앞장서야 합니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거의 한계점에 가 있을 정도지요. 부패 등 거래 관행의 문제점은 심각합니다. 이런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하고, 한편으로 사회공헌활동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공감시켜야지요. 사실 21세기에는 대기업도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분명한 사회적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21세기는 사회적기업의 시대지요. 대기업도 엔지오도 사회적기업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국회의원이 “힘이 없다.” 국회는 여전히 싸움터다. 정책으로도 나뉘지만, 대체로 파벌로 나뉘어 이해관계를 놓고 격돌한다. 왜 그런 것일까? 진 의원은 중앙당 중심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회의원이 당의 방침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는 합리적 입법가보다는 싸움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외롭다.” 그래서 몰려다닌단다. 파벌이 생기는 것도 외로워서란다. 외로운 정치인들이 모여 정책을 논하면 생산적인데, 자꾸 이익만 챙기려 하니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진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다가, ’파벌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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