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요즘 농어촌 체험 여행이 인기입니다. 도시민이 농어촌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이 마련한 체험행사를 즐기고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자연을 즐기면서 시골 정취와 인심에 푹 빠졌다 돌아올 수 있어, 특히 자녀와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으로 알맞습니다. 농산물 채취, 공예품 만들기, 물고기 잡기 등 지역마다 독특한 체험들이 이어집니다. 그 지역 특산물을 싼값에 살 수도 있습니다. 도시민과 농어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의 여행 방식입니다. 농어촌 마을 여행이 남녀노소에게 흥미로운 건 체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는 여행이죠. 이번주 esc 커버스토리는 오감체험 입체영화관입니다. 요즘 테마파크들과 일부 상영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의 몸을 자극해 영화를 실감나게 감상하도록 하는 4D 입체영화가 관심을 끕니다. 객석 주변엔 관객들의 시각·청각은 물론 후각·촉각까지 자극할 수 있는 갖가지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요. 역시 몸을 통해 느끼며 즐기는 영화라는 데 묘미가 있습니다. 시들해진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준다는 점에서 농어촌 체험 여행과 맥을 같이합니다. 몸으로 부닥치지 않는 여행, 실감이 나지 않는 영화는 그래서 재미도 없고 감동도 덜합니다. 지난 얘기지만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행보’라며 시장을 찾아 오뎅을 사 자셨지요. 엊그제는 “서민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고 돌보겠다”는 뜻의 말씀도 하셨더군요. 한마디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서민 행보’는 간식 사 먹으며 구경 다니는 시장 산책이 아니니까요. 서민의 아픔이 뭔지 모르고 아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올여름 휴가 땐 ‘정국 구상’ 따윈 미뤄두시고, 농어촌 체험 마을을 찾아 가재도 잡고 두부도 만들어 드신 뒤, 오감체험 영화관에도 들러보시는 게 어떨까요. 온몸으로 느끼는 체험이 무엇인지, 재미와 감동 그리고 공포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새겨보심이 어떨지요. 근데 느낄 수 있을까요? 보여줘도 보이지 않고 들려줘도 듣지 못하는 눈과 귀에는, 입체영상이고 4D 오감체험이고 농어촌 체험이고 다 부질없는 일이니까요.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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