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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대상 : 패스트푸드점 쇠고기버거
◎ 조사 내용 :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는 햄버거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감독은 일정 기간 패스트푸드 햄버거만 사먹으며 신체의 변화를 찍는다. 변화는 충격적이다. 간 수치, 비만 수치 등이 급격하게 늘었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 음식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며 싸구려 고기로 건강을 해치는 ‘악’이라는 의견이 있다. 바쁜 현대인이 짧은 시간에 요기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주 맛경찰은 두 가지를 조사했다. 소비자는 홈페이지나 전화를 이용해 햄버거를 만드는 재료와 첨가물 정보를 알 수 있는가? 패스트푸드 버거들의 가격 대비 맛은 어떤가? 패스트푸드보다 상대적으로 고급으로 인식되는 크라제버거도 함께 품평했다. 대상은 모두 쇠고기버거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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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미국에서 버거킹은 흑인의 버거, 맥도날드는 백인의 버거로 알려져 있죠. 햄버거의 본고장이 미국이잖아요? 그 두 개 말고도 웬디스, 칼스 주니어, 인앤아웃 버거 등 햄버거 체인이 많아요.
고나무(이하 고): 영화<해롤드와 쿠마>에 나오는 화이트캐슬도 진짜 존재하는 체인인가요?
제트: 그럼요. 동부 쪽이죠. 미국은 땅이 넓어서 버거 체인도 지역마다 달라요. 인앤아웃 버거는 캘리포니아, 화이트캐슬은 동부 쪽이죠.
고: 각각의 프랜차이즈마다 맛의 차이가 있나요?
버거킹은 흑인 버거, 맥도날드는 백인 버거 이미지
제트: 그럼요. 버거킹은 진한 맛이고 맥도날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맛이죠. 한국에서도 종종 먹어요. 특히 일 끝나고 24시간 하는 곳에서.
고: 흠, 요리사는 안 드실 줄 알았는데?
제트: 엄청 먹죠. 미국에서 요리 공부하고 일할 때도 많이 먹었고요. 미국 음식이라고 할 만한 건 버거밖에 없어요. 로스트비프는 영국 거고요. 제가 교수에게 “미국 음식은 뭡니까” 하고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다 “햄버거밖에 없네?” 그러더군요. 파스타도 50년대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나 먹었지 지금처럼 대중화되진 않았죠. 미국인들은 식사라고 하면 ‘고기 먹어야지?’라고 생각했죠.
고: 우리나라에서는 간식 개념 아닌가요?
제트: 그러니까 크기가 작잖아요. 와퍼 정도나 되어야 식사할 정도가 되고요.
롯데리아 한우 불고기버거(5200원),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돈육 패티, 2800원)와 치즈버거(쇠고기 패티, 1800원), 버거킹 불고기와퍼(쇠고기 패티, 4500원)와 갈릭치즈버거(쇠고기패티, 2200원), 크라제버거 케이비 오리지널 버거(쇠고기 패티, 7300원), 케이지버거(쇠고기 패티, 8600원)를 차례대로 먹었다.
제트: (칼로 사등분하며) 햄버거는 단면(레이어)이 중요하죠. 버거킹 와퍼를 잘라 볼까요?
고: 롯데리아 한우 버거가 제일 비싸요. 5200원입니다.
제트: 롯데리아 버거는 전체적으로 잡향이 없고 깔끔하네요. 그러나 패티를 보면 고기를 너무 치댔어요. 버거킹 패티 단면을 보면 고기 조직이 보이는데 롯데리아 패티는 깨끗해요. 패스트푸드 버거 패티는 다진 고기가 아니라 간 고기를 쓰는데, 치면 칠수록 밀도가 높아지죠. 수분이 적어지고. 좋은 건 아니죠. 씹었을 때 질감이 ‘러버리’(고무 같은)하군요.
고: 빵 상태는 어떤가요? 저는 롯데리아랑 버거킹 빵이 신선한 것 같습니다.
제트: 맥도날드 버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걸 사오셨으니 단순히 빵을 비교하긴 무리죠. 일단 가장 깔끔한 건 롯데리아 빵이네요. 문제는 쇠고기를 썼느냐 아니냐보다 패티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갔느냐죠.
고: 빵의 두께는 어느 정도가 좋은 건가요?
제트: 빵이 너무 두꺼워 고기 맛을 못 느끼면 안 되죠. 저 같은 경우 크라제버거를 자주 안 가는 이유가 너무 두꺼워서 씹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고: 세 패스트푸드의 쇠고기 버거에 대해 종합적으로 품평해주시죠.
제트: 패티만 따지면 롯데리아 한우 버거보다 맥도날드 치즈버거의 쇠고기 패티가 덜 고무 같군요. 대신 롯데리아 빵 식감은 나쁘지 않고요.
고: 그나저나 맥도날드 빵은 정말 맛없군요. 너무 푸석해서 목에 걸립니다.
제트: 1800원짜리인데 크게 바랄 게 있겠어요? 그보다 롯데리아 한우 버거는 100% 한우라는데 그에 비해 식감이 떨어지네요.
고: 종합적으로는 버거킹이 그나마 낫나요?
제트: 버거킹 나쁘지 않죠. 그러나 베스트는 아닙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죠. 문제는 성분 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몇 그램짜리 고기’라는 걸 표시 안 하니까요. 솔직히 제 생각에 버거보다는 칼로리 높은 감자튀김이 더 문제죠. 햄버거만 삼시 세끼 먹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
고: 크라제 버거는 어떠세요?
제트: 햄버거를 택할 때 빵을 호밀 빵(번)과 햄버거 빵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좋네요. 불고기버거인 케이지 버거의 패티가 더 뻑뻑하네요. 케이비 오리지널과 같은 패티인데 너무 오래 구웠군요. 종합적으로는 버거킹 와퍼와 크게 다를 바 없네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에 각각 ① 어느 지역 쇠고기를 쓰는지 ② 쇠고기 패티를 만들 때 첨가물은 넣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는 “패티는 100% 쇠고기다. 불고기버거 패티의 경우, 불고기 맛을 위한 시즈닝 성분, 즉 마늘, 양파, 후추 등 일반 불고기 조리 시에 사용되는 양념 등이 수분과 함께 미량 첨가된다. 한우는 국가공인기관을 통해 매월 1회 디엔에이 판정 결과를 거쳐 인증받은 100% 한우만을 엄선하여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지역 한우를 쓰는지, 어떤 부위를 쓰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어떤 부위인지 몰라도 한우면 오케이?
맥도날드는 “한우를 사용하는 버거는 없고 쇠고기 버거의 경우 호주산/뉴질랜드산 100% 순소고기를 사용하며, 소금과 후추 이외의 첨가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거킹은 “한국 버거킹은 100%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사용한다. 불고기 패티는 쇠고기 외에 다른 첨가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사 모두 홈페이지에 제품의 칼로리 수치는 공개했으나 업장에서 고객들이 보는 메뉴판에는 칼로리 표시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유일하게 버거킹만이 칼로리 표시 외에 따로 성분 표시를 했다. 고기, 밀가루 등 기본 재료 외에 첨가물 등 모든 재료가 표시됐다. 삼사 모두 햄버거 포장지에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표기하지 않은 점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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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치 의견 : 칼로리 표시만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업체가 성분 표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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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