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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비싼 밥값 더 오를라

등록 2009-04-15 19:27수정 2009-04-19 12:11

인천국제공항 한식당 하늘
인천국제공항 한식당 하늘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비싼 값에 맛없기로 소문난 인천공항 식당…주인들 공정위 제소로 가격 오를 가능성도

◎ 조사 대상 : 인천국제공항 한식당 하늘

◎ 조사 내용 : 터미널에는 많은 사람이 오간다. 그래서일까, 터미널 식당은 맛없기로 유명하다. 뜨내기가 많아 단골이 생기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해도 ‘맛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은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 식당이 맛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제보를 받았다.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비싼 것은 당연한데 소비자들이 오해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적에 합리적인 측면이 있을까? 요리사 제트와 동행자 2명이 함께 인천국제공항 4층의 일반 한식당 ‘하늘’을 찾았다. 4층 전문식당가는 출발층(3층)의 위층으로 이용객들이 탑승 직전 자주 찾는다.

요리사 제트(이하 제트) : 테이블에 삶은 달걀을 뒀네요. 아이디어가 재밌군요. 전 된장정식으로 하겠습니다.


고나무 기자(이하 고) : 추천 메뉴에 커플세트가 있군요. 한우불고기비빔밥과 사골배추갈비탕에 포도주 두 잔을 서비스로 주는 메뉴입니다. 전 이걸로 시킬게요.

된장찌개 1만원, 고등어구이 7000원?

커플세트는 2만8000원이고 된장정식은 1만7000원이었다. 된장정식은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로 구성됐다. 나머지 동행자 1명은 물냉면(1만원)을 시켰다. 3명이 삶은 달걀 3개를 먹었으며 10% 부가세를 포함해 모두 6만2000원이 나왔다. 제공되는 스페인 포도주 ‘알칸타’는 백화점에서 약 2만5000원에 판다.

일본보다 비싼 밥값 더 오를라
일본보다 비싼 밥값 더 오를라

제트 : (포도주를 맛본 뒤) 포도주는 열어 놓은 지 오래된 것 같은데요? 향이 너무 확 올라오는군요. 알칸타라 … 스페인 포도주군요. 자두향 등 과일향이 강한데요?

고 : 과일향이 강한 포도주를 좋아하는 제겐 나쁘지 않군요.

제트 : 전 인천공항 식당은 아직 이용해 본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터미널 음식은 안 먹습니다. 국제공항이 김포공항이던 시절은 가끔 이용했지만요. 터미널 식당은 단골이 될 수 없는 식당이죠. 자주 올 수 없으니까요.

고 : 직업이 요리사라 까다로우셔서 그렇겠죠. 일반 손님들은 3층이 출발층이니까 4층 식당가에서 많이들 먹잖아요. 저도 지난해 국외 출장 갈 때 이곳 4층 식당가를 종종 이용했습니다.

제트 : 냉면에 딸기가 올라오는 게 특이하네요. 냉면은 시중에서도 8000~9000원이니 이곳 가격이 그리 비싼 건 아니군요. 그러나 된장정식은 너무 비쌉니다. (냉면을 맛본 뒤) 냉면 맛은 … 인스턴트 냉면 맛이네요.

고 : ‘터미널이니까 그냥 포기하고 먹자’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요? 지난해 갔던 파리 공항 카페테리아는 값도 싸고 음식도 맛있던데요. 샌드위치나 과일도 제맛이었고요.

제트 : 고등어는 미리 구워 놓은 것 같은 맛이군요. 겉면이 말라 있네요. 육질도 뻑뻑하고. 된장국이 1만원이고 고등어가 7000원인 셈인가.

고 : 음식 질에 비해 비싼가요?

제트 : 비싸긴 하네요.

고 : 터미널이니까 비싼 건 당연한 걸까요?

제트 : 함부로 판단할 순 없고, 임대료·관리비 등이 얼만지 알아봐야 판단할 수 있죠.

고 : 한우불고기비빔밥과 알칸타 포도주(적포도주)를 같이 한번 마셔 볼까요. 음 … 마리아주(음식과 포도주의 궁합)는 안 맞네요. 오늘 시킨 음식 가운데 냉면 맛이 가장 떨어지네요. 가격은 적당한데 맛이 너무 떨어져요. 그릇이 품격 있고 딸기가 고명으로 올라오는 것 빼고 특별할 게 없네요. 육수나 면이 인스턴트 냉면 맛이에요. 된장찌개는 그냥저냥 먹을 만하고, 갈비탕도 그럭저럭이고요. 비빔밥이 단품으로는 1만2000원이고 갈비탕이 1만3000원이군요.

일본보다 비싼 밥값 더 오를라
일본보다 비싼 밥값 더 오를라
제트 : 비빔밥 가격이 가장 합리적이군요. 음식도 음식이지만 찬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인천공항이 시설은 좋죠. 지어진 지도 얼마 안 됐고요.

고 : 그 점은 모두 인정하더군요.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 공항처럼 오래된 곳에 비하면 훌륭하죠.

제트 : 그러나 된장정식 가격 1만7000원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10% 부가세까지 붙잖아요. 외국 공항 식당에서는 대부분 세금이 안 붙죠.

고 : 4층에 있는 또다른 고급 한식당 ‘자연’은 떡갈비정식이 2만5000원이더군요.

제트 : 이곳 음식값이 비싼지 안 비싼지 판단하려면, 인천공항 상가의 관리비·임대료가 얼마쯤인지 알아야겠죠. 만약 서울에서도 상가 임대료가 비싸다는 강남 수준보다 더 낮다면 이곳 식당 경영업체(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가 문제고, 이곳이 비싸다면 공사 측에서 임대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는 셈이 되겠죠. 아무리 높게 잡아도 인천공항 이용객이 강남 상가의 유동인구보다 더 많지는 않을 테니까요. (강남역의 하루 승하차 인구는 약 20만명이라고 서울지하철공사는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홍보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4층 전문식당가의 경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과 워커힐호텔이 각각 동편과 서편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하늘’을 운영하는 워커힐이 공사에 다달이 내는 임대료는 대략 1평(3.3㎡)당 18만7400원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제트는 청담동의 핵심 상가 임대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문제라기보다 식당 운영 업체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2006년 2819만1116명, 2007년 3122만7897명(전년 대비 10.8% 증가), 지난해 2997만3522명(전년 대비 4% 감소)으로 변해 왔다. 이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업체가 입찰에서 경쟁한다. 인천공항에는 모두 112개의 식음료 매장이 있으며 이 중 77개는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 매장이다.

입찰제이기 때문에 식당마다 임대료가 다르다. 임대료는 입찰 때 신청자들이 써낸다. 업자들은 사업권을 신청할 때 각자 사업 전망을 계산해 적절한 임대료를 제출한다.

공사는 ‘공항은 비싸다’는 인식에 곤혹스러워했다. 이를 없애려 노력한다. 실제로 77개의 브랜드 매장에 시중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도 당했다.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도심에서 떨어져 물류비 등이 증가해 값을 올려야 하는데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소했다. 이 사건은 아직 공정위에 걸려 있다.

일본 공항식당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싸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인천공항은 “그렇지 않아도 공항은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서 푸드코트도 만들었다. 고급 식당이 있지만 호텔과 비교하면 싼데, 일반인들은 일반 식당과 비교해서 비싸다고 인식한다. 또 실제로 시중 식당에 비해 비싼 이유가 존재한다. 연중무휴라는 점, 공항이 멀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느는 점, 물류비가 증가하는 점 등이다. 그러나 지하층 ‘푸드온에어’ 및 4층 푸드코트 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도 다양하다”고 밝혔다.

요리사 제트의 도움을 받아 일본 하네다 공항 식당의 메뉴와 가격을 취재했다. 국제선 식당가의 ‘하늘’ 이상 인테리어를 갖춘 식당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각각 1500엔(약 1만9900원)과 1450엔(약 1만9200원)에 제공한다. 다른 식당도 1000~2000엔 수준이었다. 두 나라의 경제 규모·소득 수준을 비교할 때 한국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됐다.

◎ 송치 의견 : 도심과 떨어져 물류비가 오른 점 등을 고려해도 ‘하늘’의 가격은 비싸다. 4층 다른 식당들도 비싼 편이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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