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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다 졸면 옐로카드!

등록 2009-03-04 20:10수정 2009-03-08 15:31

맥주통과 관을 깨끗이 세척해야 생맥주 맛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맥주통과 관을 깨끗이 세척해야 생맥주 맛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이태원 세골목집(3Alley pub)
다양한 선택, 저렴한 가격, 신선한 관리에 외국 펍 문화 체험은 덤



◎ 조사 대상 : 이태원 세골목집(3Alley pub)

◎ 조사 내용 :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세골목집의 대표적인 생맥주를 오진영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킴스 브로이하우스 브루마스터와 함께 품평했다. 펍 문화에 대해서도 방담을 나눴다.


오진영 브루마스터(이하 오) : 2년 전에 마지막으로 온 뒤 처음이군요. 그땐 독일 남자가 주인이었는데. 과연 장사가 잘되는군요.

고나무 기자(이하 고) : 평일에도 늦게 오면 자리가 없더라고요. 매주 화요일엔 퀴즈대회를 열어 예약도 안 됩니다. 쉽게 접하기 힘든 외국 생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같은 생맥주도 술집마다 맛이 다른 이유

오 : 젊은이들은 맥주 맛을 따지니까요.

고 : 특히 20~30대 남성들이 맥주 맛을 따지는 것 같아요. 이 세대 때 어학연수가 대중화됐죠. 그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주로 영국·미국으로 연수를 가는데, 그곳 맥주 맛이 기가 막히니까요. 밍밍한 국산 맥주에 만족하지 못하겠죠.

생맥주는 국산 오비블루를 포함해 모두 9가지다. 외국 생맥주 가격은 다음과 같다. 크롬바커 생맥주 270㎖ 3500원(500㎖ 5000원), 기네스 270㎖ 4500원(500㎖ 7500원), 호가든 270㎖ 5000원, 산 미겔 270㎖ 2500원(500㎖ 4500원), 킬케니 270㎖ 4500원(500㎖ 7000원), 레나니아 270㎖ 4500원, 앨리켓 270㎖ 5000원, 에딩거 750㎖ 7500원이다. 레나니아·앨리켓은 시중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에일 맥주다. 에일은 도수가 8~9도에 이르는 상면 발효 맥주(발효 과정이 위에서 일어나는 맥주)로 영국에서 많이 즐긴다. 스낵으로 닭 날개와 샌드위치가 인기 있다.

오 : 킬케니도 기네스처럼 질소로 뽑는 맥주죠. 생맥주 통에 담긴 맥주를 기체 압력을 넣어 밀어내 노즐에서 잔에 담죠. 탄산이 아니라 질소로 뽑으면 거품이 조밀하고 부드러워요. 좋은 맥주는 거품에서 티가 납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맥주가 줄어들며 잔에 거품 흔적이 남죠? 이걸 맥주 스텝이라고 합니다. 좋은 맥주는 스텝이 선명합니다.

고 : 이곳 맥주 상태는 어떤가요?

오 : 신선하네요. 맥주를 한 모금만 마셔도 맥주통과 노즐을 잘 세척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은 상태가 좋아요. 프로답게 운영하는 곳은 매일 관 세척을 합니다. 영업이 끝나고 퇴근 전에 세척하죠. 하루만 세척 안 해도 맥주에서 쉰내가 납니다. 세척에 대해 개념 없는 호프집 주인도 많아요. 세척 키트가 뭐냐고 묻는 주인장도 봤다니까요.

고 : 세척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 : 그럼요. 보통 호프집에서 사용하는 생맥주통(케그)은 20ℓ가 넘습니다. 통에 맥주가 남았다고 칩시다. 그럼 다음날 영업 때까지 최소 열다섯 시간 이상 맥주가 공기에 노출되는 셈이죠. 산화돼 시큼해지죠. 게다가 관을 잘 안 씻으면 단백질·찌꺼기 같은 게 노즐에 낍니다. 거기서 쉰내가 나는 거죠. 그래서 같은 국산 생맥주라도 호프집마다 맛에 차이가 나는 거예요.

고 : 레나니아 맛은 어떤가요?

오 : 에일은 상면 발효 맥주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독일에서는 하면 발효 맥주인 라거가 대세죠. 에일은 영국인들의 술이었죠. 지금은 두 나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앨리켓은 특유의 향이 풍부하네요. 바디(입에 넣었을 때 묵직한 정도)도 좋고요. 레나니아는 첫맛이 마치 약을 먹는 것 같군요. 향도 앨리켓보다 약하고 끝맛은 도수에 비해 가볍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꾸 마시니 중독성이 있군요. 킬케니는 갈색 맥아를 사용한 맥주고, 기네스는 맥아를 완전히 까맣게 볶은 흑맥주입니다. 킬케니의 부드러운 거품이 좋긴 한데 기네스 아류 같은 느낌도 있군요.

고 : 맥주평론가 마이클 잭슨은 최고의 맥주 중 하나로 킬케니를 뽑기도 했죠.

오 : 그래요? 이번엔 에딩거를 마셔볼까요. 독일에서 에딩거는 다른 밀맥주가 없을 때 선택하는 술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에딩거가 양조 규모가 큰 대신 맛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더군요. 맥주 종주국이니 맛있는 밀맥주가 얼마나 많겠어요. 에딩거는 카스나 하이트 같은 셈이죠.

1ℓ 앉은자리에서 비워야 진짜 남자?

고 : 며칠 전 동료들과 세골목집에 왔다가 재밌는 일을 겪었죠. 저까지 5명이었는데 밤 11시가 지나자 일행 중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졸았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졸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부당하다고 생각해 주인을 불렀죠. 뉴질랜드 출신의 동업자가 와서 무뚝뚝하게 “졸면 나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한국인을 차별하는 거냐”고 이유를 따졌습니다. 뉴질랜드 펍에선 졸면 안 된다더군요. 모든 손님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제야 악수를 하고 화해했죠. 독일에도 이런 주도(?) 같은 게 있나요?

오 : 독일엔 ‘1ℓ잔을 비우기 전에 화장실에 가면 진짜 남자가 아니다’라는 묵계가 있죠. 독일 맥줏집은 대부분 1ℓ잔을 씁니다. 이 때문에 손님들이 화장실에 한번에 몰리는 게 귀찮죠, 하하. 그래서 독일 맥줏집에서 ‘큰 일’은 금물입니다.

세골목집의 경영자인 앨버트 라이언(41)은 “전세계 펍 중에 자는 사람이 있는 건 한국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인 차별이 아니라 펍 문화의 차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한국과 다른 펍 문화를 설명하며 든 또다른 사례는 예약이다. 세골목집은 원칙적으로 예약을 받지 않고 그때그때 모임의 중요성이나 규모를 봐서 예약을 받는다. 앨버트 라이언은 “이곳은 레스토랑도 바도 아니다. 피, 유, 비, 펍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레 서로 어울리는 공적인 장소다. 아무도 졸지 않고 아무도 취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거는 노동자(worker)들의 술”이라는 표현도 종종 썼다. 그들에게 펍은 노동자 서민들이 예약 없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장소다. 한국의 ‘호프집’과는 다른 ‘펍 문화’다.

그는 캐나다에서 펍을 운영했고 2000년 여행차 한국에 왔다가 한국 여성과 결혼해 눌러앉았다. 세골목집은 2001년 문을 열었는데 앨버트 라이언은 2002년부터 독일인 사장과 동업을 해왔다. 지금은 뉴질랜드인과 동업한다. ‘모벰버’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지난해 슈퍼볼(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단체관람 때 수백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이 돈으로 텔레비전 등을 사서 보육원에 기부하는 등 한국 사랑도 깊다. 한국 맥주 가운데는 오비 생맥주를 높이 샀다. 손님이 손가락을 딱딱거려 종업원을 부르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할 때 가장 참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의 (02)749-3336/www. 3alleypub.com

고 : 맛있는 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맥주 양조장) 현황은 어떤가요?

교육세가 왜 술에 부과되나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오 :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를 백화점이나 다른 맥줏집에 공급하거나 팔 수 없게 막는 주세법도 부당하지만 주세도 문젭니다. 생산량이 훨씬 적은 마이크로 브루어리도 하이트나 오비와 똑같은 주세율(72%)로 세금을 내거든요. 교육세가 왜 술에 부과되는 건지도 참 ….(술에 교육세를 부과한 것은 1982년 교육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독일은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경우 주세율이 더 낮습니다. 2002년경 100여개였던 한국의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지금 60여개로 줄었습니다. 얼마 전 한 고등학생이 브루마스터가 되고 싶다고 문의 전화를 했습니다. “일단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답했습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물론 맥주업계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고 : 맥주 애호가들에게 남은 건 수입 맥주뿐인가요? 쩝.


◎ 송치 의견 : 세골목집은 펍 문화를 맛보기에 좋은 장소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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