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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급좌절, 팔꿈치 지못미!

등록 2009-01-14 21:28수정 2009-01-17 11:18

코너링은 속도를 유지하며 발을 바꾸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코너링을 시도하다 기자는 다섯 차례 넘어졌다.
코너링은 속도를 유지하며 발을 바꾸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코너링을 시도하다 기자는 다섯 차례 넘어졌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제주 출신 고나무 기자의 스케이트 도전기, 다음엔 좀더 멋지게 탈 수 있겠지?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을 소재로 한 영화 <쿨 러닝>을 아시는지? 더운 열대지방 나라에 눈과 얼음이 있을 리 없고 따라서 봅슬레이 팀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이 특이한 겨울철 스포츠를 사랑하게 된 일단의 젊은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국제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이다.

기자가 지난 9일 빙상 스케이트 강습을 받은 것은 이 영화의 설정과 비슷했다. 제주 출신인 기자는 빙상 스케이트라곤 대학 1학년 때 한 번 타본 게 전부였다. 고등학교 때 한국지리 시간에 자주 졸지 않았다면 ‘겨울 평균 기온 0도 선’을 기억할 것이다. 감귤 재배의 북방한계선. 제주도는 그 북방한계선 밑에 있다. 기자가 살던 제주시에는 얼음이 어는 일도 드물고, 얼음이 얼 만한 하천도 없었다. 태평양이 어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빙상 스케이트는 자메이카 사람들이 봅슬레이를 대하는 것과 같은 존재였다.

<쿨러닝>의 스케이트 버전을 찍는구나

예전 제주 출신들은 축구나 야구 연고팀이 없는 탓에 스포츠 관련 대화에서 미묘하게 소외된다고 느꼈다. 육지 출신 친구들이 실제로 기자를 표나게 소외시키진 않았다. 그러나 연고팀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선수의 실력만을 즐기는 ‘제3자의 쿨함’을, 연고팀이라면 우선 흥분하고 보는 육지 출신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빙상 스케이트는 야구나 축구와 함께 기자에게 육지와 제주 출신을 구분하는 ‘문화의 0도 선’이기도 했다.

기자는 이번 빙상 스케이트 강습을 통해 그 문화의 골을 넘어서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자가 한국체대 재학 중인 박수빈(21) 강사의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은 이유다.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다. 다행히 어설프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던 경험이 있었다. 한창 인라인 스케이트 붐이 일던 2003년 여름 한강 시민공원 강변 산책로를 달렸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은 초장부터 깨졌다.

걷기부터 시작했다.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판 위에서 신체의 균형을 잡는 기본 훈련에 해당한다. 스케이트 날로 빙판 위에서 체중을 지탱하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허리를 펴고 양팔을 어깨높이로 벌리고 한 발씩 걸음을 옮겼다. 양팔을 벌리는 것은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오후 3시 그랜드하얏트 서울 아이스링크에는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다. 우스꽝스런 모습의 기자 주위로 하나둘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빙상 스케이트는 인라인 스케이트보다 체중을 지탱하는 게 힘들었다. 마찰이 적어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더 긴장해야 했다.

그다음엔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훈련을 했다. 허리를 펴고 양팔을 벌린 상태에서, 한쪽 발을 옆으로 밀어 추진력을 얻었다. 민 발은 곧바로 밀자마자 당겨 양발을 모았다. 시속 1.5㎞에 불과한 속도였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빙상 스케이트는 기원전 1000년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사슴·순록의 다리뼈나 갈비뼈로 스케이트를 탔다. 우연히 처음 스케이트를 탄 고대인의 기쁨이 지금 나와 비슷하리라. 내친김에 바로 다음 동작으로 진도를 나갔다. 한 발을 밀어 추진력을 얻은 뒤, 양발을 모으지 않고 민 발을 들어 한 발로 균형을 잡았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아이스링크에서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아이스링크에서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아이가 기자 주변에 몰려왔다.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한 기자는 중급 단계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원의 심정이 이랬을까? 강사는 “이제부터 쉽지 않을 거예요”란 말과 함께 속칭 ‘항아리’ 기술 전수에 들어갔다.

발의 동선이 항아리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정식 명칭은 ‘스위즐링’이다. 일단 허리를 펴고 두 발을 모은다. 발끝을 벌려 V자로 만든 다음 무릎을 굽히며 발을 벌린다. 어깨너비 정도로 벌어지면 발끝을 안으로 모음과 동시에 무릎을 펴 일어선다. 그 과정에서 추진력이 생긴다.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박수빈 강사가 “힘을 주며 모아주세요!”라고 외쳤다. 한 꼬맹이가 보란 듯이 항아리 동작을 하며 기자 주위를 맴돈다. 십수 번의 실패 뒤에 항아리 동작의 핵심을 파악했다. 벌린 발을 다시 모을 때 마치 스케이트 날로 얼음판을 쥔다는 느낌으로 다리 안쪽 근육에 강하게 힘을 줘야 했다. 평소 걷거나 달릴 때 전혀 쓰지 않는 허벅지 안쪽 근육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끙! 햄스트링에 힘을 주며 자세를 반복하자 드디어 서서히 앞으로 나갔다.

이날 강사가 전수한 최고난도의 동작은 코너 돌기(코너링)였다. 기자는 동계 올림픽에서 김기훈 선수가 선보였던 외날 코너링을 떠올렸다.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멋진 코너링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너링은 제법 고급 기술로, 부상의 위험도 상당했다. 동작은 다음과 같다. 허리와 무릎을 구부린 주행 자세에서 오른발을 옆으로 쭉 밀면서 편다. 오른발을 들어 왼쪽으로 넘기고 다시 왼쪽 발을 넘겨 기본자세로 돌아간다. 이 동작을 되풀이하며 코너를 도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를 유지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자세까지 잡는 건 쉽지 않았다. 양쪽 스케이트 날은 세로로 ‘11’자 모양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왼쪽 대퇴부 힘이 부족한지 균형이 무너지며 자세가 흔들렸다.

결국, 이날 강습은 양쪽 골반뼈에 멍이 들면서 끝났다. 자신감은 코너링 연습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불과 십 분의 코너링 연습 동안 다섯 차례나 빙판이 부서질 정도로 넘어졌다. 양쪽 골반뼈와 오른팔 팔꿈치가 시퍼렇게 멍들었다. 기자를 구경하던 아이들은 흩어졌다. 한 시간 정도의 강습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스케이트장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얻었지만, 제대로 타는 게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있는 집의 상징에서 대화합의 운동으로

강습 이틀 뒤 기자는 고양시의 한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밭에 물을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이었다. 7살 애부터 어른까지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부터 스케이트는 계층을 뛰어넘어 평민과 귀족 모두에게 사랑받은 운동이었다. 중세 이후부터 네덜란드에서는 평민·귀족·남·여가 모두 스케이트를 탔다. 1776년에는 파리 궁정에서 유행해 마리 앙투아네트도 스케이트를 즐겼다. 1781년 영웅이 되기 전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이 운동에 빠졌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한국에서 스케이트는 ‘있는 집’의 상징이었다. 스케이트화는 아무나 살 수 없는 고급 장난감이었다. 그때 썰매와 스케이트는 계층을 갈랐다. 그러나 이제는 곳곳마다 대중적인 빙상장이 생겼다. 대부분 대여료까지 포함해 5000원 안팎이면 몇 시간 동안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은 한 시간 대여·입장료가 1000원에 불과하다. 1945년 해방 공간에서 좌우익의 화합을 주장했던 몽양 여운형의 딸(여연구)이 학창시절 아마추어 스케이트 선수였던 게 우연은 아닐 게다. 이처럼 스케이트는 대화합의 상징이다. 기자도 ‘화합의 운동’에 첫발을 디뎠다. 스케이트는 그렇게 기자의 몸에 ‘2009년 1월9일’을 새겼다.


주행보다 멈추는 법부터

초보 스케이터를 위한 기본동작과 준비운동

정지 자세
정지 자세

◎ 정지 자세 주행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주행만 배웠다가는 곧바로 다친다. 지난 9일 강습 때 박수빈 강사는 네 가지 정지 동작을 가르쳤다. ①발끝을 안으로 모아 안짱다리 모양으로 만들어 두세 걸음 걸어 멈추기. ②스키의 정지 자세와 비슷한 멈추기. 발끝을 안으로 모아 안짱다리 모양으로 만든 다음 발을 옆으로 쭉 벌리며 얼음판을 긁어 정지한다. ③원을 그리고 돌며 순간적으로 무릎을 구부리며 두 발의 스케이트 날을 옆으로 휙 긁으며 멈추기. 따라서 주행 방향과 스케이트 날은 90도를 이룬다. ④네 번째 정지 자세는 인라인스케이트의 정지 자세와 비슷했다. 앞다리의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뒷발을 날이 주행 방향과 90도가 되도록 틀어 스케이트 날로 얼음판을 긁으며 정지한다.

스트레칭
스트레칭

◎ 스트레칭 스케이트뿐 아니라 겨울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몸이 얼기 쉬워 다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너무 동작을 크게 하지 말고 가벼운 느낌으로 한다. ㉮목 풀기-㉯어깨 스트레칭-㉰손목 돌리기-㉱허리 돌리기-㉲발목 돌리기-㉳허리 굽히기-㉴다리 근육 풀기 1-㉵다리 근육 풀기 2.

시범 박수빈 그랜드하얏트 서울 아이스링크 강사

스케이트 구매 메모
스케이트 구매 메모
스케이트 구매 메모

초보자는 10만원대 추천

◎ 스케이트 제품 전문 판매업체 삼덕스포츠(www.samducksports.net, 02-912-1599)는 스케이트를 취미로 즐기는 초보자의 경우 10만원대 제품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스피드 스케이트화의 경우 12만원, 피겨 스케이트화의 경우 16만원 제품이라면 초보자에게는 매우 고급품에 해당한다. 인라인 스케이트화가 2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외려 싼 편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빙상 스케이트화를 한 켤레씩 마련하면 1년 열두달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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