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우. 〈RW01-041〉 한국의 아파트와 에펠탑이 만난 묘한 풍경을 만든다.
[매거진 esc]
한국과 외국 사진계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젊은 작가 3인, 백승우 이명호 데비한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기대한다. 어쩌면 인생은 어제 만난 ‘그’와 내일 만날 ‘그’가 그물처럼 엮여 울긋불긋 만든 천 조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2009년 사진계에서는 어떤 새로운 ‘인사’가 혜성처럼 ‘출몰’해서 우리의 심장을 아름다운 한 찰나로 파고들까 궁금해진다. 2008년 열심히 달려서 2009년에는 더 크게 날개를 펼 작가 세 사람을 만났다.
⊙ 거북선 옆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리얼 월드 시리즈의 백승우
2008년 각종 국제적인 사진 행사나 페스티벌, 그룹전에서 초청 작가로 단연 인기가 높았던 이가 사진가 백승우(36)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혼재하는 그의 사진에서 사람들은 묘한 쾌감을 얻었다. 에펠탑이 강남 빌딩 사이에 버젓이 서 있질 않나, 거북선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나란히 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사진 속의 세계는 ‘가상현실’이지만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삶의 조건들이 사진 안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리얼 월드’ 시리즈 I과 Ⅱ는 ‘실재하는 것’들이 모여서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 낸 사진들이다. 언뜻 보면 디지털 작업처럼 보이지만 이 사진작품들은 작가 백씨가 부천 테마파크에서 그만의 시선으로 찍은 것들이다.
그가 이런 인식의 지평을 사진으로 구현하게 된 계기는 유학 시절 그의 머릿속을 휙 하고 지나간 충격 때문이었다. 그는 “영국에 있는 동안 내가 듣고 배우고 옳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다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반공교육을 오랫동안 받았지만 실제 북한 사람을 만나보면 그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2001년 평양 사람들을 자신의 앵글에 담기도 했다. 한복연구가 이영희씨의 평양패션쇼에 스태프 자격으로 참여해서 “영화 <트루먼 쇼>에 등장하는 세계”처럼 느낀 평양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의 사진에 녹아 있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 실제인 것으로 통용되고, 실제의 것은 누군가에게는 왜곡되는 현실”의 부조리함이다. 사람들이 그의 사진에서 서서히 번지는 통쾌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다. 권순평(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씨는 “예술가들이 다루기 힘들어하는 예민한 주제를 잘 다루는 작가, 사회적으로 생각해야 할 담론들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말한다. 올해 그는 샌타바버라 뮤지엄 그룹전, 멕시코 비엔날레, 항공사 루프트한자 빌딩에 설치할 사진작업 등 크고 작은 국제적인 행사를 치러야 한다.
⊙ 유럽에서 먼저 열광한 100% 토종 작가 이명호 백승우 작가가 영국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사진가라면 사진가 이명호(34)는 외국이라고는 여행조차 변변히 해본 적이 없는 토종이다. 서울대 수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고 중앙대 사진학과에 입학해서 어린 학생들 틈에서 카메라를 잡은 특이한 이력의 사진가다. 그의 이런 이력은 30년에 걸쳐 이어질 사진작업의 계획을 이미 준비하는 치밀함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그는 ‘사진행위’(Photography-Act: 사진의 담론을 환기하는 것)라는 개념을 만들고 ‘사진행위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사진가가 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첫 작업이 ‘트리’ 시리즈다. ‘트리 시리즈’는 서정적인 감성과 거대한 규모가 결합한 사진이다. 실제 존재하는 나무 뒤에 큰 천을 세우고 그 모습을 다시 찍었다. 100미터 앞에서 보면 그림으로 착각하다가 가까이 가면 사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회화적인 감성과 커다란 규모, 이 둘이 사진 앵글 안에 합쳐져서 색다른 춤을 춘다. 존재하는 나무처럼 보이다가도 현실에 없는 나무들로 돌변한다. 뿌연 점과 선으로 뭉친 감성의 긴 촉수가 사진틀 밖으로 빠져나와 보는 이의 마음 안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작품의 감성적인 부분이 이명호 작가의 작업의 출발은 아니다.
그는 작가들이 자기만의 색깔, 감성에 집중할 때 “사진예술의 출발선인 사진매체와 예술에서 재현 문제”에 집중했다.
2007년, 그의 첫 작업 ‘트리’는 발표되자마자 작가 자신도 놀랄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사진미술관(Fotografie Museum Amsterdam)의 계간지 <폼>(FOAM)에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그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고 파리·뉴욕 등의 그룹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글로벌한 예술의 향취를 맡겠다고 뛰쳐나가지도 않았는데 그는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는 올해 뉴욕 요시 마일로(Yossi Milo)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몬트리올 사진비엔날레에도 초청되었다.
2009년 1월 말에 발표 예정인 두 번째 작업 ‘시’(Sea)가 궁금해진다. 고비사막에 바다를 옮겨놓은 이 작업은 한참 후반작업 중이다. 현지 인원 600명, 한국 스태프만 8명이 동원되었다. 그에게 사진은 “세상의 한 지점을 잘라내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이 사막 모래바람 안에 녹아 있다.
⊙ 유머감각 속에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여신들’의 데비 한 세상에 웃음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없다. 웃음은 우리 삶을 지켜주는 대들보이다. 작가 데비 한(39)의 사진작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반들반들한 석고상들이 구불구불한 한국 여성의 몸 위에 콕 박혀 있고 얼굴 위로 올라간 손은 반쯤 석고상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 명의 석고인간들이 머리를 맞대고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눈다. 그 맛있는 소리가 흑백의 점선을 빠져나와 귓가에 솔솔 파고든다. 위트가 넘친다. 하지만 그 위트는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으로 이끄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에 닿아 있다. 미국에서 설치·조각 작업을 하던 재미동포 데비 한은 2001년 한국에 들어와서 거리에서 만난 한국 여성들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쌍꺼풀과 높인 코, 서구의 여성들을 닮아 가려는 한국의 여성들을 보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창이 열렸다. 그 인식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그는 사진기를 들었다. 이유는 현대사회에 가장 적합하게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 보여줄 수 없는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사진”이라고 말한다.
데비 한의 ‘여신들’ 시리즈는 실제 한국 여성을 찍은 사진과 석고상을 찍은 사진을 디지털적인 기법으로 결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와 내용을 담은 사진을 만들었다.
이 사진들 안에는 동양과 서양, 진짜 여성과 역사와 신화 속의 여성, 현실과 고대, 조각과 인체가 한데 어우러진 장면이 불을 뿜는다. 트렁크 갤러리 박영숙 관장은 “미학적인 기초가 강하고 그것을 포스트모던하게 끌고 가는 작가”라고 평하면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그의 인기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진행 중인 데비 한의 ‘식과 색’ 작업도 어떤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줄지 사뭇 기대된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30FB>사진제공 데비 한, 백승우, 이명호
백승우. 〈BL-011〉. 북한 평양.
백승우(36)
⊙ 유럽에서 먼저 열광한 100% 토종 작가 이명호 백승우 작가가 영국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사진가라면 사진가 이명호(34)는 외국이라고는 여행조차 변변히 해본 적이 없는 토종이다. 서울대 수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고 중앙대 사진학과에 입학해서 어린 학생들 틈에서 카메라를 잡은 특이한 이력의 사진가다. 그의 이런 이력은 30년에 걸쳐 이어질 사진작업의 계획을 이미 준비하는 치밀함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그는 ‘사진행위’(Photography-Act: 사진의 담론을 환기하는 것)라는 개념을 만들고 ‘사진행위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사진가가 되었다.
이명호. 〈Tree #2〉
이명호(34)
⊙ 유머감각 속에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여신들’의 데비 한 세상에 웃음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없다. 웃음은 우리 삶을 지켜주는 대들보이다. 작가 데비 한(39)의 사진작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반들반들한 석고상들이 구불구불한 한국 여성의 몸 위에 콕 박혀 있고 얼굴 위로 올라간 손은 반쯤 석고상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 명의 석고인간들이 머리를 맞대고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눈다. 그 맛있는 소리가 흑백의 점선을 빠져나와 귓가에 솔솔 파고든다. 위트가 넘친다. 하지만 그 위트는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으로 이끄는 도구에 불과하다.
데비 한. <비밀스러운 삼미신>(Secretive Three Gr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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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 한(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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