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맛 관리도 안하면서 가맹비는 왜 받나

등록 2008-08-27 19:16수정 2008-08-31 13:56

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서울 마포구 ‘김밥천국’
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 피의자 : 서울 마포구의 한 김밥천국

◎ 혐의 : 가맹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혐의.

◎ 조사내용 : 김밥천국은 대표적인 분식 프랜차이즈다. 서민의 입을 책임진 김밥천국이지만 가맹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인지수사(수사기관이 범죄의 단서를 직접 찾아 조사하는 일)는 이 물음에서 출발했다.


고 : 저는 메뉴가 너무 많은 식당에서 주문할 땐 원칙이 있어요. ‘아주 맛있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주 맛없기도 어려운 요리를 시킨다’입니다. 김치찌개·된장찌개·김치볶음밥 같은 거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김밥천국을 검색하면 홈페이지가 몇 개 뜨는지 아세요?

직접 개업을 문의해 보았더니…

Z : 아, 저 알아요. 한 개 더 있죠?

고 : 하하, 한 개라뇨. 7개 떠요. 식당 상호는 서비스표에 등록할 수 있고, 다른 업주가 먼저 서비스표를 등록한 간판은 쓸 수가 없잖아요? 이상하다 싶어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봤더니 똑같은 김밥천국인데 등록 디자인을 조금 달리한 유사 김밥천국 프랜차이즈가 많더라고요.

특허청의 특허정보 무료검색서비스(kipris.or.kr)에 ‘김밥천국’으로 등록된 상호를 검색한 결과를 보면 총 20개다. 이들 김밥천국 상호는 조금씩 다르다. 김밥천국이라는 글자앞에 도형을 붙인 경우, 등록자의 이름을 붙여 ‘아무개 김밥천국’이라고 등록한 경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등록했다. 언뜻 봐서는 구분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길거리에 보이는 김밥천국 간판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평가를 위해 김치김밥 한 줄(2000원), 비빔냉면(3500원), 고기만두(2500원), 해물알탕(4500원)을 주문했다. 부가세까지 총 1만2500원.

고 : 서로 다른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화로 물어봤어요, “왜 가맹점마다 맛이 다르냐”고요. ㈜한가운이 경영하는 김밥천국에 물어보니 개업할 때 점주에게 일주일간 조리교육을 시킨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 맛 관리를 하거나 위생교육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더군요. 식재료에 대해서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를 물었는데, “식재료는 본사에서 직접 가맹점에 보내주는 게 아니고 식재료를 공급하는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유통업체에서 알아서 보내주기 때문에 본사는 어떤 게 국산인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김밥천국의 사정은 어떨까? 또 다른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개업 문의글을 남겼다. 다음날 곧바로 상담원이 전화를 걸었다. 초기비용, 식재료,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 질문은 크게 세가지였다. “삼십대 초반이며 마포구 공덕동에 15평 정도 규모로 열려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담원은 가맹비 3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간판, 집기 등을 모두 포함해 약 3400만원이 든다고 답했다. 에어컨, 유선전화, 전기가설은 본인 부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상담원은 식재료와 관련해 신선도가 중요한 야채류는 각 가맹점에서 알아서 구입하되 나머지 식재료는 본사에서 보내준다고 답했다. “30대 초반 남자인데 요리를 모르는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개업할 때 일주일간 조리교육을 해준다”고 말했다. 가맹비는 어떤 명목으로 받는 것일까? ㈜한가운이 경영하는 김밥천국은 이에 대해 “상표등록을 사용하는 비용도 있고, 개업할 때 본사에서 개업 이벤트도 한번 해주며 앞치마도 준다”고 설명했다.

고 : 결국 가맹비 명목은 브랜드 이용밖에 없는 것 같아요.

Z : 브랜드 가치겠죠.

고 : 가령 동네에 ‘또순이 분식’이 있고 ‘김밥천국’이 있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김밥천국엘 간다?

Z : 글쎄요. 그보다 저는 가격인 거 같아요. 동네 분식에서는 김밥 한 줄에 1000원 하기 어렵죠.

고 : 메뉴를 한번 세볼까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몇 개죠?

Z : 어마어마한거죠. 80여개네요. 메뉴 숫자도 놀랍지만 주방장이 한 명이라는 게 대단한 거죠.

주방에는 중년여성이 2명 있었다. 주요리가 한 명이고 다른 한 명은 밥을 푸는 등 보조 역할을 했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입구 근처에 서서 김밥을 말고 홀 서빙을 일부 맡았다. 남성 2명이 홀과 배달을 담당했다. 홀 서빙의 경우 시급 4000원 안팎이다. 9시간씩 월∼토를 꼬박 일하고 한 달에 약 90만원을 받는다.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김밥값 단 돈 1000원에 관한 명상

고 : 김밥천국 김밥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는 게 올 6월 몇몇 언론에 보도됐죠. 같은 부서 기자 선배는 이걸 두고 “1000원짜리 김밥이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는데 이게 무너졌다”고 분개하더군요. 1000원짜리 김밥을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이 많이 드신다는 거죠.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 김밥 한 줄에 1000원이라는 게 사실 좀 너무 싼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중국산만 쓸 것 아닙니까? 물론 이런 기사를 쓰면 ‘갈 데가 없는데 어쩌냐?’는 댓글이 붙겠죠. 만약 점주가 본사에서 식재료를 안 받고 시간을 들여 자신이 직접 장을 보면 똑같이 4500원짜리 알탕이지만 더 낫지 않을까요?

Z : 그건 모르죠. 여러 명이 살 때 값이 더 싸지니까요. 결국, 본사에서 하청계약을 맺은 유통업체가 얼만큼 양심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느냐에 따른 것이겠죠. 두 번째 각 가맹점에서도 본사에서 정한 유통업체에서만 재료를 받는지도 확인해봐야 하고요. 점주는 더 싼 재료를 주는 업체 물건을 받을 수도 있죠. 그런데 가맹비는 한번 내면 끝이래요?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 : 개업할 때 한번 내면 끝이라고 하더군요.

Z : 너무하네요. 맛 관리도 안 하면서 가맹비라니. 프랜차이즈는 건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띤 ‘특화된 상품’을 가지고 하는 거에요. 가령 죽집 프랜차이즈처럼요. 그런데 김밥천국 프랜차이즈는 메뉴가 80개에요. 주방장 입맛에 따라 다 바뀌는거죠. 가맹비 한번 내면 끝이란 말은 본사와 가맹점 관계가 한번으로 끝이라는 거죠. 식재료도 본사에서 주는 게 아니라 유통업체가 주는 거니까.

◎ 송치의견 : 프랜차이즈라면 최소한의 정기적인 맛과 위생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