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서울 마포구 ‘김밥천국’
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특허청 통과한 김밥천국 상호만 20개…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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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저는 메뉴가 너무 많은 식당에서 주문할 땐 원칙이 있어요. ‘아주 맛있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주 맛없기도 어려운 요리를 시킨다’입니다. 김치찌개·된장찌개·김치볶음밥 같은 거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김밥천국을 검색하면 홈페이지가 몇 개 뜨는지 아세요? 직접 개업을 문의해 보았더니… Z : 아, 저 알아요. 한 개 더 있죠? 고 : 하하, 한 개라뇨. 7개 떠요. 식당 상호는 서비스표에 등록할 수 있고, 다른 업주가 먼저 서비스표를 등록한 간판은 쓸 수가 없잖아요? 이상하다 싶어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봤더니 똑같은 김밥천국인데 등록 디자인을 조금 달리한 유사 김밥천국 프랜차이즈가 많더라고요. 특허청의 특허정보 무료검색서비스(kipris.or.kr)에 ‘김밥천국’으로 등록된 상호를 검색한 결과를 보면 총 20개다. 이들 김밥천국 상호는 조금씩 다르다. 김밥천국이라는 글자앞에 도형을 붙인 경우, 등록자의 이름을 붙여 ‘아무개 김밥천국’이라고 등록한 경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등록했다. 언뜻 봐서는 구분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길거리에 보이는 김밥천국 간판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평가를 위해 김치김밥 한 줄(2000원), 비빔냉면(3500원), 고기만두(2500원), 해물알탕(4500원)을 주문했다. 부가세까지 총 1만2500원. 고 : 서로 다른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화로 물어봤어요, “왜 가맹점마다 맛이 다르냐”고요. ㈜한가운이 경영하는 김밥천국에 물어보니 개업할 때 점주에게 일주일간 조리교육을 시킨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 맛 관리를 하거나 위생교육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더군요. 식재료에 대해서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를 물었는데, “식재료는 본사에서 직접 가맹점에 보내주는 게 아니고 식재료를 공급하는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유통업체에서 알아서 보내주기 때문에 본사는 어떤 게 국산인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김밥천국의 사정은 어떨까? 또 다른 김밥천국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개업 문의글을 남겼다. 다음날 곧바로 상담원이 전화를 걸었다. 초기비용, 식재료,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 질문은 크게 세가지였다. “삼십대 초반이며 마포구 공덕동에 15평 정도 규모로 열려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담원은 가맹비 3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간판, 집기 등을 모두 포함해 약 3400만원이 든다고 답했다. 에어컨, 유선전화, 전기가설은 본인 부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상담원은 식재료와 관련해 신선도가 중요한 야채류는 각 가맹점에서 알아서 구입하되 나머지 식재료는 본사에서 보내준다고 답했다. “30대 초반 남자인데 요리를 모르는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개업할 때 일주일간 조리교육을 해준다”고 말했다. 가맹비는 어떤 명목으로 받는 것일까? ㈜한가운이 경영하는 김밥천국은 이에 대해 “상표등록을 사용하는 비용도 있고, 개업할 때 본사에서 개업 이벤트도 한번 해주며 앞치마도 준다”고 설명했다. 고 : 결국 가맹비 명목은 브랜드 이용밖에 없는 것 같아요. Z : 브랜드 가치겠죠. 고 : 가령 동네에 ‘또순이 분식’이 있고 ‘김밥천국’이 있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김밥천국엘 간다? Z : 글쎄요. 그보다 저는 가격인 거 같아요. 동네 분식에서는 김밥 한 줄에 1000원 하기 어렵죠. 고 : 메뉴를 한번 세볼까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몇 개죠? Z : 어마어마한거죠. 80여개네요. 메뉴 숫자도 놀랍지만 주방장이 한 명이라는 게 대단한 거죠. 주방에는 중년여성이 2명 있었다. 주요리가 한 명이고 다른 한 명은 밥을 푸는 등 보조 역할을 했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입구 근처에 서서 김밥을 말고 홀 서빙을 일부 맡았다. 남성 2명이 홀과 배달을 담당했다. 홀 서빙의 경우 시급 4000원 안팎이다. 9시간씩 월∼토를 꼬박 일하고 한 달에 약 90만원을 받는다.
메뉴 80여개나 돼도 일주일간 조리교육이 땡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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