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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 예찬

등록 2008-03-2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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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은 위험한 로망입니다.

티베트 사태를 보면 그렇습니다.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라싸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던 이들 중 150여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자비의 씨가 말라 보입니다. 인구 2억5천만명을 지닌 대국 인도네시아의 아체와 동티모르에서도 티베트 못지 않게 끔찍한 일들이 있었지요.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간 잔인한 보복이 돌아옵니다. 그들의 이름엔 ‘분리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분리주의자란, 쉽게 말해 자기들끼리만 놀려는 사람입니다. 여럿이 함께 놀아도 되는데, 굳이 따로 나가 살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부류입니다. 나이가 찼다고 부모의 만류를 무릅쓰고 새살림을 차리려는 미혼 자녀들에게도 분리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까요? 회사 안에 지향이 비슷한 큰 동아리가 있는데도, 꼭 자기들만의 작은 동아리를 꾸리려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 월급쟁이 생활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이들 역시 그렇게 몰아세워야 할까요? 우리는 모두 ‘분리주의’의 소박한 욕망을 숨기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리주의자들이 잡지계에도 잠입했습니다. 자신들의 취향을 당당히 분리하고 앞세워 독립 잡지와 출판물을 만드는 이들입니다. 〈Esc〉 독자분들 상당수는 그 잡지 중에 익숙한 이름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용감하고 즐겁게 잡지의 지평을 넓힙니다. 당장 상업적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심이 확고한 그들의 세밀한 촉수는 우리의 문화를 더욱 다양하게 해줍니다.

대세를 추종하는 건 쉽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권위에 살짝 빌붙어 가는 것도 쉽습니다. 그래서 전체보다 부분을 강조하는 분리주의자들의 존재는 세상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분리주의’라는 말, 나쁘게 여기지 맙시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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