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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호텔리어들에게 고함

등록 2007-12-05 18:46

W호텔의 외국인 매니저와 한국인 디렉터들이 모형 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린 팀워크 강화 워크샵에서 한데 어울린 모습. W서울워커힐호텔 제공
W호텔의 외국인 매니저와 한국인 디렉터들이 모형 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린 팀워크 강화 워크샵에서 한데 어울린 모습. W서울워커힐호텔 제공
[매거진 Esc]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⑩
상급자에게 당당하게 직언하길, 일의 양보다 성취를 우선하길

더블유(W) 호텔에는 직원들이 450명 남짓 됩니다. 이 가운데 팀장은 저를 포함해 모두 아홉인데, 그 중 일곱이 한국인입니다. 요컨대 450명 가운데 둘을 빼고는 모두 한국인인 셈입니다. 이처럼 한국 호텔에서는 거의 한국인 직원들만 볼 수 있다는 건 특이한 일입니다. 세계 곳곳에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호텔에서 일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선배와 노인을 공경하는 건 좋지만 …

한국인 직원들은 여러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매우 충성스럽고 근면합니다. 또 한국인들은 선배와 노인을 매우 공경합니다. 저는 이런 문화에 익숙합니다만, 때때로 리더는 비판받을 필요가 있으며, 특히 (호텔 조직의) 발전을 생각하면 리더의 결정도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경험상 한국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말하거나 질문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의견을 말해야 할 때조차 우물쭈물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요. 모든 훌륭한 리더는 진실을 얘기해 줄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상급자에게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것은 결국 더 커다란 문제를 야기합니다. 그것이 손님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한국 문화에서 나이와 경험은 한국의 직장 사회에서 직위와 승진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데서 직위와 승진은 대체로 실적에 바탕을 둡니다. 가령 가장 어린 친구가 승진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신봉하는 사람이고, 제 팀원들에게 퇴근하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한국인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보다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한국인들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폭탄주를 마시며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다음날 아침 피곤해 보인다는 게 문제지만요.


서울에서 느낀 문화 충격도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첫 주에 우리 가족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둘러보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우린 여러 큰 쇼핑센터들을 방문했습니다. 이틀 동안 저흰 어디서도 외국인을 볼 수 없었고, 우리 주위의 모든 한국인들이 마치 저희가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쳐다보는 것에 놀랐습니다. 어디서나 외국인을 볼 수 있던 방콕에서 왔기 때문에 우린 더욱 충격을 받았죠. 서울에 도착한 지 한 달 뒤 처음으로 골프를 쳤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방콕에서 골프 휴가를 보냅니다. 그들은 타이에서는 포커도 하면서 천천히 골프를 즐깁니다. 그래서 그때 전 항상 ‘한국인들은 골프를 천천히 치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이곳 한국에서 골프를 쳤는데, 한국인들이 어찌나 다르게 행동하던지 …. 골프를 너무 빨리 치는 거예요. 또 타이에서와 달리 한국인들은 골프 클럽에서 말도 없고 조용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모텔도 차이가 있죠. 한국의 모텔에서 아직 자 본 적은 없지만, 그것들이 대부분 러브호텔이라는 얘기는 들어봤어요. 그건 미국의 모텔과 다른 점입니다. 미국의 모텔은 그저 고속도로 근처에 위치해 여행자들이 간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곳에 불과하죠. 그러나 여기서 모텔은 러브호텔이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한국 모텔 입구의 커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왜 모든 버튼은 한국어로 돼 있는가

저는 자양동에 있는 썩 훌륭한 신식 건물에서 묵고 있습니다. 첨단건물이죠. 유일한 문제는 건물의 모든 버튼이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건 좀 죽을 맛이랍니다. 하루는 인터콤이 뭔지 알아보려고 이것저것 눌러보던 중에 한 버튼을 오래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커다란 경보음이 천지사방에서 울리지 뭡니까. 저는 그 경보음을 어떻게 끄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죠. 경보음이 한참 울리자 아파트 경비원이 와서는 뭐라고 계속 말을 하더라고요. 그것도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요. 아무튼 그날 이후 전 그 버튼을 절대 건드리지 않게 됐요, 하하!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아들과 저는 둘 다 놀라서 서로 쳐다봤죠. 아니, 대체 왜 마룻바닥이 한여름처럼 후끈후끈 한거지? 나중에야 저는 그게 온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청국장 냄새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삼합을 먹고 싶어질 일도 없을 것 같고요.

닉 히스 W서울워커힐호텔 총지배인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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