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년 프로젝트’연작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박영숙
[매거진 Esc] 한국의 사진가들
‘미친년 프로젝트’연작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박영숙
정신병원 복도에 한 여자가 서성인다.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얇은 불빛만이 그 여자를 감싸 안는다. 그 여자는 커다란 베개 뭉치를 들고 눈을 하얗게 뜬 ‘미친 년’이다.
사진가 박영숙(66)은 그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여자는 아기를 빼앗겼어. 폭력을 경험했을 거야. 큰 고통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게 만들었어. 베개는 빼앗긴 아이야! ’ 1999년,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했다.
“싫어!!! 안돼”에서 ‘꽃이 그녀를 흔들다’까지
‘미친년 프로젝트’는 박영숙의 대표적인 사진작업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싫어!!! 안돼-1999’, ‘난 잘 몰랐어요-2001’,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 ‘화폐개혁 프로젝트-2003’, ‘헤이리여신 우마드-2004’, ‘내 안의 마녀-2005’, ‘꽃이 그녀를 흔들다-2005’ 등 7개 테마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여성의 삶과 몸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폭력적으로 점령당하는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다. ‘싫어!!! 안돼-1999’는 남성사회에서 ‘착하게만 살아야’ 했던 여자들의 숨은 광기를 드러냈다면 ‘난 잘 몰랐어요-2001’은 여성 자신도 모르게 갈취당한 성을 표현했다.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는 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일상에 갇힌 여성들의 탈출을 꿈꾸고 ‘화폐개혁 프로젝트-2003’은 돈의 권력에 소외된 여성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내 안의 마녀-2005’, ‘꽃이 그녀를 흔들다-2005’는 여성 안에 ‘마녀성’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삶을 살도록 독려한다. ‘미친년’은 여성에 대한 비하이자 동시에 두려움이다. 박영숙은 세상이 여성에게 던지는 그 미묘한 감정을 포착했다. 그가 자신의 작업을 ‘여성’에게 집중한 것은 자신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젊은 날 잡지사 사진기자, 각종 사진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세상(남성)과 부딪힌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내 사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그들(남성)과 나는 달랐다. 그 논리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다가왔다. 1975년 유엔이 정한 ‘여성의 해’를 맞이해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그에게 ‘평등, 평화,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진작업을 의뢰했다. 영등포 집창촌, 시장터, 새마을운동현장, 공장 등 한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앵글에 담기 시작했다. 파출소에서 수상하게 생각해서 신고까지 했단다. 그 땀 흘린 작품들은 고스란히 여성의 해 전시로 세상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났다.
그가 처음 카메라에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다. 스스로 가장 존경하는 이는 아버지란다. 그 아버지가 카메라가 흔치 않던 50년대에 그것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역사였다. 그 역사는 그가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주제를 개념화시키고 개념화된 것을 시각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바탕이 되었다.
이후 사진에 대한 목마름으로 1984년 숙명여대 산업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 입학하고 여성운동 ‘또 하나의 문화’, 미술 운동 ‘현실과 발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때 너무 즐거웠다. 또 다른 세계가 내게 열렸다.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내 작업도 여성운동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회상한다.
“이젠 좀 팔리는 사진을 하고 싶다”
그의 사진은 어딘가 불편하다. 사회적 금기를 깨뜨리는 일은 언제나 그렇다. 하지만 그 안에 진실이 있다. 사진가는 그 진실을 바라보는 눈이다. 이 시대에 ‘여성’이란 주제는 조금 식상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여성 개념은 여러 단계가 있다. 지금은 심리적인 단계이다. 후배들이 할 몫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은 더이상 여성을 주제로는 작업하지 않는단다.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란다.
이제 그가 주목하는 것은 ‘감성’, ‘지구의 기후, 환경’이다. “며느리가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좀 팔리는 사진을 하고 싶다”며 웃는다. 그에게 팔리는 사진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진을 말한다. 올해 2월 <트렁크갤러리>를 연 이유다. 잠시 작업을 쉬고 그곳에서 그는 세상 사람들과 사진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미친년 프로젝트’는 박영숙의 대표적인 사진작업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싫어!!! 안돼-1999’, ‘난 잘 몰랐어요-2001’,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 ‘화폐개혁 프로젝트-2003’, ‘헤이리여신 우마드-2004’, ‘내 안의 마녀-2005’, ‘꽃이 그녀를 흔들다-2005’ 등 7개 테마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여성의 삶과 몸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폭력적으로 점령당하는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다. ‘싫어!!! 안돼-1999’는 남성사회에서 ‘착하게만 살아야’ 했던 여자들의 숨은 광기를 드러냈다면 ‘난 잘 몰랐어요-2001’은 여성 자신도 모르게 갈취당한 성을 표현했다.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는 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일상에 갇힌 여성들의 탈출을 꿈꾸고 ‘화폐개혁 프로젝트-2003’은 돈의 권력에 소외된 여성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내 안의 마녀-2005’, ‘꽃이 그녀를 흔들다-2005’는 여성 안에 ‘마녀성’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삶을 살도록 독려한다. ‘미친년’은 여성에 대한 비하이자 동시에 두려움이다. 박영숙은 세상이 여성에게 던지는 그 미묘한 감정을 포착했다. 그가 자신의 작업을 ‘여성’에게 집중한 것은 자신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젊은 날 잡지사 사진기자, 각종 사진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세상(남성)과 부딪힌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내 사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그들(남성)과 나는 달랐다. 그 논리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미친년 프로젝트 1999. 싫어!!! 안돼-1999.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 꽃이그녀를 흔들다 2005.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헤이리 여신 우마드 2004(분노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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