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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와 달걀 프라이 대소동

등록 2007-08-29 17:45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식당에 올 때마다 샐러드 라따뚜이 같은 평범한 음식만 주문했다. 사진·한겨레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식당에 올 때마다 샐러드 라따뚜이 같은 평범한 음식만 주문했다. 사진·한겨레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⑭
원하는 게 아니라며 여섯 번 돌려보내자 주방장 날뛰고 식당이 뒤집어지다

지난번에 <라따뚜이>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어요. 살바도르 달리가 라따뚜이를 아주 좋아했어요. 내가 1983년에 뉴욕의 ‘로렌트’(Laurent)라는 식당에 있을 때 달리가 자주 왔어요. 뉴욕에 있을 때면 저녁마다 왔어요. 이 사람 쇼맨이었어요. 항상 20명씩 데리고 들어오는데, 아내, 친구들, 기자들과 함께 와요. 달리와 식당 주인은 친구였어요. 로렌트에는 달리 전용 식탁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은 앉을 수 없어요. 식탁 위에는 달리 디자인이 그려져 있어요. 평범한 유리잔 같은데 어떻게 보면 사람 얼굴이기도 한 그 그림 있죠? 달리는 평범한 걸 먹었어요. 기자들이나 친구들한테는 푸아그라, 캐비어 같은 걸 주고 자기는 닭의 엉덩이 쪽에 붙어 있는 살을 많이 먹었어요. 그건 요리사들이 많이 먹는 거예요. 손님에게 주고 나면 그 부분이 남거든요.

음식평론가들이 식당에 세 번 가는 이유

달걀프라이 소동도 있었죠. 달리가 하루는 달걀프라이를 시켰어요. 한 요리사가 그걸 만들었는데 곧바로 돌아온 거예요.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래요. 주방에 있던 요리사들이 다 웃었어요. 달걀프라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요리사가 된 거잖아요. 그 요리사가 화가 나서는 “당신이 직접 만들어 보라” 주방장한테 소리를 질렀어요. 주방장이 만든 것도 곧바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다섯 번 여섯 번 달걀프라이 접시가 왔다 갔다 했어요. 주방에는 난리가 났어요. 좀 있으니 주인이 달려왔어요. “야, 이 집에서 달걀 요리 하나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냐?”며 화를 냈어요. 달리는 설명을 하지 않고 계속 접시만 돌려보냈어요. 달리가 먹고 싶었던 달걀프라이가 어떤 건지는 아무도 몰라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식당에 오면 달리가 매일매일 다른 음식을 먹을 거 같죠?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샐러드 같은 것만 먹어요. 토마토와 양파로 만든 샐러드나 라따뚜이 같은 것만 먹어요. 주방장은 날마다 끙끙 앓아요. 오늘은 바닷가재(롭스터), 내일은 푸아그라 그런 걸로 언제나 달리를 항복시킬 궁리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달리가 칭찬한 요리는 하나도 없어요. 늘 심플한 것만 먹어요. 늘 그러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달리의 요리책 보면 어마어마한 재료들이 나오거든요. 단순한 게 가장 어려운 요리예요.


얼마 전에 일본엘 다녀왔어요. 프랑스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서 요리를 먹으러 갔다온 거였어요. 그런데 일본에 가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뭔 줄 알아요?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은 내 친구의 아내가 만들어 준 된장국(미소시루)이었어요. <라따뚜이>에서 평론가가 라따뚜이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장면 있죠? 된장국을 먹는데 너무 편안한 거예요. 집에 온 것 같은 느낌,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요리라는 느낌, 그런 게 정말 좋은 거예요. 물론 국물도 직접 뽑아서 객관적으로 맛있기도 했어요. 아방가르드 퀴진 같은 걸 보면 ‘아, 대단하다’라고 생각하지만 “너 이걸 매일 먹을 수 있니”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저어요.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음식평론가들이 식당에 왜 세 번 가는 줄 알아요? 이유가 있어요. 괜찮은 식당에 가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면 아주 인상적이에요. 완전히 인상적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가요. 두 번째 가면 조금 식상해요. 서프라이즈가 없어요. 첫사랑은 쉽게 잊어버릴 수 없지만 두 번째 사랑은 기억이 잘 나질 않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 가면 처음 왔을 때 음식 맛이 왜 인상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세 번 갔는데도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괜찮은 식당인 거예요.

가장 단순한 요리가 가장 어려운 요리

유명한 요리사 중에 토머스 켈러와 피에르 가녜르, 두 사람의 스타일이 아주 달라요. 토머스 켈러는 맛을 보여주는 요리사고 피에르 가녜르는 기술을 보여주는 요리사예요.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의 이름을 내건 식당이 한국에 곧 문을 연다는 거예요. 한 사람은 아방가르드 퀴진으로 유명하고, 한 사람은 프렌치 퀴진으로 유명하잖아요. 토머스 켈러가 더 궁금해요.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토머스 켈러가 채소 요리를 잘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채소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요. 한국의 산나물이나 채소로 어떤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요. 이번에 일본에 갔을 때 좋은 식당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요리사는 일본의 채소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고 있었어요. 수입하는 재료가 하나도 없어요. 동네에서 팔고 있는 감자, 콩, 가지로 다 만들어요. 교토의 식당이었는데 교토는 원래 채소가 유명한 곳이에요. 교토는 바다 근처가 아니라서 회도 안 먹고, 소금이나 된장에다 생선을 숙성시켜서 먹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가이세키 요리 채소가 많아요. 가이세키 요리에 쓰는 채소를 이탈리아 요리에 접목한 거예요. 내가 기다리고 있는 요리사는 이탈리아 요리나 프랑스 요리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의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요리사가 나타나면 내가 별 셋을 주고 싶어요.

정리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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