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내 방 한쪽에는 색깔이 다른 사진집 두 권이 있다. 기형아, 거인 등 …. 자신이 말한 것처럼 사진으로 찍어 세상에 내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이들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그들’을 찍은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가 그 한 권이다. 다른 한 권은 하얀 우유 욕탕에 빠진 채 웃고 있는 흑인 배우 우피 골드버그를 찍은 ‘애니 리보비치’다. 둘의 공통점은 단지 여자라는 것 말고는 그다지 없다. 한 사람은 세상이 너무 무거웠고 다른 이는 지나치게 가벼웠다.
난 언제부터인가 한때 열광했던 다이앤 아버스를 옛 애인을 보듯 하고, 애니 리보비치를 새롭게 열정을 태우는 연인 보듯 한다. 사랑이 옮겨간 것이다. 그저 자살이라는 다이앤 아버스의 선택 자체가 싫었는지 모른다. 인생이란 게 그다지 대단한 것도 거창한 것도 아니잖을까? 그래서 어떤 순간에도 아주 즐겁게 살아야 되는 게 아닐까! 어찌되었든 그녀들은 각자가 남긴 사진 만큼 내 시간에 뭔가를 남기고 있다. 우스운 것은 몇 달 전 출간된 다이앤 아버스 자서전을 요즘 매일 밤 침대에 끼고 잔다는 것이다. ‘옛사랑의 추억’은 참으로 질기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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