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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정조의 ‘신도시’…수원화성이 품은 성안 마을 가볼까

등록 2023-02-18 11:00수정 2023-02-18 20:40

[허윤희의 원도심 골목 여행] 수원

수원화성 안에 있는 행궁동
원도심이 된 정조의 ‘신도시’
궁궐인 화성행궁 중심으로
카페와 공방거리·벽화마을
수원화성 관광열차인 화성어차. 화성행궁과 연무대에 탑승장이 있다. 허윤희 기자
수원화성 관광열차인 화성어차. 화성행궁과 연무대에 탑승장이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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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은 장안동, 남창동, 매향동 등 12개의 법정동을 품고 있는 행정동이다. 조선 정조 때 만들어진 성곽인 수원화성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성안 마을’(성곽 안쪽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정조가 강하고 살기 좋은 조선을 꿈꾸며 만든 ‘신도시’였다. 220여년 시간이 흘러 이곳은 수원의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으로 남아 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수원화성의 성곽. 허윤희 기자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수원화성의 성곽. 허윤희 기자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지난 7일 찾은 수원 행궁동의 화성행궁. 수원화성의 중심에 위치한 화성행궁은 왕이 지방으로 거동할 때 임시로 머물렀던 궁궐이다. 화성 축조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화성행궁은 총 576칸 규모의 정궁 형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1단계 복원사업(1995~2003년)으로 482칸만 복원되었고 현재는 나머지 건물의 옛 모습을 되찾는 2단계 복원 정비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화성행궁 건물 중에서 낙남헌은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된 건물이다. 화성행궁에서 공식 행사나 연회를 열던 곳이었다. 정조는 1795년 을묘원행 당시 낙남헌에서 수원의 백성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고, 무과 시험을 치르고 상을 내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화성행궁에서는 전통무예 공연이 펼쳐진다. 3월부터 정조 당시 조선의 최정예부대였던 장용영의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를 고증을 통해 복원한 무예24기 공연을 선보인다. 평일(화~금요일)에는 하루 1회(오전 11시), 주말에는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열린다. 공연 시간에 맞춰 간다면 궁궐 산책을 하고 전통무예 공연도 볼 수 있다.

화성행궁을 돌아본 뒤에는 수원화성 성곽 걷기를 시작하면 좋다. 화성행궁 주차장 쪽에서 팔달산 방향으로 10분~15분 정도 올라가면 서장대에 닿는다. 서장대는 화성 내 군사들을 지휘했던 곳이다. 팔달산 정상에 있어 원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자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서장대에서 서쪽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화서문(서문)과 화성 서북쪽에 있는 망루인 서북공심돈을 볼 수 있고 장안문(북문), 화홍문(북수문·北水門) 등을 만날 수 있다. 성곽길을 걷다 보면 ‘령'(令), ‘순시’(巡視)라고 한자로 쓰여있는 깃발을 보게 된다. 위치에 따라 깃발 색깔이 다른데 오방색으로 방향을 표시한 것. 남쪽의 팔달위는 붉은색 깃발, 북쪽의 장안위는 검은색 깃발, 동쪽의 창룡위는 청색 깃발, 서쪽의 화서위는 흰색 깃발을 사용했다.

수원화성 성곽길은 5.7㎞로 전체 다 걷는다면 3~4시간 정도 걸린다. 산책길 곳곳 아름다운 장소가 많은데 특히 북수문과 방화수류정 일대의 경관은 수원화성에서 으뜸으로 손꼽힌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뜻을 지닌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에서는 동쪽으로는 연무대와 동북공심돈, 서쪽으로는 장안문과 팔달산을 볼 수 있다. ‘야경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방화수류정 아래쪽에는 용연이라는 연못이 있는데 보름달이 수면 위를 비추는 풍경을 ‘용지대월’이라고 부른다. 옛사람들은 연못에 비친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성곽의 안과 밖을 도는 관광 열차인 화성어차를 타고 수원화성을 둘러볼 수도 있다. 화성어차는 순종이 타던 자동차와 조선시대 왕의 가마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 관광형, 순환형 2가지 코스 열차가 있다. 관광형은 화성행궁에서 출발해 연무대, 화홍문, 화서문, 팔달산, 화서문, 장안문을 돈다. 순환형은 연무대에서 시작해 화홍문, 장안문, 화서문, 화성행궁을 거쳐 연무대로 돌아온다. 종점까지 가지 않고 연무대, 장안문 등 중간역에서 내릴 수도 있다. 이용료는 순환형 4000원, 관광형 6000원(성인 기준)이다.

수원화성 동쪽에 있는 창룡문의 야경. 하늘에 달과 헬륨 기구인 ‘플라잉수원’이 떠 있다. 허윤희 기자
수원화성 동쪽에 있는 창룡문의 야경. 하늘에 달과 헬륨 기구인 ‘플라잉수원’이 떠 있다. 허윤희 기자

행궁동 벽화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꽃 벽화. 허윤희 기자
행궁동 벽화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꽃 벽화. 허윤희 기자

행궁동 공방거리의 공예품 가게. 허윤희 기자
행궁동 공방거리의 공예품 가게. 허윤희 기자

행리단길에 자리한 ‘우영우 김밥집’

​ 원도심을 속속들이 보고 싶다면 성곽을 뒤로하고 행궁동의 골목길로 들어서야 한다. 행궁동은 ‘행리단길’(행궁동+경리단길)로 불리는 핫플(핫플레이스)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카페, 식당, 소품샵 등이 들어서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오랜 기간 낙후됐던 이곳은 화성행궁 복원사업과 생태도시 조성 사업,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해져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170만여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엠제트(MZ) 세대의 핫플이 되기 전 행궁동은 점집 골목으로 유명했다. 행궁동에서 20년째 사는 한 주민은 “예전 행궁동은 왕이 머물던 행궁이 있어 기가 센 곳이라 해서 무속인들이 모여와 한 집 건너 한 집이 점집일 정도로 많았다”며 “이제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동네에 새로운 카페나 식당이 생긴다”라고 이야기했다.

점집이 점점 사라지면서 특색있는 가게들이 행궁동을 채우고 있다. 이하림씨는 2년 전 행궁동에 조선 시대를 테마로 한 독립책방 ‘책쾌’를 꾸렸다. “조선 시대 관련 책방이니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찾을 것 같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방문객 연령대가 다양해요. 고미숙 작가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곽재식 작가의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이 인기고, 민화 컬러링북도 잘 팔려요.”

이씨는 책방을 차리면서 행궁동의 주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느끼는 행궁동은 어떨까. “성안 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성안에 있다는 아늑한 느낌이 들어요. 다른 지역에서 있다가 문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행궁동에는 문화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벽화마을도 만날 수 있다. 10여년 전 행궁동 주민과 시민 단체,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벽화를 그리면서 벽화마을을 완성한 것. 벽화마을은 행복하다 길, 사랑하다 길, 눈으로 가는 길, 처음 아침 길, 로맨스 길, 뒤로 가는 길 등 테마별로 여섯 갈래의 골목길로 나뉘어 있다. 벽화 앞엔 포토존을 마련했고 벽화뿐 아니라 벽면과 지붕, 담장에도 다양한 조형물과 그림이 있다.

화성행궁부터 팔달문까지 420m에 이르는 행궁동 공방거리도 있다. 도자기공예, 매듭공예, 한지공예 등 전통공예 공방 30여 곳이 모여 있다. 시선을 끄는 예술벽화와 트릭아트 등 볼거리도 곳곳에 있다. 이 거리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열린문화공간 ‘후소’가 있다. 1970년대 고급 주택을 개조한 작은 미술관으로, 옛 그림 관련 전시와 교육을 하는 공간이다. 이용료는 무료이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화~일요일) 2층에는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수원 통닭거리에 있는 용성통닭의 프라이드. 허윤희 기자
수원 통닭거리에 있는 용성통닭의 프라이드. 허윤희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김밥집으로 나온 행궁동의 식당. 일본식 덮밥을 파는 음식점이다. 허윤희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김밥집으로 나온 행궁동의 식당. 일본식 덮밥을 파는 음식점이다. 허윤희 기자

상공에서 본 수원화성의 원도심 풍경. 허윤희 기자
상공에서 본 수원화성의 원도심 풍경. 허윤희 기자

못골 등 9개 전통시장 투어

수원화성 원도심에서는 다양한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팔달문과 수원천변을 중심으로는 지동시장, 못골시장 등 9개의 전통시장이 있는데 이를 통틀어 남문시장이라 부른다. 보통의 시장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데 비해 남문시장은 정조의 어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수원시의 관광정보 자료에 따르면 정조가 팔달문 근처에 시장을 열어 전국의 상인들을 이곳에 불러 모으도록 했다고 한다. 한복과 침구(영동시장), 농축산물(지동시장), 식재료와 반찬(미나리광 시장) 등 9개 시장에서 주로 파는 품목이 다르고 특색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수원 원도심 여행 정보

먹거리 수원 원도심에는 유명한 먹자골목인 통닭 거리가 있다. 1970년대부터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가 주변으로 100m에 걸쳐 매장 10여곳이 들어서면서 형성된 곳.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에 ‘수원 왕갈비통닭’이 나오면서 수원 통닭 거리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용성 통닭(팔달구 정조로 800번길 15/031-242-8226), 진미 통닭(팔달구 정조로 800번길 21/031-255-3401) 등이 대표 맛집으로 손꼽힌다. 가마솥에 닭을 튀겨낸 전통 방식의 통닭을 판다. 프라이드(1만8000원), 양념치킨(1만9000원), 반반 치킨(1만9000원) 등이 인기 있는 메뉴다.

팔달문 근처에 있는 지동시장에는 순대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30여곳 음식점이 영업하고 있다.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안양 중앙시장 순대타운과 함께 전국 3대 순대타운으로 알려져 있다. 순대와 곱창, 여러 가지 채소를 푸짐히 넣은 순대 철판볶음 1만1000원(1인분), 구수한 순대국밥(9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체험거리 한옥기술전시관(팔달구 정조로 885번길 1)에서는 팔달문, 화홍문 등 수원화성 만들기(한옥3D입체퍼즐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월에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2회(오후 2시, 3시30분) 만들기 수업이 열린다. 체험요금은 4000원(성인 기준).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연무대 국궁체험장도 있다. 한번 활쏘기 체험을 할 때 총 10발을 쏠 수 있고 1회 이용료는 2000원이다. 체험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11월~2월 동절기). 국궁체험장(031-252-4676)이나 연무대 매표소(031-228-4686)에서 활쏘기 체험 문의를 받고 있다.

수원화성의 창룡문 주차장쪽에는 헬륨 기구인 ‘플라잉수원’ 탑승장이 마련돼 있다. 플라잉수원을 타면 최대 150m 높이의 상공에서 수원화성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저녁 시간에 이용하면 ‘성곽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용료는 2만원(성인 기준). 문의는 (주)플라잉수원(031-247-1300)으로 하면 된다.

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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