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즐기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걷기, 바위를 타고 오르기, 뛰기, 산속에서 자기까지.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침투한 이후, 실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특히 자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백패킹, 캠핑, 차박 등이 인기다. 마니아들의 문화로 불렸던 캠핑이 대중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다. 자연을 더 깊이 있게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시작된 백패킹의 유래와는 달리 요리, 먹방, 음주가무가 백패킹의 개념으로 오인되고 있는 현실이다. 쓰레기 배출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자연만 파괴하는 백패킹 방식은 어디에서든지 환영받지 못한다. 지역의 유명 야영지 중에서 백패킹을 금지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백패커가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그러던 중 내포문화숲길에서 친환경적인 길 만들기 사업을 하는 하이커 친구들이 흥미로운 제안을 건넸다. 사람들을 모아 ‘절패킹’을 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숲길을 걷고, 절터에서 하루 야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백패킹의 다양성과 자연과 지역을 살리는 백패커들이 필요하다. 기존의 절패킹 프로그램에 쓰레기를 줄이고, 야영지 주변 10m를 청소하는 클린백패킹이란 테마를 추가했다. 그리고 ‘클린백패커스’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해 내포문화숲길을 찾았다.
‘내포’란 이중환의 <택리지>에 의하면 충남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을 의미한다. 내포문화숲길은 5가지 테마로 조성된 길로, 문화유산이나 역사박물관 등을 지나며 때때로 멋진 숲길도 만나는 길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개울이 흐르는 개심사를 시작으로 숲길을 걸었다. ‘등산적 거리두기’를 하며 이따금 보이는 쓰레기를 주웠다. 비가 내려 안개가 자욱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한 번의 들숨에 촉촉한 숲 내음이 가득했고, 물소리는 낭랑하게 귀에 꽂혔다.
퉁퉁 고개에 올라선 이후부터는 편안한 걸음이 이어졌다. 약 10㎞의 숲길을 지나 마을이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었다. 보원사지에 도착하자 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터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불 피워 요리하는 대신 절에서 제공한 채식 공양을 하고 스님과의 차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벌판에 누워 명상하듯 별을 보았다. 자연 속에서 더 깊이 호흡하고, 주어진 시간에 온전히 몰입했다.
절패킹을 하며 버려진 생수병을 줍는 모습. 김강은 제공
1박2일 동안 14명이 배출한 쓰레기를 모았더니 1㎏이 채 안 되었고, 주운 쓰레기는 7.5㎏이었으니 ‘숲을 살리는 백패킹’이라 할 만하다. 직접 주운 쓰레기를 모아 보원사지 오층석탑 정크아트를 만들었다. 이튿날 잣나무 숲길을 지나 약 8㎞ 걸어나오며 백패킹 일정을 마무리했다.
배 터지도록 먹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다. 배낭의 짐을 줄이니 쓰레기 배출도 줄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백패킹의 의미는 이런 것에 있지 않을까. 평소에 누리던 패스트 문화로 인한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고, 자연을 느끼고 살리는 것에 집중하기. 진정으로 자연과 한 발짝 가까워지기! 인간이 자연 속으로 향하는 본질일지 모르겠다.
*이 활동은 내포문화숲길과 클린백패커스가 함께 기획한 친환경 캠페인 프로그램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였으며 내포문화숲길의 허가와 보원사 협조를 받아 백패킹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김강은 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