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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주차, 소음, 보수…집은 모든 게 현실이다

등록 2022-03-10 10:35수정 2022-03-10 10:42

너도 한번 지어봐: 완공 이후
‘삶의 질’ 아파트와 비교 불가
층간소음·주차걱정 원천 차단
안전과 보수 모두 직접 챙겨야
안방과 옷방 사이에는 아내를 위해 독립된 욕실과 화장대를 배치했다. JUNLEEPHOTOS 제공
안방과 옷방 사이에는 아내를 위해 독립된 욕실과 화장대를 배치했다. JUNLEEPHOTOS 제공

새로 지은 집에서 첫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살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삶의 질은 높아졌다. 요리를 즐기는 나를 위한 넓은 주방 작업대는 여러 도구를 올려놓고 재료를 손질하기에 충분하고, 안방과 옷방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자리 잡은 독립된 욕실과 화장대는 아내의 출근 준비 시간을 줄여준다.

위층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아이의 공간은 침실과 공부하는 방이 분리되어 있고 사다리를 올라 주변 건물들과 맞닿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다락방이 딸려 있다. 아이가 마음대로 뛴다고 아랫집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체력이 남아도는 성장기 아이들은 뛰어다니는 게 정상인데 공동주택에 살면서 그걸 못 하게 했으니 미안한 일이었다.

잠귀가 밝은 아내가 다른 집에서 들려오는 진동이나 소음에 깨는 일도 없어졌다. 작은 책상과 침대를 넣은 손님방은 내가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편하게 누워 책을 보는 공간으로 쓰고 있는데 가끔 집에 오시는 장모님을 위한 침실이 되기도 한다. 3층 베란다는 애연가인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다. 건강에 해로운 것이지만 커피 한 잔을 들고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색을 보며 태우는 담배 한 개비가 꿀맛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하에 있던 낡고 좁은 연탄보일러실은 1층과 함께 대수선하면서 철골과 기초를 보강하는 바람에 더 좁아지긴 했어도 계절용품과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기에는 충분한 창고로 바뀌었다. 기초 보강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방수층의 균열이었다. 다행히 원래 있던 집의 기초가 튼튼했고 방수층을 한번 더 덧대면서 습기 하나 없는 보송보송한 지하 창고가 되었다. 우리 집과 옆집 사이에 차를 두 대 세울 만한 주차장을 마련한 것도 좋아진 점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조금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주차장이 꽉 차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새벽에 옮겨야 했고, 들어오거나 나갈 때면 다른 차를 밀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배관 해동기가 있으니 겨울에 큰 걱정이 사라졌다. 집 가까이에 있는 공구상가에서 배관 전문가가 요구한 비용의 절반 가격에 기계를 살 수 있었다. 임호림 제공
배관 해동기가 있으니 겨울에 큰 걱정이 사라졌다. 집 가까이에 있는 공구상가에서 배관 전문가가 요구한 비용의 절반 가격에 기계를 살 수 있었다. 임호림 제공

· 한파 걱정 뚝! 배관 해동기

모든 것이 편해진 것만은 아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언저리로 떨어진 12월 말이었다. ‘쿠르륵, 쿨럭.’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세탁실이었다. 추운 날씨에 세탁기를 돌렸더니 배수관이 얼어 막혔고,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바닥 배수구에서 역류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집을 설계한 건축사와 시공회사에 연락해보니 세탁실 하수관은 다른 것과 연결되지 않고 곧바로 흘러나가게 되어 있으니 아마 집 바깥쪽으로 노출된 부분이 얼어서 막혔을 거라고 한다. 세탁실에 흥건하게 차오른 물을 바가지로 퍼내고 배수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시 퍼내길 반복해도 소용이 없었다. 집 밖에 나가 쪼그려 앉아 파이프에 달린 얼음을 헤어드라이어로 녹이길 두어 시간.

참을성이 바닥나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배관 전문가들과 통화했는데 출장 비용이 꽤 비싸다. 인터넷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니 ‘배관 해동기’라는 기계로 쉽게 뚫을 수 있다고 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공구상가에서 배관 전문가가 요구한 비용의 절반 가격에 기계를 살 수 있었다. 구조와 작동법은 아주 간단하다. 원통형의 휴대용 보일러에 물을 채우고 스위치를 켜 물이 끓으면서 압력이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가늘고 긴 호스에 연결된 밸브를 열면 뜨거운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얼음을 녹이는 것이다. 화상에 대비해 장갑을 끼고 파이프 끝에 수증기 호스를 가져다 대니 순식간에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조금씩 파이프 안쪽으로 호스를 밀어 넣은 지 30초가 되지 않아 막혀 있던 얼음이 모두 녹고 고인 물이 콸콸 쏟아져나왔다. 배관 해동기가 있으니 겨울에 큰 걱정이 사라졌다. 한파경보가 발령된 2월 초에 또 한번 세탁실 하수관이 얼어 막혔는데 즐거운 마음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얼음을 녹여 해결했다.

건조한 날씨 탓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일이 지난 뒤 보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임호림 제공
건조한 날씨 탓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일이 지난 뒤 보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임호림 제공

· 계절 따라 챙길 것들

단열과 난방에 큰 비용을 투자해 지은 집이라 추위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초겨울에는 아침저녁으로 한시간씩 보일러를 켜면 온종일 섭씨 25도 안팎을 유지할 수 있었다. 코시국에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난방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조함’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밤에 가습기를 켜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 눈이 뻑뻑할 정도였다. 유난히 가물었던 올겨울 날씨도 한몫했을 것이다.

벽에도 문제가 생겼다. 건축사 ㅎ소장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목구조의 특성 탓에 벽면의 가장자리가 갈라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그만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고 갈라진 틈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계절을 보낸 뒤 가을에 보수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건축주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다른 현장 일로 바쁜 건축사와 시공회사 소장을 닦달해 괜찮은 건지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불안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봄이 되며 챙겨야 할 것이 몇가지 더 있다. 따뜻하고 맑은 날을 골라 옥상 베란다에 깔아놓은 목재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덧발라야 한다. 나무는 금속이나 플라스틱과 달리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재이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춥고 건조한 날에 피부에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듯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자주 청소하면 데크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집 외부를 두루 지켜보고 기록할 수 있도록 폐회로텔레비전(CCTV)도 설치해야 한다. 주변을 오가며 새로 지은 집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이지만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섞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월 이용료를 지불하고 위급한 상황에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보안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조금 비싸더라도 사용자가 한 번에 비용을 지불하고 카메라와 저장 매체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아내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화재보험을, 아파트에 살면서 매달 지급했던 관리비 정도의 금액을 정해 정기적금도 가입하자고 했다. 관리사무소와 경비원 아저씨의 수고를 이제는 집주인이 되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임호림(어쩌다 건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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